길은 호기심이다.하늘은 쪽빛으로 빛나고, 그 푸름을 배경으로 구름이 물처럼 흐른다. 산등성이에 두텁게 자리 잡은 눈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아래서 서걱댄다. 사방은 눈밭이지만 햇살이 뜨거워서인지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하나, 둘, 셋,..일곱,. 열까지 세곤 또다시 멈춰 서서 심호흡. 해발 5,000m을 넘어가니 의식하지 않고 숨쉬는게 쉽지가 않다. 어제 밤을 꼴딱 새게 했던 전두엽의 두드림은 한결 나아졌지만 속은 아직도 매슥거린다. 사람들이 집을 짓고 모여 사는 곳으로부터 일주일을 걸어 안나푸르나를 만났다. 다시 4,310m의 베이스캠프를 지나 수 천 만년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허물어지고 삭막해진 땅에서 불면의 하룻밤을 보낸 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선 길에서 눈 사면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