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 유럽-영국 1

낭가 2012. 9. 10. 15:31

- 전체 기간: 2002년 7월 25일~8월 22일(31일)

     영국에선 8월 19일~22일 

 

27)  8월 19일(월)   : 영국 런던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살기가 있다. 느긋이 일어나 '버킹검궁'으로
향했다. 영국의 지하철은 ZONE개념으로 되어있는데 1존은 가장 번화가이고 6존은 변두리다. 1존은 비싸고 1존을 거치지 않고 다른 존을 사용하면 값이 싸다. 우리는 1일권의 종류인 '페밀리 티켓'  (꼭 아이가있어야 함) 1-2존을 샀는데 7파운드다.(한번 타는데 개인은 1.9고 어린이는 0.9다. 한 가족 합이 6.6파운드니 한번 이상 탈 거면 엄청 이익)

 

메트로를 내리니 출구의 이름이 다 써있고 그걸 따라 나가면 밖에도 표시가 잘 되어있다. 11시에 있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엄청 모여 있다. 빅토리아 여왕 기념비에는 동상 위에까지 사람으로 가득 찼다. 기마 경찰들이 정리를 하는데 말이 정말 멋지다. 어디로 나오는지 몰라 그냥 정문 앞에 있으니 20분쯤에 궁전의 오른쪽에서 (궁을 등지고 서면) 붉은 자켓에 검은 털모자를 쓴 악대와 검은 옷을 입고 총 든 병사들이 나온다. 문안으로 들어가서 일부는 서 있고 일부는 안으로 들어가 안 보이더니 한참 음악을 연주한다. 귀에 익은 팝송이나 영화음악도 있다. 전체 걸리는 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 되는 듯하다.

버킹검궁 바로 옆의 '그린 파크'에서 점심을 먹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박물관인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정해진 입장료는 없고 알아서 통에 넣도록 되어 있다. 아시아 관에는 한국 특별 전시관이 있는데, 한글로 쓰여진 팜프렛도 있고 우리의 전통 문양, 부채, 가면, 한옥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국에서 한국을 본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건물 가운데엔 '리딩룸'이 있는데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동그란 벽을 따라 책이 가득 꽂혀 있는게 인상적 이였다. 회화는 거의 없고 거의 조각과 물건들을 각 대륙별, 연대별로 전시한 듯 하다. 우리는 루브르에서 본 것들은 생략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관을 주로 보고 나왔다. 온통 남의 나라 보물을 가져다 창고처럼 되어있어 정말 이집트엔 미이라가 있고 그리스엔 조각이 남아 있는 건지 궁금하다. 워낙 많은 걸보고 다녀서인지 이 대단한걸 보고도 하늘이는 "별거 없네"한다. 문화 영양 과잉상태에 간이 부었다.

골목 뒤로 돌아가 환전을 했다. (어디나 뒤쪽이 환율이 좋다.) 슈퍼의 물건값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일반 물가숫자는 거의 유로와 같다. 다만 파운드가 비싸니 값이 그만큼 비싼거다.( 식당 밥 5-7유로 하는 것이 영국에선 5-7파운드하는 식이다.) 어떤 가격표에는' 1buy 1get'이라고 쓰인게 있다. 1개 사면 한 개 더 준다는 말이다. 상술의 한 방법인 모양이다.

'런던탑'을 찾아 메트로를 나오니 전망대처럼 되어 있는 곳에 안내도가 있다. 거기 앉아 슈퍼에서 산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이 되어가니 쌀쌀하다. 왠지 서운한 하늘이 배를 더 채우기 위해 맥도날드를 갔는데 '1세트'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맥 밀(meal)'이라고 한다. 안에는 자리가  아예 없고 들고 나와서 먹게 되어있다.

처음엔 궁으로 지어져 감옥으로 쓰였다는 '런던탑'은 시간이 늦어 못 들어가고 밖에서 구경만 했다.(어른 11.5,어린이 7.5로 비싸다) 보기에도 좀 으스스해 보인다. 바로 옆에 '타워부리지'가 보인다. 사진을 찍어 달라는 한국학생 둘을 만났는데 그들은 태국서 가이드를 잘 만나 구경을 잘했단다. 또 열 받는다.

'타워부리지'는 참 아름답다. 대부분 엽서가 실물보다 멋진데 이 곳만은 실물 만한 사진이 없다.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가 부드럽고 깨끗하다. 다리를 올라가 보니 다리가 들어 올려질 때 벌어지는 부분이 보인다. 성개씨는 다리가 어떻게 올려지는지 궁금해서 다리 아래를 쳐다보며 연구를 한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 관심사가 다르다. 타워 위에 올라가는 가격과 시간이 적혀 있는데 정작 문은 닫혀있다. 타워의 노후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있다더니 오늘은 아닌가 보다.

