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등산] 지리산 화중 종주

낭가 2024. 1. 11. 22:29

1년에 한두 번은 지리산 종주로 체력검정을 한다. 이번엔 화엄사에서 시작하는 화대종주를 계획했다. 3박 4일로 천천히~ 

겨울사진은 대부분 벌거벗은 나무와 눈밖에 없는 흑백이라 산봉우리 따라 포인트 사진을 올린다.(산의 높이는 지도를 참조해서 안내표시판과 다른 곳도 있다) 

 

첫날: 24년 1월 7일 일요일 맑음

코스:  화엄사~무넹기~노고단 대피소, 8km

10시, 지리산 국립공원 버스 정류장 도착

'산나물 밥상'에서 아점을 먹고 10시 45분 출발~

 

11시 10분, 화엄사(해발 240m)를 배경으로 출발 전 단체사진^^ 현재기온 0도.

 

개구리의 소리가 이렇게 다양하다니. 미안하다, 그동안 몰라봐서...

 

11시 52분, 서어나무 쉼터. 왼쪽 길인 '연기암' 쪽으로 올라

 

목적지는 연기암이 아니라 카페.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고^^

 

13시 28분, 중재(820m). 사진의 오른쪽 위, 흰 곳이 노고단이다

 

14시 49분, 코재(1,194m) 영하 4도.

 

15시, 무넹기(1,300m)

산과 등산엔 완전 무식했던 1979년 3월 초 어느 날, 한번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지리산으로 향했다. 화엄사 계곡을 지날 땐 봄날처럼 날씨가 좋았으나 코재를 올라가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고 무넹기에 도착했을 땐 앞이 안 보이게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나무도 길도 공기마저도 온통 흰색이었던 그날, 내 삶의 방향이 정해진 날이었다. 

 

15시 23분, 노고단 대피소(1,364m) 도착

 

작년 9월에 산티아고팀과 함께 지리산 종주 후 용길형님 덕에 구례에서 만났던 '로저 셰퍼드'씨(뉴질랜드인으로 외국인으로서 남 북 백두대간을 했다. 지리산이 좋아 구례에서 살고 있다)를 우연히 만났다. 영국인 2인의 가이드를 해 주는 중이라는데 우리와 일정이 같아 대피소마다 보게 되었다. 

 

<노고단 대피소 > 남 녀 각 18개, 전체 36개인데 1인 1실로 신축되어 매우 좋다. 방은 바닥 난방으로 온도 조절을 각자 할 수 있고, 콘센트도 안에 있다. 방번호와 신발장번호가 같다. 취사장은 완성이 안되었는지 1층은 사용하지 않고 출입구 쪽에 있는 작은 취사장과 임시취사장을 사용한다. 물꼭지는 임시취사장 앞에 있다. 화장실은 실외 수세식.  

1인 1실. 완죤 호텔급이다.

 

1인실의 내부. 너무 좋아서 가끔 놀러오고 싶다^^

 

18시 11분, 일몰의 붉은 빛, 영하11도.

 

노고단쪽 초승달

 

 

둘째 날: 24년 1월 8일 월요일 흐림

코스: 노고단대피소~노고단~노루목~삼도봉~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 11.3km

8시 38분, 영하 9도에서 출발~

 

8시 47분, 노고단 고개(1,440m)

 

9시 노고단(1,507m)

9시 20분, 노고단 고개에서 출발~

 

10시 23분, 돼지령(1,370m)

 

지리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산그리메^^

 

10시 57분, 임걸령(1,320m)

 

눈이 쌓여 더 예쁜 계단을 올라

 

11시 36분, 노루목(1,480m) 의도치 않았던 깔맞춤ㅋㅋㅋ

 

12시 05분, 삼도봉(1,550m) 햇살이 좋아 점심을 먹었다.

 

13시 2분, 화개재(1,316m)

 

13시 43분, 토끼봉(1,534m)부터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0도인데 햇볕이 좋아 걸으면 덥다.

 

특이한 구름이 있는 맑은 하늘

 

1시 15분, 명선봉(1,586.3m) 올라가는 길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네 발 흔적, 산토끼일까?

 

눈에 덮혀 경사로가 된 계단을 내려오면

 

15시 10분, 연하천 대피소(1,428m)

 

<연하천 대피소> 남녀 방이 따로 있으나 예약자가 많지 않아서 1개 방만 사용. 2층은 혼숙자, 1층은 남자로 배정. 공기난방이라 바닥이 차니 매트리스가 꼭 필요하다. 특이하게 방독면이 걸려있고 충전기는 방안 입구 벽에 긴 콘센트가 달려 있다. 취사장은 난방이 안 되어 춥고, 화장실도 푸세식이라 춥고 냄새가 많이 난다.

내부 모습

 

셋째 날: 24년 1월 9일 화요일 흐림

코스: 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형제봉~벽소령대피소~덕평봉~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삼신봉~화장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 12.9km

7시 41분 출발~ 떠오르는 해를 만났다

 

지대로 동그란 햇님. 영하10도 아래로 내려 간 기온이지만 바람이 많지않아 춥진 않다.

 

7시 55분, 삼각고지(음정마을 갈림길)

 

8시 36분, 형제봉(1,452m)아래 '낙석주의'

 

9시 11분, 벽소령 대피소(1,320m)에서 잠시 쉼. 출발하려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10시 9분, 덕평봉(1,521.9m) 만나기 5분 전 오르막. 눈이 쌓이면 길이 사라지는 눈길에선 노란표시가 매우 중요하다.

