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 오스트리아 비엔나

낭가 2012. 9. 10. 15:23

 

18)  8월 11일 (일) : 오스트리아 비엔나

6시 27분 도착예정인데 좀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화장실도 못 가고 짐만 챙겨 나왔다. 아침을 역에서 준다고 하여 갔더니 레스토랑에서 빵2개 버터 쨈 커피 한 잔을 준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한국인이 와서 숙소 가는 길을 가르쳐 주면서 비엔나 음악회(날마다 다른데 오늘은 요한 스트라우스란다.)표를 판다. 32유론데 23유로에 판다고. 잠시 후 옆 단체 한국 학생들에게도 표를 팔고 있다.

얻은 정보대로 버스를 타려고 하니 표 파는 곳이 없다. 두 남자가 다시 역으로 표를 사러 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걸 보니 그냥 돈을 내기도 한다고해서 역으로 데리러 갔더니 한국식당 '까치네' 아저씨가 숙소 가는 길과 관광지 정보를 일러주고 있었다. 이곳에 한국인이 많은지 이런 일은 첨이다.

버스는 한번 타는데 1.50이고 1일 권은 5유로라 4번만 타면 1일 권이 이익이다. 방학중에 학생들은 무료란다. 우린 10유로로 어른 표 2장을 사서 트램을 타고 웨스트반호프에서 내려 지하철 타고 숙소를 찾았다. 이곳은 전철과 U자 표시의 지하철이 주요 대중 교통이고 같은 표를  사용한다. 지하철 노선은 찾기 쉽게 되어있고 속도도 빠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 서기, 왼쪽 걷기도 잘하고 입구에 검표기가 있어 양심적으로 표를 체크하고 들어간다.

소나무가 크게 그려진 숙소는 너무 일찍이여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방을 배정 받았다. 짐을 두고 나와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앞이다. 왼쪽에는 미술사 박물관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박물관의 1층은 수족관, 2층은 다양한 색과 모양의 광석과 보석이 전시되어있고,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117kg 토파즈 원석이 노랗게 반겼다. 3700kg의 박제 코끼리바다표범, 갖가지 동물 조류 어류 파충류등 살아 있거나 살아있었던 온갖 생물이 박제되어 있었다.

석기 청동기 철기등 시대별 종류도 많고 많아서 보고 다니기가 눈이 아플 지경이다. 25000년 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단연 인기 만점. 3층은 수생식물과 곤충을 표본해 놓거나 산채로 관찰할 수 있게 해 놨다. 얼마나 많은지 다리도 아프고 나중엔 그냥 걸으며 눈으로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애들의 탄생석을 사서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온다. 일요일 이여서 인지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계단에 앉아 점심을 먹다보니 과일을 안 가져왔다. 얼마전 산 치즈를 열어보니 성개씨도 못 먹을 정도로 소금 덩어리다. 워낙 치즈의 종류가 많다보니 살 때마다 다르다.

 

'구왕궁'을 갔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밖에 앉아 있다가 '헬덴광장'과 '신왕궁'을 보러갔다. 궁이 대부분 이제껏 봐 왔던 궁전들보다 내부치장이 단순하고 수수하다.


길가에 있는 모차르트 동상과 괴테상을 지나 비가 많이 오는데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해서 하우스 투어를 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7,8월엔 쉬는데 내부를 구경 시켜주는 투어가 있다. 줄서서 표를 산 뒤 안에서 볼 일을 보려고 했던 우리는 화장실이 없다는 직원의 얘기가 황당했다. 아니, 오페라 하우스에 화장실이 없다니....구경을 다니는 동안 화장실 비슷한 걸 찾아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45분이나 따라 다녔는데 별로 본 것도 없다. 다만 무대 뒤를 봤다는 게 위로가 될까? (비포 선 라이즈에서 나온 곳을 본 것으로 만족..)

화장실이 돈 내는 것도 그렇지만 찾기도 쉽지가 않아서 비 오는 '케른트너' 거리를 걷다가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가게엔 사람들이 꽉 차있다.  화장실 이용과 비를 피할 겸 잠시 앉았다가 나오는데 꽤 춥고 거리가 텅 비었다. 엄청 쏟아지는 비는 한참을 서서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아 그냥 나서는데 바로 앞에 슈테판 성당이다. 그냥 눈으로 한번 올려다보고 도나우강을 보러갔다.

생각보다 작은 폭에 쓰레기도 둥둥 떠다니고  물도 더러워서 이게 무슨 '푸른 도나우'냐 하며 지하철역으로 돌아왔는데, 그것이 도나우가 아니라 수로라는 것을 알고 다시 도나우강을 보러 젖은 옷 때문에 덜덜 떨면서 두 정거장을 타고 갔다.

도나우셀역에 내려보니 강폭이 넓고 비가 와서 그렇지 안 그러면 깨끗할 거 같다. 스케이트보드가 유행인지 십대 청소년들이 모여 보드연습을 하고있고 강가에 낚시꾼이 한 명 있는데 꽤 큰 고기를 여러 마리 잡았다. 비가 조금 자서 강가를 어슬렁거리는데 일요일이여서 사람이 없다. 여기는 일요일이면 가게도 다 쉬는 모양이다.

U1-U3-U6 순으로 갈아타면서 숙소로 왔다. '호텔 Thuringer Hof'는 상당히 큰 호텔로 사람들도 정중하고 깨끗한데 1인실 방에 간이 침대(소파 위에 메트리스를 얹어서)로 2인실을 만들어 놔서 자리가 편치 않았다.

과일을 방에 놓고 간 줄 알았는데 없다. 아침에 기다리다 1층에 두고 왔나? 성개씨는 잃어버렸는가보다고 관두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고 1층 접수에 가서 물었다. 내용물을 묻더니 비닐봉지를 내준다. 과일을 찾으니 맘이 그득하다. 일요일 이여서 가게들도 다 닫고 길 건너에 한국식품 편의점이 있던데 거기도 닫았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모양이다.

비가 와서 시청 앞의 필름 페스티벌도 시립공원의 왈츠도 물 건너가고.....저녁 먹고 일찍 자기로 했다. 모두들 피로가 누적 된데다, 비를 맞고 다녀서 몸이 무겁다. 모두 눕자마자 코를 곤다. 무척 힘들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