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 네덜란드

낭가 2012. 9. 10. 15:29

25)  8월 17일(토)  : 네덜란드 풍차마을, 마두루담

숙소에서 나와 꽃시장으로 향했다. 9시 50분에 탔는데 10시 반으로 찍어준다. 왜 11시가 아니고 10시 반일까? 왜냐고 물으니 그게 맞단다. 그것도 차장 맘인가? '싱겔운하'에서 내려 '문트탑' 옆으로 가니 꽃가게가 쭉 있다. 생화도 있고 조화도 있고 나무로 만든 튤립이 많다. 지금은 튤립의 철이 아니여서 구근만 많이 판다. 눈으로 쭉 둘러보고 스트립 시간 안에 한번 더 쓰려고 10시25분에 트램을 탔다.

10시 34분 중앙역 바로 앞에 내려 시간을 보니 36분에 '알카마르'행 기차가 있다. 풍차마을로 가는 기차다. 막 떠나려는 걸 뛰어서 간신히 탔다. 차표 검사를 하러 왔는데 젊은 얘들 여럿이 기차표가 아닌 스트립 표로 탔다가 바로 강퇴 당한다. 기차가 출발할 때 보니 경찰이 벌써 와서 데려간다. 경찰의 출동은 엄청 빠르다.


한 15분 정도 가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30분이 되어도 풍차마을이 안나온다. 알카마르행을 타라고 해서 그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일단 아무 역이나 내려 차장에게 물어봤다. 다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Koog Zaandyk'역에서 내리란다.(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어 써주라고 종이를 내 밀었다.) 다행히 3정거장쯤 지나쳐 왔다. 반대쪽으로 건너가 다시 타고 알려 준 역에서 내리니 'Zaanse Schans'표시가 보인다. 계단 옆에는 자전거를 위한 길이 꼭 있다. 길에서 각 집으로 들어가는 곳도 계단이 있으면 자전거 길도 있다.

길 표시판을 따라가다 우체국이 있어 엽서를 보내려고 했더니 오늘 토요일이라 근무 안 한단다. 드디어 풍차가 보이고 벼룩 시장이 섰다. 집에서 쓰다 안 쓰는 물건을 내 놓았는데, 아기 배내옷부터 손 뜨게한 털옷, 5년 이상 신은 듯한 구두, 색 변한 악세서리, 털빠진 인형등... 물론 쓸만한 것도 있지만 내 눈으로 더 이상 쓰기 힘든 것도 나와 있다. 재미로 한참 구경하다가 작은 장난감을 골랐다. 노점상들이 많아 악세사리나 티셔츠를 구경하다 베트남 음식 파는 사람이 있어 사 먹었다.   1개에 1유로 하는데 꽤 맛있어서 점심으로 먹자고 골고루 5개를 샀다. 아빠를 돕고 있는 아들 또래의 아들에게 태극기와 축구 선수가 있는 펜던트를 줬더니 아주 좋아한다.

다시 '잔'강 다리를 건너 풍차마을로 들어섰다. 전통 옷을 입은 동네 사람들과 전통 나막신인 '크롬펜'을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노래도 하고 수공예물건을 만들거나 팔기도 하고 연주도 하고... 주말에만 하는 건데  우린 운이 좋다. 입구의 잔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쉬는데 바로 앞에서 뮤지컬을 한다. 빨래하는 아낙네와 장난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잡으러 다니는 경찰. 온 동네가 무대이며 동네사람이 배우다.

한참 구경하며 쉬다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강가의 풍차들이 다가온다.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곳도 있는데(어른2유로 아이1)그냥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니 밀을 빻고 있는 것이 보인다. 코코아 만드는 공장이 있다는데 그래서 인지 동네에 쵸코렛 냄새가 가득하다.

치즈 공장을 들렀는데 간이로 그냥 만드는 공정만 보여주는 곳이다. 워낙 치즈의 종류가 많아서 뭘 고를지 모르겠다. 샘플로 잘라 논 치즈로 성개씨는 아주 배를 채운다. 아이들도 덩달아 가져다 아빠에게 준다. 그중 아이들이 잘 먹는 종류로 2개 샀다. 꼭 훈제 소시지처럼 생겨 가지고 다니기 좋겠다.

 푸른 하늘과 맑은 강가의 풍차, 그리고 넓은 풀밭 위에 한가로이 젖소가 있고 푸른 벽에 흰 창틀로 단장한 아담한 집.  마을전체가 하나의 공원이고 한 장의 엽서다. 한없이 있어도 좋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역으로. 아차! 웃고 얘기하느라 역으로 가는 길을 지나쳐 한참을 다른 길로 와버렸다. 다시 길을 물으려 하는데 모두 자전거로 가느라 걷는 사람이 없다.

4시 15분 다시 암스테르담CS에 도착해서 '덴하그 The Hague'행을 탔다. 미니어쳐의 세계 '마두로담'을 보기 위해서다. 1시간쯤 기차를 타고 덴하그에 내렸다. 이곳은 우리의 '이준 열사'가 고종의 밀사로 만국 평화회의에 참석 차 간 '헤이그'(영어식 발음)다. 역에서 내려 이준 열사를 생각하며 잠시 묵념을 했다. 이 먼 곳을, 지금도 이렇게 복잡하고 말도 잘 안 통하는데 그때 이준 열사는 어떻게 와서 얼마나 가슴 졸이며 애통해 했을까?


역 밖으로 나와 트램 9번(1번도 감)을 타고 왕복표를 샀다. 마두로담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건물이나 동물원 등을 25분의 1의 크기로 줄여 만든 것으로 항구의 배나 기차, 자동차는 다 움직인다. 허리 밖에 안 차는 건물들 사이를 거인이 되어 구경 다닌다. 돌아다니는 기차와 자동차, 축구경기장과 함성 소리 구경에 얘들은 신난다. 얘들은 유명한 성당이나 왕국을 보는 것보다 더 즐거워한다. 9시가 되니 건물에 불이 켜지고 야경이 연출된다. 정말 아름답다. 네덜란드를 한 순간에 다 본다.

9시 40분 마두로담을 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역으로 와서 메트로를 타고 암스텔로 가는 중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우릴 보고 태권도 흉내를 낸다. 한국에 대해 얘기하다 아차 또 역을 지나쳤다. 부랴부랴 인사하고 내렸다. 오늘은 종일 목적지를 지나치는 날인가 보다. 그래도 한 곳도 어긋나지 않고 구경 할 것은 다 했으니 됐지. 숙소로 오니 11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