 

10시 34분, 내장의 길이를 알게 하는 시원한 '선비샘'^^

 

 

 

11시 40분, 칠선봉(1,558m)

 

 

12시 27분, 영신봉(1,651.9m)을 만나면 반갑다. 세석을 곧 볼 것이니~ㅋ

 

12시 37분, 세석대피소(1,580m). 빵+커피로 점을 찍고 쉼을 했다. 눈발이 좀 더 굵어져서 오버자켓을 입었다.

 

13시 28분, 20분 걸려 오른 촛대봉(1,703.7m). 봉우리는 사진 왼쪽에 있어 찍히지 않았다.

 

흑백이여서 더 예쁜 겨울 풍경^^

 

오른쪽 위가 촛대봉. 지나온 능선길이 아름답다

 

14시 23분, 화장봉(1,670m)

 

그리고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연하선경'을 만난다. 감동^^

화장봉에서 내려오는 옆지기

 

그리고 연하봉으로 가는 나 ㅋㅋㅋ

 

14시 38분, 연하봉(1,730m)은 오른쪽 작게 보이는 봉우리다

 

연하봉에서 본 제석봉과 천왕봉. 믓찌다~~~^^

 

14시 58분, 장터목 대피소(1,674m)

 

<장터목 대피소> 128명 수용. 남녀가 따로이나 예약자가 적으면 같은 방에 1층은 남자, 2층은 여자로 배정. (겨울 평일인 오늘은 아래 남자들 자리는 다 찼으나 2층 여자는 3명이라 아주 편하게 사용) 바닥난방으로 따뜻하고 취사장도 넓다. 겨울엔 식수장 물이 얼어서 생수를 샀다. 화장실이 대피소 뒤쪽이라 겨울엔 오가기 불편. 푸세식이나 좌변기로 되어있다. 충전기는 방 밖 거실에 모여있고, 방 안에는 1번 자리에만 유일하게 콘센트가 하나 있다.

대피소 내부 모습

 

넷째 날: 24년 1월 10일 수요일 흐림 

코스: 장터목대피소~로타리대피소~중산리 탐방센터~두류생태탐방로~중산리 버스정류장, 8.5km

 

어제저녁에 한파주의보에 출근길 눈길 조심하라는 안전문자가 몇 개 왔다. 여기도 바람이 불고 눈이 왔다. 일출을 보기 위해 6시에 출발 예정이었으나 새벽에 보니 바람이 꽤 부는 데다 온통 운무가 가득이어서 천천히 출발하기로 했다.  사실 일출 볼 생각은 안 했는데 셰퍼드 씨 일행이 일출을 보러 간다고 해서 '그럼 우리도?' 그렇게 됐다 ㅋㅋㅋ

7시, 빵+커피로 위장을 달래고 출발~

 

영하 12도, 바람으로 휘청이는 몸을 세우며 올라서니 눈 빛이 길을 밝혀주고 있다^^

 

7시 19분, 제석봉(1,808m)

 

사진을 찍으려면 장갑을 벗어야하니 쉽지 않지만 이걸 놓칠 순없지^^

 

7시 40분,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나

 

이제 하늘을 만났다 ㅎ

 

마지막 계단 구간

 

 

안개로 가득 찬 산 위로 해가 떠 올랐다

 

8시, 천왕봉(1,915m) 여명으로 주변은 붉게 물들고

 

안개와 어우러진 멋진 사진을 얻었다^^

 

하산을 어디로 할까~

 

처음 계획은 치밭목대피소(1,420m)쪽으로 하려고 했지만 신설이 쌓여 있어

 

8시 15분, 안전하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중산리쪽으로 하산 결정. 운해가 가득하다

 

안개 사이로 반야봉(1,732m)이 보인다

 

10시 19분, 로타리대피소(1,324m)도착. 국+누룽지로 아침을 먹었다. 세퍼드씨 일행도 이 곳에서 라면+감자로 아침 중이었다.

 

12시 4분, 산행 끝^^ (셀카찍는 연습을 해야겠다 ㅜㅜ)

 

'두류생태탐방로'가 새로 생겼다. 도로를 타고 가는 것보다 빨리 갈 수 있다고 쓰여 있어서 가 봤다. 계곡 따라 데크길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고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보고 쉴 공간도 잘 되어있다. 그런데 빨리 가는 건 아닌 듯하다. 중산리에 놀러 오거나 캠핑장에서 쉴 경우, 가 볼만한 곳이지만 계단이 꽤 있어 노약자가 다니기 쉬운 길은 아니다. 

'두류생태탐방로' 안내 플랑카드

12시 45분, 버스 정류장 도착.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4시 20분 버스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택시로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 16시 광주행 버스 타고~~ 끝!

 

후기] 지리산 종주를 처음 할 때는 1박 2일,  그 후엔 2박 3일, 이젠 3박 4일이 되었다. 성삼재부터 시작하면 2박 3일이면 되겠지만... 천천히 다니니 다리가 힘들거나 숨이 차는 일은 없는데, 배낭 무게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겨울에는 더욱더). 집에 와서 재보니 배낭무게는 나 11.5kg 9kg(2.5 감소), 옆지기 16kg 11.7kg(4.3 감소)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무게를 줄이는 연구를 해야겠다. 셰퍼드 씨와 뜻밖의 만남도 대단히 반가웠고, 종주를 무사히 끝냄으로써 올 한 해도 잘 지낼 에너지를 비축한 듯하다.

 

  

민폐 코골이족, 어쩌면 인간의 몸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지ㅜㅜ 연하천과 장터목에서 계속 코대포족과 같이 자게 되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귀마개를 했지만) 밤새 방에는 한숨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가 계속 났다.  4명이 같이 다니는 팀인데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피곤하니 어느 정도 코 고는 건 이해되나 온 방이 울리게 대포를 쏘는 사람은 제발 안 오면 좋겠다. 본인이 그런다는 걸 알고도 오는 사람이라면 노답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