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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큰 소리에 유달리 귀가 예민해서- 뭔들 안 예민할까만은...아가들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도 아름다운 음악도 좋아하는 가수의 멋진 목소리도 조금 오래 들으면 다 소음으로 변합니다.그래서 노래방 가는 모임은 절대 사절이고모임에서 목소리 큰 친구 옆에는 절대 안 앉고귀마개는 제 가방의 필수품입니다.심지어 영화를 보러 가도 귀마개를 씁니다.멜로 영화조차 왜 그리 소리는 커야 하는 건지... 그러나 오래 들어도 소음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며 듣는 빗소리는종일 들어도 좋습니다.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아기 요정들의 발소리처럼 투당 거리며 화음이 안 맞긴 하지만 반투명해지는 유리창과 더불어 아늑함을 더해 줍니다.차를 타고 가다가 비를 만나면길가에 세워놓고 한 참을 앉아 있..

떠나지 않는 기차 역에서...

머물기 위해 떠나는 길.돌아오기 위해 나서는 발걸음.바람과 손잡고 흙을 만나고 나무를 안아 보면서그렇게 살아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그 질긴 의심병 환자.그늘을 만들어 주느라 서 있는 굵은 나무 기둥.그가 그렇게 서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다림을 이겨냈는지 그와 악수하면서 알았을까?                       2006. 9. 1    섬진강 옆 기찻길에서

담배와 땅콩크림

백해 무익하다는 담배.온갖 눈총을 다 받으면서도 그러나 죽어도 못 끊겠다고 - 진짜 죽는다면 다 후회하더라만!! 어쨌거나 구석에 정말 불쌍하게 피우고 있는 사람들.끊는 게 저렇게 안될까 이해가 안 됐습니다.난 땅콩크림을 엄청 좋아합니다.달거나 느끼한 걸 싫어하는데도 어쩐 일인지 이건 물리지가 않습니다.식빵에 '살짝' 바르는 것이 아니고 거의 0.5나 1cm는 되게 두껍게 발라서 먹는데거의 환상입니다.땅콩 크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아마 C 레이션이라고 들어보셨나요?미군들 비상식량요.그 예전에만 해도 장기 산행을 가면 지고 갈 식량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이때 이 C레이션은 짱이였습니다. 미군용인데 이게 어찌 밖으로 나와 내 손까지 왔을까? 그땐 박스로 샀는데-C레이션 속에는 짜디짠 크래커와 같이 조그만 ..

2년 ... 靜中動의 시간

호기심으로 새로운 것에 한 눈 팔고낯설고 힘들고 어려워서 적응하느라 때론 눈물도 흘리고 마음도 상하며 끙끙대면서도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만끽하다가어느덧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때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먼저 움직여질 때 그래서 또 다시 다른 것을 기웃거리게 되는 게 나에겐 언제나 2년이었습니다.직장을 다닐 때도 뭔가를 배울 때도 어느 날 조금씩 따분해지고 옆 자리를 힐끗거리는 자신을 보게 되면그때가 늘 2년 정도 되는 때였습니다.딱  2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밀려오는 우울함에 울릉섬을 혼자 다녀온 후에또다시 열심히 다른 것을 배우고새 사람들을 만나고 쭈삣거리는 것이 사라져 이제 편해질 만하니또 곁눈질이 시작됩니다.때가 되면 혼자 꼬르륵 울어 대는 배꼽시계로시간이 흘렀음..

