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가는 길

떠나보내기

낭가 2012. 9. 11. 16:27

아이들이 어릴 때
24시간 눈을 뗄 수 없는 나이일 때는
내 개인 시간이란 없었답니다.
아마 어떤 엄마든 다 그러겠지요.

그땐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하루 1시간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느꼈더랬지요.

아이들이 자라
조금씩 내 손을 덜 필요로 해도
그러나 눈 안에 늘 있었는데

이제 큰 애가 기숙사를 가면서
내 눈에서도 멀어졌습니다.

불과 16년.
길다면 길지만 80년 인생에서
겨우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은 반의 반의 반밖에
안 되는군요.

우리 모두 겪은 일이지만
길 떠난 자식은
그 나름대로의 자유를 느끼고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그걸 뒤에서 지켜보는 부모는
내내 걱정과 그리움으로 남지요.

그렇게 성가스럽던 아침 깨우기도 없고
아침 조금 먹는다고 밥상에서 싸울 일도 없고
저녁 늦게까지 졸린 눈 비비면 기다릴 수고도 없어
표면으론 무지 행복해야 하는데

왜 이리 모든 게 썰렁하게만 느껴지는지....
첫 아이
그리고 첫 이별
언제까지나 내 곁에 남는 것은 아닐 건데
그렇게 알곤 있지만...

더 큰 세상을 보러 가는 첫 발을 딛는 아이에게
온 맘으로 사랑을 보내지만
이제 벌써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쓸쓸하게 합니다.

                                               0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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