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8월 14일(수) : 독일 퓌센
새벽 6시 30분. 기차가 서고 좀 소란스럽길레 밖을 내다보니 아직 내릴 역이 아니다. 도착 예정시각이 6시 29분이니 다 왔어야 하는데 ....... 한참 어수선하더니 차장이 기차에 문제가 있어 바꿔 타야 한다며 내리라고 한다. 아직 잠이 안 깬 상태에서 몸만 일으켜 짐을 챙겨 나오는데 딸의 작은 가방이 없다.
담요를 다 흔들어 털고 침대 위아래를 다 훑어 봤는데 못 찾았다. 발 밑에 두고 잤다는데, 자다가 하늬가 웅크리고 자길래 내가 담요를 덮어줬는데 그때 못 봤었다. 몇 번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내렸다. 작은 가방엔 그동안 모은 기념표와 각 나라의 동전과 목걸이 팔찌 그리고 안경이 들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경은 잃으면 안 되는데...
아침에 보니 쿠셋의 문이 안 잠겨 있었다. 밤에 미국인이 드나들면서 문단속을 안 했나 보다. 가방에 돈은 없었으니 시간이 있으면 화장실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열차는 떠나고 딸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독일 ICE기차로 바꿔 탔다. 여행이 즐거우려면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내내 속상하다. 9시가 다되어 가는데 아직도 목적지가 아니다. 도데체 어젯밤 그 기차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한마디 변명이나 안내도 없이 그렇게 늦을 수 있다니.......
기차 안의 독일인들은 출근길인지 검은색 정장이 많고 단정하다. 노출이 심한 옷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창 밖 풍경도 깔끔하고 나무들이 쭉쭉 뻣어 있어 '독일의 검은 숲'이 실감난다. 징징 울던 딸은 한숨 자고 나더니 줄 인형을 가지고 히히거리며 논다. 9시15분 뮌헨 HBF역 도착. 정해진 시간에서 무려 3시간 가량 늦었다. 신문엔 이 역도 물에 잠겼다고 났던데 다 복구했는지 전혀 그런흔적조차 없다. 다행히 숙소가 가까워 금방 찾았는데 서류를 찾아 보지도 않고 체크인이 12시라고 그때 하라고 한다. 독일인답다.
짐만 맡기고 다시 역으로 와,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될 정도로 아름답다는 '노인슈반슈타인성'(일명 백조의 성)과 '호엔슈반가우성'에 가기 위해 푸센행을 탔다. 차창 밖의 경치가 정말 좋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에 싣고 간다. 아빠와 아이의 자전거를 연결한 특이한 것도 보였다. 자전거 도로는 안전하고 넓게 되어 있어 부럽다. 나도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지만 타다보면 도로와의 경계의 턱 때문에 엉덩방아를 찍거나 도로를 차지한 물건, 불법 주차된 차 때문에 내려야 하는 짜증나는 일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게 하려면 이런 문제를 먼저 잘 해놔야 한다.
2시간 후 푸센역에 내려 성 입구로 올라가는 왕복 버스 표를 샀다. 한 10여분 후 내렸는데, 우와 정말 사람이 많다. 이제껏 유럽에서 작은 장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건 첨이다.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계속 부딪친다. 성은 저 위에 보이는데 티켓은 여기서 판다. 사려고 보니 줄이 한참 길다. 성의 내부로 들어가는 표는 이곳에서 사야 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 표에 입장 시간이 있고 가이드가 있다. 지금 표를 사면 호엔슈반가우성은 16시15분, 노이슈반슈타인성은 17시15분이다. 늦어도 19시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호엔슈반가우성 표만 샀다.(어른 7유로, 어린이 무료)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올라가는 버스와 마차가 있는데 비싸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 빨리 걷기 20분만에 백조의 성에 도착. 오르막이라 좀 힘들지만 나무 사이로 난 길이라 걸어서 구경하는 것도 좋다. 1869년 루드빅2세가 짓기 시작했다는데 내부가 온통 금으로 장식된 가장 사치한 성이라고 한다. 한참 보수 공사하느라 온통 포장이 쳐지고 복잡하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세워진 성은 푸른 숲과 탁 트인 전망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듯하다.
외부를 돌아보고 내려와 호엔슈반가우성으로. 걸어서 5분인데 마차론 뒤쪽으로 돌아가는가 보다.(3.50유로나 된다.) 말은 그냥 길에 똥 싸고 사람은 차로 똥 치우고.... 1832-1836년에 세워진 노란색의 네오 고딕양식인 성은 내외부가 소박하고 아담한 성이다.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아담한 정원과 분수를 돌아보고, 옆에 있는 7-8개월 정도 된 쌍둥이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내내 아기를 보며 놀았다. 표에 쓰인 번호가 입구에 써진다. 줄을 서서 들어가 영어가이드를 따라 각 방을 돌며 구경을 하고 30분만에 나왔다.
호숫가에 앉아 쉬다가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슈퍼가 보여 남은 시간동안 장을 봤다. 독일 맥주 맛을 보려고 많은 종류 중에 그중 싼 것을 골랐는데 알고 보니 알콜을 뺀 보리음료다. 기차 안에서 저녁을 먹고 졸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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