다리 위를 걸으며 구경을 하는 사이 불이 켜진다. 탬즈강에 비치는 타워의 불빛이 아름답다. 다시 왔던 길로 가려고 하니 문이 잠겼다. 지나온 곳은 밤에 관리상 사람의 통행을 막는가 보다. 타워힐역으로 가니 메트로에 문제가 생겨 10분정도 기다리란다. 런던도 오래된 도시라 노후 문제가 심각한 듯하다.   

 

28)  8월 20일(화)  : 영국 런던

늦잠을 자고 나와 다시 버킹검궁으로 갔다. 어제 보다 사람이 없는 이유가 오늘은 교대식을 안 한단다. 어제 보길 잘 했네~~. 궁 안으로 들어가는 표를 샀는데 12시 입장이다. 1933년부터 공개되었다는 궁 안의 붉은 카펫을 밟고 줄을 서서 들어간다. 주로 할머니들이 많아 할머니 수학여행단 같다.

여왕이 외국 사절을 만나는 접견실은 깔끔하면서도 기품있게 느껴진다. 닿아 헤진 발 받침대가 이뻐 보인다. 렘브란트등 유명화가의 그림도 있고, 각국에서 보낸 선물도 전시되어 있다. 선물은 각 나라의 특색이 잘 나타나 있는데 한국 것은 '2002 월드컵 축구공 모형' '금으로 만든 기마상'과 '거북선'이 있다.

2시쯤 나와 정원을 보고(들어갈 순 없다) 기념품가게도 구경만 했다. 워낙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데 할머니들은 물건을 양손 가득 사간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인지 젊은이들은 청바지에 티 정돈데, 노인들은 화장하고 멋진 모자 쓰고 옷도 잘 차려입고 돈도 잘 쓴다. 하긴 젊어선 아무거나 입어도 좋고 나이  들어 잘 차리고 다니면 좋지. 마구간과 황실 보석을 보러 갔는데 다시 돈을 내라고 해서 오던 길을 다시 돌아 하이드 파크로 갔다.

아! 드디어 이름만 들었던 '하이드 파크'에서 있는 거 다 내 놓고 점심을 차렸다. 식단이야 늘 같지만 공원에서 점심은 참 좋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영국은 운동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좋다. 점심을 먹고 우리의 특기인 누워 하늘보기를 한다. 오늘은 제법 쌀쌀하고 검은 구름이 모이는게 비올거 같다. 공원 안쪽 호수에서 오리들과 새 구경을 하다보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너무 넓어서 어디까지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다.

오페라를 볼까하고 절반가격에 살수 있다는 '레시스터 광장'으로 갔다. 비가 와서 쌀쌀한데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 한 곳 인줄 알았는데 할인 티켓을 파는 곳이 무척 많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을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론 '페임'을 보고 싶은데, 아이들이 줄거리를 알고 있고 노래도 익숙한 것을 봐야 영어대사를 해도 문제가 안될 거 같아서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사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줄 서있는 곳에 가서 물으니 티켓이 없단다. 다음 월요일이나 되겠다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정보를 들으니 내일 표를 산 사람이 있다. 물어보니 18파운드에 샀단다. 오늘이나 낼 표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 오늘은 4명이 같이 앉아서 볼 표가 없고, 낼 것은 있는데 24파운드란다. 뭐가 뭔지 65파운드부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일단 샀다. 줄 서있는 사람 중에 어제 타워   브릿지에서 만난 학생들을 또 만났다. 우연히도 우리와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한국을 나와, 같은 날 또 같은 비행기로 돌아간다. 정말 신기하다.

일단 산 티켓을 잘 넣고 바로 옆의 소호지구로 갔다. 중국인은 음식 하나로 세계 어디에서나 자기네 구역을 만들어 산다. 메뉴가 중국어로만 써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영어로 쓰인 재료를 보고 대충 골랐다. 거의 훈제 오리 고기다. 유럽을 다니는 동안 국물이 있는 음식을 못 먹어봐서 따끈한 국물이 무척 맛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아이들은 "어느 나라 음식이 젤 맛있든?" 하고 묻는 사람들에게 "중국 음식이요"했다.) 역시 우리네  입맛은 국물이 있어야...... 옆자리에 중국 여자애가 남자 친구인듯한 영국인과 같이 와서 음식을 시켰는데 반도 못 먹고 그대로 남긴다. 아이들은 그 남긴 것이 아까워서.......안타까워한다.

다시 메트로를 타고 비가 갠 국회의사당과 빅벤의 야경을 보러갔다. 2차 대전때도 멈추지 않았다는 영국의 상징 빅벤은 15분마다 종을 쳤다. 강 옆에는 탄력 줄을 매고 회전하는 걸(기계체조 연습하는 것 같은) 타는 곳이 있었는데 4분에 6파운드나 했다. 아이들이 타고 싶어해서 탔는데 조금 할만하니 그만 하란다. 너무 비싸다. '런던아이'라고 불리는 대 관람차를 타려고 했는데(어른은 10.50, 어린이는 5파운드)아이들만은 안 된다고 해서 못 탔다.  

런던의 밤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