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 - 체코 프라하 1

낭가 2012. 9. 10. 15:25

 

20) 8월 12일(월)  :  체코 프라하

집 떠난 지 20일이 되어가니 모두들 피로가 쌓이는지 몸이 무겁다. 기차를 타자마자 비몽사몽 하는데 차장이 여권 검사한다. 그리고 잠시 후 국경인지 오스트리아 차장이 내리고 체코 경찰이 들어와 다시 여권 검사한다. 뭔지 모를 긴장감이 돈다.

이때 뒷자리에 앉은 한국이 학생 커플이 환전을 했는지 묻는다. 안했다고 하자 프라하 구간 값은 따로 내야 하는데 유로로 내면 바가지라고 알려준다.  아차! 모든 여행기에서 누누이 읽었거늘 까마득히 잊었다. 우리건 프랑스에서 예약한 비엔나-프라하 표인데 프라하는 유레일 사용 가능 구간이 아니여서 따로 표를 사야하는 것이다. 물론 유로화 사용도 안 하니 자국 돈인 코룬(1유로=28-30코룬kc)을 내야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장이 표 검사를 한다. 내라면 내야지... 체념하고 있는데 왠일인지 우리 표는 "office ticket is ok" 하고 뒤의 학생들은 표가 없다고 1인당 48유로를 내란다.  우린 1인당 3유로를 내고 예약한 건데......   학생들이 코룬으로 낸다고 하자 액수를 말해주는데 거의 같은 수준인 모양. 비싸다, 깍자고 몇 번 실강이 하더니 차장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라고 한다. 그 학생들은 저 사람들은 3유로씩 밖에 안 냈는데 자기들은 왜 비싸냐고 묻자, 다시 우리 티켓을 볼 때는 우리까지 잘 못될까봐 속이 탔다.

결국 그 학생들은 짐을 갖고 나갔다. 이국 땅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되는데 오히려 그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나갔다. 실제 구간 값이 얼만지 모르지만, 그렇게 비싼 이유는 표 없이 무임승차에 대한 벌금도 포함된 것일까? 우리는 왜 ok한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막 두 학생이 나가고 차장이 음료수를 먹을라냐고 묻는다. 공짜인줄 알고 쥬스 4잔을 시켰더니 10유로란다. 으악 소리나게  비싸다. 그러나 방금 학생들 일 때문에 놀라서 인지 비싼 생각이 안 들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잠에서 깬 아이들과 샐러드에 빵을 먹는다. 체코의 말은 끊고 맺음이 없이 한 문장이 마치 노래처럼 음률을 타고 가서 뜻도 모르지만 듣고 있으면 아주 재미있다. sudbanhof가 '새내기빤쓰'로 들리듯이....... 차창 밖으로 스치는 체코의 잔디구장을 보며 부러워한다. 하늘은 검은 구름이지만 비는 그쳤나보다.  적어도 비만 안 오면 좋겠다. 오늘 프라하의 야경을 즐겨야지, 낼은 시간이 없으니까.

7시 프라하의 Holesovice역에 도착했다. 먼저 돈을 찾고, 낼 저녁에 탈 뮌헨행 기차를 확인하는데 역 직원 말이 아마 낼 기차가 안뜰거란다. 뭐시라? 그러나 그건 낼 일이고 오늘의 숙소를 찾기로 했다. 체코 말은 영어와 비스꾸리 하지도 않고 그들도 영어를 전혀 모르니 길을 묻는 것이 완전히 동문서답이다. 지도를 보여주고 얻은 대답이 각각 다르니 이거 환장 하것네~~~~  나침반으로 대충 방향만 찾아 걷다가 한국인 학생들 떼를 만났다. 같은 숙소라고 길을 알려준다.

숙소에 짐만 두고 트램 표를 사서 바로 프라하성을 찾았다. 트램에서 내려가는 길에 여기저기 비상등을 켜고 모래주머니를 만드는 사람들을 봤다. TV카메라까지 동원되어 속보를 찍는 눈치다. 잘은 모르겠지만 꽤 심각한 모양. 그러나 우린 또 어쩔 수 없이 구경을 하러 가야한다. 참 미안하다.

블바타강(몰다우강)의 다리중 동구권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로 가장 아름답다는 카를교에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정전으로 가로등이 전혀 켜있지 않아 17-19세기에 만들어 졌다는 조각상들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섬세하고 웅장한 자태는 어스름한 석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다리 양쪽으로 15개씩이란다. 비는 다시 오는데 우산을 쓰자니 사람들이 걸리고......

멀리 프라하 성에만 불이 들어와 있고 모든 곳이 거의 깜깜하다. 사람구경, 다리아래 물 구경, 다리의 조각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음식값이 싸다해서 기대를 했는데 웬걸?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시간도 없고 문닫은 곳도 많고 해서 맥도날드에서 먹고  성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날은 더 어두워지고, 갈 길은 깜깜한 깔끄막이고, 비는 더 오고, 얘들은 춥고 지치고..... 낼은 날이 좋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어떤 TV채널이 선정적이다 못해 거의 포르노다. 여태 TV를 켜 보지 않아서 생각지 못했는데 홍수에 대한 뉴스를 보려고 켰더니 광고 또한 너무 야하다. 옷을 다 벗고 나신을 보여 주며 매춘 광고를 한다. 아이들끼리 늘 보던데....  어차피 이것도 유럽이니 알건 알아야 겠지만 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