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트레킹] 알틴아라샨 아라콜 패스 2

낭가 2024. 7. 2. 16:04

4일 차: 24년 6월 25일

코스: 알틴아라샨 산장(2,600m)~유르타 캠프지(3,600m), 12km(실제 9.5km)

 

오늘은 고소적응 겸 느긋하게,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여정이다. 고도는 1,000m를 올라가야 하지만 거리는 길지 않은가 보다.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이 나면 다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텐데 핸드폰이 안 터지는 곳이라 다들 느긋하게 산책한다. 그게 너무 좋다 

아침 풍경. 날씨가 맑아 '텐트피크'가 확실하게 보인다.

 

소, 말, 양몰이 개. 너무나 의젓하고 온순하고 멋지다. 이 곳의 말몰이개들은 거의 다 세퍼트종이다.

 

아침으로 나온 옥수수죽과 달걀후라이 그리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산책을 한다. 맑고 상쾌한 공기에 풍경까지 금상첨화^^

 

아침인데... 별이 떴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일터로 가는 현지인의 흔한 일상이 왜 이리 멋지지?ㅋㅋㅋ

 

솔개가 높이 떴다. 우와~~멋짐이 뿜뿜한다

 

지리산에서 보고 반한 '이질풀'과 똑 닮은 꽃. 우왕~~ 이쁘다

 

말들이 우리를 나와 달린다.

이상하게 절뚝거리며 달리는 말이 있어 발이 아픈가? 하고 살펴보니 앞발이 끈으로 묶여 있다. 너무 나대거나 말을 안 듣고 멀리 도망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조금 짠하다 ㅜㅜ

 

10시 30분, 이른 점심을 먹는다. 제육볶음 상추쌈에 미역국. 언제나 한식은 옳다 ㅎ

 

11시 30분, 온천을 지나 다리를 건넌다. 약간 쌀랑한 날씨인데

 

패딩부터 오버자켓, 얇은 바람막이까지 옷차림이 제각각이다.

 

물 가에 잔뜩 핀 핑크꽃. 향기가 참 좋다

 

숲속으로 들어가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뼈들이 흩어져 있다. 사는 동안 행복했었으면...

 

잘 생긴 나무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넘어진 나무를 놓아 만든 다리를 건너니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된다

 

소똥 한가운데 자란 튼실한 버섯. 황금색이다 ㅋㅋㅋ

 

초원지대를 지나다 보니

 

굴이 여러 개 있다. 누가 사는 것일까~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길없는 물 길도 건너가야 한다

 

급격한 오르막을 올라 내려다 보고 있으니, 건너다 빠진 사람도 있다

 

왕 큰 카메라를 가져오신 일행중 한 분이 찍은 사진. 수정을 하여 색감이 좋다

 

 

초원을 내려다 보니 뭔가 움직인다. 바위인줄 알았더니 움직인다

 

마뭇. 굴들의 주인이다. 너무 멀리있어 해상도가 좋지 않다. 내 폰으론 형체가 뭉개져서ㅜㅜ (일행중 한 분이 찍은 사진)

 

고도가 높아지니 나무가 뻣뻣하고 사나워진다. 이쁘지만 가시돋아 무서운데

 

이렇게 오묘한 색의 배합을 가진 꽃도 있어 신기하다

 

에델바이스

우리나라에 피는 건 '솜다리'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꽃이라고 한다. 유럽에 있는 건 에델바이스, 우리나라건 솜다리라고 알면 되겠다. 솜다리는 멸종위기종이었지만 설악산 국립공원 공단직원의 '솜다리 복원사업'으로 설악산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종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솜다리 (퍼온 사진)

 

올라왔던 길의 자취가 아름답다. 이런 길을 한없이 걸으면 좋겠다

 

이건 또 무슨 꽃일까?

 

키 큰 나무가 사라지고 눈쌓인 산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꽤나 낮아진 기온속에서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니 신기하다

 

고도가 높아지니 멋진 풍경속에서 고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비인가?했는데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은 3도정도

 

17시, 캠프지의 유르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우박은 더 심해지고 춥다

캠프의 주방 유르타에 들어서서 뜨거운 홍차를 받아 난로가에 앉으니 찬 바람에 언 몸이 스르르 녹는다.

유르타는 난방은 되지 않고 5명이 자게 되어있는데, 침대가 없이 맨 땅에 등산용 매트리스를 깔고 겨울 침낭을 쓰게 되어있다. 방을 배정받고 젖은 옷과 배낭을 벽에 걸고 가져온 패딩과 모자를 써서 보온을 했다. 고산증세와 피로로 거의 2시간 이상 늦게 올라온 몇몇 사람들은 손발이 어는 추위와 두통을 호소했다.  

 

1시간여 후에 우박이 그치고 날이 좋아졌다.

 

추운 날에 김치찌개, 최고의 밥상이다^^

 

20시, 3,600m에서 만난 저녁 노을.

 

3,600m 유르타 캠프지

후기] 컨디션도 좋고 고산증도 없어서 멋진 풍경을 보며 걷는 내내 행복했다. 유르타 캠프 도착 전에 만난 우박도 즐거움 중의 하나. 물론 그 때문에 더 힘들었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고산에 온 느낌이 팍팍 드는 날이었다. 

다만 잠자리는 많이 불편했는데,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리스가 평평하지 않아서 몸이 자꾸 한쪽으로 내려갔다. 카페인에 예민한 편인데, 도착 때 준 홍차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잠을 못 자면 또 다른 불편-화장실을 자꾸 가게 되는 것인데 세 번이나 밖으로 나가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매우 힘들었다.(다음 날 인솔자에게 카페인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다) 덕분에 하늘에 총총한 별과 나중에 환하게 뜬 달구경은 잘했지만... 

뜨거운 물을 담은 날진물병(꼭 가져가길 추천)을 침낭에 넣고 잔 덕에 춥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