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가는 길

담배와 땅콩크림

낭가 2012. 9. 11. 16:33

 

백해 무익하다는 담배.
온갖 눈총을 다 받으면서도 그러나 죽어도 못 끊겠다고
- 진짜 죽는다면 다 후회하더라만!!

어쨌거나 구석에 정말 불쌍하게 피우고 있는 사람들.
끊는 게 저렇게 안될까 이해가 안 됐습니다.


난 땅콩크림을 엄청 좋아합니다.
달거나 느끼한 걸 싫어하는데도
어쩐 일인지 이건 물리지가 않습니다.

식빵에 '살짝' 바르는 것이 아니고
거의 0.5나 1cm는 되게 두껍게 발라서 먹는데
거의 환상입니다.

땅콩 크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C 레이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미군들 비상식량요.

그 예전에만 해도 장기 산행을 가면 지고 갈 식량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이때 이 C레이션은 짱이였습니다. 미군용인데 이게 어찌 밖으로 나와 내 손까지 왔을까? 그땐 박스로 샀는데-

C레이션 속에는 짜디짠 크래커와 같이 조그만 땅콩버터가 들어 있는데 그게 어찌나 맛있었던지요.

그 후 언젠가부터 플라스틱 병에 든 땅콩 크림이 슈퍼에 나와 앉게 되었고 그걸 보기만 하면 냉큼 집어서 식빵에 발라  앙~~

칼로리가 엄청납니다.
먹고 그만큼 뛴다는 게 말이 쉽지 늘 에너지가 남아서
결국 옆구리 살이 홍수에 제방 넘듯이 흘러넘치기 시작했고
결국 땅콩 크림과 이별해야 했습니다.

며칠 전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가 빵들을 보게 되었는데
글쎄 샤니든가... 식빵에 땅콩크림 발라진 거, 500원짜리가
눈에 팍 찍혔습니다.

'에이~~  말자'하고 돌아 나왔는데
결국 아가씨가 계산하는 동안 슬그머니 빵 하나를 집어서
얹고 말았습니다.
"먹고 뛰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집에 와서 젤 먼저 꺼내서 먹는데
'허겁지겁'이란 단어에 대한 '훈련된 조교'였습니다.

어찌나 맛나든지... 온몸에 퍼지는 그 충만감이란...
담배 피우는 분들 이런 기분일까요?

담배가 백해무익이라 해도 뭐 본인이 행복하다면야 이제 관두지요.

적어도 내 가족이 아니니...
다만 옆사람에게 연기만 오지 않게 해 주세요.
꽁초도 꼭 쓰레기 통에 버리시고요

 

                            2006.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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