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물려준 유전자 중에 새치가 있다. 외할아버지-엄마-나로 내려온 유전인자는 40대 초반부터 염색을 하게 했다. 20여 년을 했더니 너무 지겨워서 퇴직하면 젤 먼저 버릴 것에 '염색하기'를 넣었었다. 금연을 선언하는 사람처럼 주변에 퇴직만 하면 염색을 안 하겠다 선언하고 다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럼 안된다고 말렸지만, 흰색인 머리카락을 상상해 보면 괜찮을 거 같았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이면에 샴푸 하면 점점 갈변이 된다는 신발명 샴푸를 내심 믿었다. 염색 대신 그 샴푸를 쓰면 화학적 염색 대신 자연 염색이 될 거라고, 잠시만 참자 생각했다. 염색을 안 하고 한 달쯤 되니 정수리에 흰 달이 두둥 떠올랐다. 한 번에 백발이 되는 염색약이 있다면 차라리 그러고 싶었다. 반백도 아니고 몇 가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