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3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도보] 걷기 34일차 19km

낭가 2023. 6. 5. 20:50

걸은 날: 23년 5월 13일 토요일

코스: 뻬드로우소 ~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실거리 23.4KM 35.500보

 

고도표 (순례자 사무실 제공)

 

7시 37분, 드디어 마지막 날의 해가 떠 올랐다

 

서쪽 하늘은 조금 흐리고 '드디어'라기 보다는 '벌써'라는 아쉬움이...

 

뻬드로우소를 지나갔다

 

이제 이런 풍경도 마지막이고

 

이런 숲 길도 아쉬워 천천히 걷는다

 

이제 18km밖에 안 남았다

 

그냥 먹먹한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그동안 그늘을 만들어 줬던 나무들아 고마웠어~

 

순한 눈으로 반겨줬던 댕댕이들도 고맙고

 

길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따뜻했던 냥이들도 잘 있어~

 

8시 20분, 15km 바

 

이런 길을 언제 또 걸어볼까~

 

9시, 34일간 흔하게 보았던 조가비 조형물도 마지막이구나

 

끝이 다가옴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9시 25분, 작은 예배당의

 

소박한 제단이 그리울 듯하다

 

12.4km 남은 지점. 초록 조가비의 sky way는 무슨 뜻일까? (찾아보니 공항가는 길) 정말 하늘로 가는 길이다 ㅋㅋㅋ

 

유칼립투스. 나무의 진짜 이름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모야모'에 물어보고 안 이름. 작은 가지에 동글동글한 잎이 달린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뜻밖의 이름이라 깜짝 놀랐다. 유칼립투스야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해^^

정말 그리울 것 같은 옷 벗는 나무들(내가 지은 이름인데 진짜 나무 이름은 모르겠다)

 

'많은 투자 적은 제한!' 동네에 프랑카드가 가득하다. 어디나 개발엔 이견이 많다

 

그냥 이렇게 귀여운 대문을 가진 채 살면 안될까!

 

9.950km 드디어 한 자리 숫자로 들어왔다

 

국내에서 출발 할 때부터 그동안 열심히 내 발이 되어준 등산화를 가장 좋은 곳에서 보내주고 싶었다. 걷는 중 어디서든 벗어야 된다면 보내 줄 생각으로 신고 왔는데 다행히 신발창은 마지막 날까지 잘 견뎌주었고, 적어도 내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리긴 싫었다. 그래서 한자리 숫자로 남는 적당한 곳에서 보내주려고 내내 자리를 찾았었다. 그리고 이곳에 남겨놨다. 

등산화를 보냈다. 그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어~

 

비는 그치고, 자전거 순례자들도 마지막 길을 재촉한다

 

몬떼 도 고소는 ‘즐거움과 환희의 산’이라는 뜻으로 언덕의 정상에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마침내 보게 된다. 이곳은 몬쇼이(Monxoy)라고도 부르는데 이 언덕에 도착한 프랑스 순례자들이 대성당의 탑을 내려다보며 프랑스어로 “몬 쇼이!” (Mon Joie; 나의 기쁨이여)라고 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을 타고 온 순례자들은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여기부터 산티아고까지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갔다.

입구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숙소가 있다.  30개 동 중에서 3개 동만 알베르게 사용하는데 한 동에176개 침대. 총 침대 528개. 오전에 일찍 산티아고에 들어가기 위해 4km 남은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몬떼 도 고소 마을에 있는 순례자들을 위한 공원

 

공원 입구에 있는 '산 마르꼬 예배당'

 

복음서를 쓴 마르꼬의 유해가 있다고 한다

 

11시 45분, 순례자 동상

 

몬 쇼이! 왼쪽 하늘아래 대성당(첨탑이 3개 있는)이 보인다

 

제주 올레 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길은 서로 협약이 되어있어 제주올레 완주증과 산티아고순례길 완주증이 있으면 공동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

제주 올레 조형물

 

12시 37분, 산티아고 시내로 입성했다

 

조형물과 인증샷도 찍고

 

길에 있는 조가비와

 

시내 관광열차도 보고

 

한걸음 한걸음 그 곳을 향해 간다

 

성당 뒷모습을 먼저 보고

 

계단을 내려가면

 

13시 25분,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대성당 광장이다

 

무탈하게 완주한 우리들, 자랑스럽네^^

 

가이드가 세요가 찍힌 크레덴시알(수첩)을 가지고 완주증을 받으러 간 사이 기다리는 동안 바에서 간단한 축하를 하기로 했다. 오징어튀김, 뽈보와 비노로  '건배 salud'

 

 

드디어 완주증과 기록증(걸은 거리가 쓰여있고, 3유로를 내야 한다)을 받았다.

 

16시, 숙소가는 길에 공원에서

 

16시 21분, 숙소 도착

 

저녁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었으나, 피곤해서 멀리 가기 싫었다.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닭강정과 떡볶이가 한 끼 식사처럼 구성되어 있다. 한국와 똑같은 맛이다. 

숙소] EXE PEREGRINO HOTEL 

 

후기] 누군가 물었다. 도착한 기분이 어떠냐고. 누군가는 눈물이 났다고 하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하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제 밤과 오늘 걷는 내내 울컥 울컥했었다. 시내로 들어서면서 그냥 무감각해졌고 우리나라에서 긴 길을 하나 끝냈을 때 기뻤던 마음만큼 그렇게 그냥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베르게에서 안 자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ㅠㅠ

본래 복잡하고 시끄럽고 사람 많은 걸 싫어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다보니 긴 시간동안  사람들과 같이 행동하고 통제받는 시간이 힘들었다. 걷는 것 자체는 즐거움이었으니 다시 오게 된다면 혼자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