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가는 길

빗소리

낭가 2012. 9. 11. 16:40

 

큰 소리에 유달리 귀가 예민해서
- 뭔들 안 예민할까만은...

아가들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도
아름다운 음악도
좋아하는 가수의 멋진 목소리도
조금 오래 들으면 다 소음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노래방 가는 모임은 절대 사절이고
모임에서 목소리 큰 친구 옆에는 절대 안 앉고
귀마개는 제 가방의 필수품입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러 가도 귀마개를 씁니다.
멜로 영화조차 왜 그리 소리는 커야 하는 건지...
그러나 오래 들어도 소음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며 듣는 빗소리는
종일 들어도 좋습니다.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아기 요정들의 발소리처럼 투당 거리며 화음이 안 맞긴 하지만 반투명해지는 유리창과 더불어 아늑함을 더해 줍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비를 만나면
길가에 세워놓고 한 참을 앉아 있습니다.

급한 일이 없으면
뒷좌석에 누워 나만의 행복을 즐기기도 합니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과 그 빗물이 연주하는 음악과
포근함이  합쳐서 바닥에서 스르르   5cm쯤 떠오르게 합니다.

블랙 엔젤의 마술처럼...

싸~ 아한 가을바람 속에서
거리를 헤매는 색색의 낙엽 위에 떨어지는 빗물은
그 자체로 가슴 저린 그리움입니다.

 

                              200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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