집과 방

아주 오래전.... 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처음 가지게 된  나만의 방.비록 책상을 놓고 남은 자리가 겨우 몸 하나 뉘일 공간뿐이었지만그 자리가 얼마나 넓고 편했던지...사다리도 없는 다락에 이불 펴서 침실을 만들고자러 올라갈 때마다 끙끙댔는데...그 뒤에 방은 조금씩 커지고 집이 되었지만내가 필요한 것은 그저 작은 방이면 족한데...                                         2006. 6. 9

짐승 하나

뉘나 가슴에 작은 짐승 하나를 키운다고 하지요.'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를 보다가 내 가슴을 퍽! 치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 이라는 말이 딱 떠 올랐습니다.이제껏 나는 그 짐승의 이름을  바람이라 말해왔습니다.가끔 그 짐승은  가슴을 넘어 목구멍 너머로 나오려고 합니다.그 걸 막느라  매 놓은 줄을 점점 줄이고 또 줄이지만어느새 그 짐승은 다시 내 목구멍 너머를 넘보고 있습니다.그걸 삼키느라 오늘도 나는 목구멍이 아파 옵니다.가끔 그 짐승은  저 아래  위장쯤에서 누워 있을 때가 있습니다.그럴 땐 적어도 평온한거 같지만그러나내가 진짜 바라는 것이그 평안함인지 고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언제까지 그렇게 막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건 편함과 타협한 것에 대한 벌입니다. ..

첫 발자국의 기억

길을 걸을 때마다그것이 낯선 길일 때에는 더욱더내가 처음 낯선 길을 나섰을 때가 생각납니다.세상을 처음 본건 육지이지만돌도 채 안된 내가 간 곳이 제주도였으니내 처음 기억은 온통 제주의 어촌 마을입니다.처음 기억나는 것은... 집이 바다가 가까운 곳인지짧은 반바지( 라기보다는 빤슈에 가까운...)  하나만 입고  그냥 걸어 나가 바닷가에서 놀다가 배고프면 돌아오는그런 일상이었고..좀 더 커서...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학교는 다니기 전이였으니 아마 여섯일곱 살 때일 거라고 생각되는데그때의 집 바로 뒤에 조그마한 야산이 있었지요.어느 여름.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술래잡기도 하고 삐비도 따 먹으면서놀다가 집과 반대쪽으로 길게 난 길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우리 이 길로 한번 가 보자"  그러나 다..

커피 한 잔의 유혹

무슨 일이든 딱 좋은.... 그러다  한 걸음 더 나가면잘못되는 일이 있습니다.사랑과 성욕의 차이가 뭘까요?뭘로 구분 할 수 있을까요?처음엔 사랑이라 생각했는데지나고 보니 영 아닌 경우도 있고지나고 나서야 사랑이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그게 오후 3시에 마시는 커피입니다.3시 전에 한 두잔 마시면대장 활동도 활발하고 혈액순환도 좋고기분도 좋고 뭐 다 좋지요.그러나 3시가 넘어서 마시는 커피는밤새 불면증을 만들어 뒤척이게 합니다.그게 한 모금일지라도 말이지요.멋진 연애 소설을 읽으면 그 주인공이 나였으면 하기도 합니다.달콤한 영화를 보면 마치 나인 듯 가슴 저리기도 하지요.그게 3시의 커피입니다.향기로운 향에 취해서 살짝만 입에 대보자 하다 보면그날의 달콤한 잠을 빼앗깁니다.그냥 참을걸 하고 후회하..

오 덤불

요크셔테리어 종입니다.나이는 5세 , 사람 나이로는 35-40세 정도 되니장년인 셈이지요.우리 집에 온 것이 이제 3년째 되나 보네요.불우한 어린 시절.. 아기 때 몇 주인의 손을 어떻게 어떻게 건너동생 집에 왔고, 다시 친정으로 갔다가우리 집으로 왔습니다.그렇게 주인이 여럿 바뀌여서인지 처음 왔을 땐 참 불안정했고 차만 타면 안절부절 못합니다.그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나 봐요.먹돌이입니다.그저 뭐든 너무나 잘 먹고  늘 놀아 달라고 조릅니다.다 제 할 탓이라고 애완견들이 이쁨을 받는 이유가 있더군요. 사람은 제 할 일에 빠져 아는 척도 안 하는데이 놈은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시합니다.얘 때문에 가족여행도 못 갑니다.하룻밤만 두고 가도 다들 여행은 뒷전이고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릅니다. 정이란 게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