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월 16일(금)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9시 45분 암스테르담 CS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암스텔역으로 가서 숙소를 찾았다. 다른 나라완 달리 이곳은 트램이 발달되어있어 메트로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처음 만난 암스테르담은 경찰 3명이 범법자 인 듯한 4명을 벽에 붙여놓고 몸수색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잠시 지나치며 보는데 이곳이 조용한 곳은 아닐 듯 하다.
숙소의 체크인이 4시란다.(12시가 아니라) 짐을 맡기고 나와 아점을 호텔 앞에서 먹고 있는데, 오늘 이곳에서의 일정이 끝난다는 한국학생이 승차 표(스트립)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고 남은 스트립을 줬다. 스트립은 15칸으로 되어있는 승차 표로 1존당 2칸을 쓰고 더 먼 거리를 가면 더 많은 칸을 쓴다. 이 표는 한시적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 사서 몇 일이고 다 쓸 때까지 쓰면 된다.
처음 기차역에서 직원들이 스트립을 사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그러다 두 명의 한국사람(남자)을 만나자 혹시 스트립표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스트립요? 스펠링이 맞다면 그거 옷 벗는 겁니다. 그 표 어디서 사셨어요?" 너무 황당한 대답에 아이들까지 모두 으하하 웃었다.
트램을 타고 '고흐미술관'으로 갔다. 유럽의 트랩에선 처음으로 트램 뒤쪽 문에는 차장이 타고 있어 갈 곳을 말하면 스트립표에 날짜와 1시간 뒤의 시간을 찍어주는데, 그 시간까지는 몇 번이고 다른 트램을 타고 내릴 수 있다.
고흐 미술관엔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사실 일정에 암스테르담을 넣은 것은 오직 고흐를 보기 위해서였다. 넓은 공간에 고흐의 작품이 죽~ 걸려 있는데, 거의 줄 서서 사람에 떠밀려 가는 꼴이다. 공간을 좀 나눠 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란하기조차 한 붓 터치가 전율을 느끼게 했다. 하나씩 한참을 들여다보니 그림 속으로 빨려갈 듯 현기증이 일었다.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들도 있다. 건물은 일본 자본으로 지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군데 군데 일본색이 난다.
프린트된 그림과 엽서등을 파는 곳엔 사람들로 붐비다. 그림을 사고 싶었지만 가지고 다닐 일이 심란해서 벽에 붙이는 자석 몇 개와 화첩을 샀다. 책 무게가 상당하긴 했지만 그냥 샀다. 이 곳까지 그림을 보러 왔는데 이 정도 무게쯤이야...
박물관 뒤쪽은 최대의 공원인 '폰델 공원'이다. 공원의 잔디만 보면 들어 눕는 버릇이 든 우리 가족은 모두 달려가 누웠다. 고흐를 가슴에 담고 바라보는 푸른 하늘. 행복하다. 그 행복에 초 치는 건 여기저기 누워 대마초 인 듯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담배를 나눠 피우는 젊은이들이다. 유럽에서 마약과 성이 가장 자유롭다더니 그런가 보다.
한참 있으니 한국말이 들린다. 한국인 단체 관광 팀이다. 가이드는 한참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주변을 구경하시고 5분 후에 이 자리에 모이겠습니다."한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엄마, 5분이래. 우린 저러지 않아서 참 좋다." 한다.
처음 파리에서 헤맬 때 '우리도 가이드랑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힘들어하더니, 이젠 자유롭게 찾아다니는 것에 익숙해 졌나보다. 잠시 깜빡 잠들었나? 눈떠보니 다들 깊은 잠에 빠져있다. 벌써 1시간30분이나 잤다.
일어나 '안네 프랑크의 집'을 찾아갔다. 운하 바로 옆에 안네의 동상이 서 있고(동상이 서 있는 그 집이 아니다.) 조금 더 가니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있었다. 숨어살던 방이 거의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검은 커튼이 쳐진 방에서 밖을 내다 볼 때는 안네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1층에는 3차원으로 그래픽을 해서 건물의 각 방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놓고, 책방엔 전 세계에서 출간 된 책들을 진열하고 팔고 있었다. 한글로 된 책도 있었는데 조금 옛날 것인 듯 글자가 작았다. 같은 또래여서 그런지 아이들의 관심이 많았다.
물의 도시답게 운하에는 각가지 모양의 보트가 다닌다. 이곳 사람은 자가용으로 차보다 보트를 먼저 사는 게 아닐까. 처음 운하를 막아 만들었다는 '담광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은 생각과 너무 다른 곳 이였다. 왕궁도 신 교회도 겉모습은 별로이고, 광장에 분수가 없는 곳은 첨이다. 무엇보다도 널려있는 쓰레기로 너무 더럽고 지저분했다. 한쪽에서 몸에 체인을 감고 푸는 마술 공연을 하고 있는데, 재미 있을거 같아 보고 있는데 어찌나 시간을 끌든지 20여분 동안 진전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
소변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날드로 갔다. 그곳 또한 쓰레기 천국으로 사람들은 먹고 나온 쓰레기를 그냥 탁자 위에 두고 간다. 다음 사람은 그 쓰레기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먹고..... 더 놓을 곳 없이 쌓인 탁자엔 이제 사람이 안 간다. 이게 말이 되냐? 우린 그래도 조금 덜 쌓인 곳의 쓰레기를 치우고 먹다가 직원에게 화장실을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No"다. 노라니? 화장실이 없다고? 이게 무슨 개떡같은 말이야? 화장실이 없단다. 웃기는 일이다. 우리도 먹은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
중앙역으로 가는 길은 명동만큼 분비고 복잡하다. 기념품가게가 있어 구경 삼아 들어갔다. 잠시 후 아들이가 와서 "엄마, 여기 이상한 곳이야. 나가자" 한다. 뭐가? 하고 돌아본 순간, 세상에나!! 남녀 성기모양으로 만든 열쇠고리며 이따만한 크기의 고무장난감, 포르노 잡지에서나 있을 법한 최 고난도 자세의 사진, 양성의 이상한 변태 사진이 쭉~~~ 있는 거다. 이게 기념품이야? 황당해서 얘들을 데리고 나왔다. 서로 얼굴을 보며 쑥스러움에 할말을 잃는다.
몇 걸음 걸어가니 유럽에서 유일하다는 '섹스 박물관'이 나온다. 사실 궁금하긴 했지만 얘들이 있어 그냥 지나쳤다. 정말 이상하고 재미있는 나라다.
중앙역으로 와서 화장실을 찾았다. 샤워실이 있는데 7유로란다. 우리 목욕 값의 두 배다. 교통비도 비싸고 물 값도 비싸고 모든 게 다 비싸다. 역 안에서 심하게 두들겨 패며 싸우는 두 남자 땜에 경찰이 떴다. 참 빨리 나타난다. 다혈질이고 소란한 반면 경찰도 제 할 일을 잘하고 있는 듯하다. 걱정했던 TV는 오히려 야하지 않고 조용하다. 유로스포츠의 암벽대회를 보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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