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3 산티아고 프랑스길

[도보] 걷기 16일차 26.3km

낭가 2023. 6. 4. 15:05

 

걸은 날: 23년 4월 25일 화요일

코스: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프라리오스 / 실거리 26.2km, 41,400보

 

고도표 (순례자 사무실 제공)

 

 

7시 36분, 벽사이로 난 작은 문을 지나고

 

까리온 강을 건너서

 

조가비를 따라 길을 걷는다.

 

강변엔 동네 이름을 이쁘게 만들어 놓고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는 당신의 좋은 여정을 기원합니다'

 

길은 옆에 있지만 이것도 길처럼 보여 올라가서 걸었다

 

까리온 대성당인 '산 안드레스 성당'

아침에 길을 걸으러 나오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개미굴에서 개미 나오듯 여기저기서 나온다. 길이 직선으로 쭉 이어진 곳에선 행군을  하는 듯하다. 

 

 

8시 13분, 도로를 따라 걷는 길, 오늘은 종일 이런 길이다.

 

길가 또랑에 미나리? 진짜 미나리다 ㅋㅋㅋ

 

꽃양귀비가 탈피를 하기 직전, 모자를 쓰고있다 ㅋ

 

나무 아래 물이 고여 있다. 습지인가?

 

9시 39분, 푸드트럭

 

신발창이 입을 벌려 버리고 간 신발, 길 가다 보면 자주 보인다.

 

이제 밀밭 보리밭 유채밭을 보는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그래서 이제야 순례의 의미에 맞는 날이다. 구경할 것도 없고 큰감동으로 마음의 요동도 없이 무념무상으로 머리를 비우고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오로지 자신과 걷기에만 에너지를 쓰는... 

예전의 '순례자'는 성지를 찾아다니는 신자를 의미했지만 요즘 성지는 자기 자신(자아)이다. 

다시 나타난 유채밭

 

벌레가 별로 없는 곳이라 이런 것도 처음본다

 

넓은 밀밭에 밀짚더미

 

이건 보리밭인듯

 

더우면 더 무념무상이 된다

 

저 먼지 앞쪽에 빨간색 트랙터가 있다. 일하는 사람이 있는게 신기하다(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는게 드물어서)

 

 

 

 

 

 

 

그래도 이뻐서 그냥 지나치기가 안된다 ㅜㅜ

 

 

 

 

 

 

 

콩고물을 기다리는 냥이들, 애들 외에도 여러 마리다

 

13시, 동네엔 이렇게 길표시가 잘 되어있다.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니 싫어 할만도 한데 대부분은 아주 친절하다

 

정말 편안해 보인다. 부럽^^ 해먹을 들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ㅎ

 

13시 13분, 마을을 벗어나 다시 도로.

 

13시 50분, 햇볕과 더위에 지쳐 잠시 휴식

 

이쁜 야생화가 피로회복제다

 

14시, 같은 길이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고

 

버려진 돌맹이도 귀여울 수 있다는ㅋㅋㅋ

 

14시 53분, 3키로 전. 세르베싸는 진리^^

 

 

지금까진 종착지 마을에 도착하면 숙소를 찾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데, 오늘은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바로 숙소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도 못 찍었다. 처음 보이는 알베르게에 빨래가 나부끼길래 혹시 저 집인가? 했는데 맞았다ㅋㅋㅋ

 

사람들이 빨리가서 빨래해서 너는 게 일상이라 저 사람들은 빨래하러 여길 왔나 싶을 때가 있다. 우리는 다섯 끼를 충실히 먹으며 쉬엄쉬엄 걸어서 늘 마지막이거나 뒤에서 2등으로 도착했다. 경쟁이 아닌데 어떤 이들은 늘 일등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 

15시 45분, 이 사진이 끝이다.

 

벌에 쏘였다고 한다. 공짜 보약을 맞았다고들 했지만, 낯선 나라의 벌이라 알러지 반응이 나올까봐 염려가 됐다. 2~3일동안 뻘겋게 부어있었다.

 

빨래터가 로마시대 같다(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ㅜㅜ) 네모난 돌판으로 된 곳에 서서, 고무 바케스에 물을 받아서 한다. 넓은 마당에 빨랫줄이 쳐있어 바람에 나부끼면서 잘 마른다. 건조하니까 비만 안 오면 빨래는 끝내주게 잘 마른다. 

 

숙소 내에 주방이 없고 근처에 마트나 식당도 없어서 저녁은 다 알베르게에서 사먹어야 한다. 순례자 메뉴로 고기 넣은 토마토 파스타, 엔살라다, 스페인식 마늘수프, 생선, 쇠고기, 돼지고기(순살로 구어 퍽퍽하다)등 각자 취향대로 시켰다. 대체적으로 다 맛있었다.

 

21시 40분, 개와 늑대의 시간. 22시 소등 전에 밖을 내다보니... 하늘색을 보고 잠이 확 달아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ㅜㅜ

 

숙소]  LOS TEMPLARIOS 30유로(석,조식 포함)

 

후기] 도로따라 쭉 뻗은 길을 하염없이 걷는 날, 이제 풍경에 대해선 조금 무뎌져서 오히려 걷는 것에 집중하게 되니 괜찮았다. 무념무상으로 순례의 의미에 맞는 날.(다른 이들은 너무 지루했다고 했지만) 

황혼의 그 하늘색은 정말 환상이었다. 그걸 두고 자야하다니 ㅠㅠ  어쩜 그런 색이 나올 수 있는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