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 유럽- 영국 2

낭가 2012. 9. 10. 15:32

- 전체 기간: 2002년 7월 25일~8월 22일(31일)

     영국에선 8월 19일~22일

 

29) 8월 21일(수)  : 영국 런던

조금 일찍 나서서 메트로역에 갔는데 '페밀리 카드'는 9시 30분 이후에 쓸 수 있단다. 역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런 특징도 없는 '런던다리'를 보고 '성 폴 성당'으로 갔다. 한참 크린싱 기간이라 한 쪽 천장의 그림이 떼어졌고, 한쪽은 다 했다고 써 있다.

천장의 장식들이 천장 자체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떼어낼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넬슨제독과 처칠 수상의 장례식, 찰스와 다이아나의 결혼식등 영국의 큰 행사가 치러지는 이 곳은 가장 큰 돔으로도 유명하다. 돔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런던시내를 보니 다시 영국이 살아나고 있는 듯 여기저기 공사가 한참이다. '속삭임의 겔러리'에서 아들과 소리 듣기를 했다.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울림으로 대충 전해졌다. 한 외국인이 뭘 하는 것이냐고 물어서 설명을 해주니 아주 놀라워 하며 벽에 귀를 대본다.  

길을 가다보니 이정표에 '세익스피어 박물관'이 씌여 있다. 맞아! 이곳이 세익스피어의 나라이니 박물관도 있겠지. 그러나 찾은 곳은 박물관이 아니고 공연도 하고 연기를 배우기도 하는 곳 이였다. 박물관은 없다는 안내의 말. 이정표엔 분명히 'museum'이라고 씌여 있었는데....

템즈강가에서 신문지 펴고 점심을 먹고, 템즈강을 따라 웨스트 민스터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점심도 먹고 조깅도 하고 얘기도 하고... 정말 사람들이 많다. 특이하게 생긴 '밀레니움 다리'도 올라가 보고 건물 앞의 넓은 잔디에 앉아 쉬기도 하고 강을 따라 다니는 배도 구경하면서 웨스트 민스터 사원을 가니 줄이 한참 서 있다. 사실 사원과 성당이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안은 비슷해 보인다. 한국어로 씌인 설명서도 있어 반가웠다. 대관식때 쓰였다는 나무로 된 소박한 의자가 있고, 성당도 있고 위인들의 묘도 있다. 반나절쯤 천천히 돌아보면 좋겠다.

트라팔가 광장을 향해 가다보니 '몽고메리 장군'의 동상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 있어 들어가 보니 왕실 근위대가 있는 곳으로 바로 옆이 '제임스 파크'다. 근위병은 아주 어려 보이는데 사람들이 뭘 하건 꼼짝 안하고 서 있다가 가끔 혼자 뭐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손에든 총의 위치와 자세를 바꾼다.

영국 정치의 1번지 다우닝가. 수상 관저가 동네의 집들과 같이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앞에 쇠창살대문이 닫혀있고 경비가 서 있다. 동네로 들어갈 수는 없나보다. 바로 옆이 행정부 관공서. 우리네처럼 담벼락 있고 큰문 들어가서 주차장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길 옆에 건물만 달랑 있어 우체국 들어가듯이 들어간다.

55m 탑위에 '넬슨제독'의 동상이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에는 공사하느라 교통체증이 일어난다. 가끔 정부요인이 지나가는지 경찰 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호위하고 가는 차들로 더 복잡하다. 애들은 분수에 들어가 놀고, 커다란 사자상 위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바로 옆이 네셔날 겔러리. 회화로 유명한 작품이 많은 곳이지만 시간이 없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소호지구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다.

실은 오늘 오페라 보기 전에 저녁을 소호지구에서 먹는다고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로지 저녁시간이 빨리 오기만를 기다렸다. 어제 왔던 중국집에서 하늬가 탕수육을 먹고 싶다고 했다. 이름으론 알 수가 없어서 사전을 찾아가며 설명을 했더니 아하! 하면서 뭔가를 쓴다. 나온건 탕수육과 비슷하긴 한데 양이 너무 적다.

영국에서의, 그리고 우리의 유럽여행의 마지막인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갔다. 시간이 7시 30분인데 시작시간인줄 알았는데 입장시간인가보다. 마침내 왜 그렇게 입장료가 천차만별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3층으로 되어 있는 관람석은 자리마다 가격이 다르다. 우리건 2층에서도 젤 뒷자리인데 같은 열에서도 중앙이 더 비싸고, 3층은 18파운드.우리가 R석, S석 하듯이 단순한 것이 아니고 아주 세밀히 나눠져 있는 것이다. 무대 바로 옆의 칸막이 되어있는 단독석이 아마 62파운드 짜리 인가 보다. 그런 것을 반값이니 뭐니....
자리 앞엔 50페니를 넣으면 나오는 망원경이 달려 있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부부는 돈을 안 넣고 망원경을 뺐다고 좋아한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인도 공짜 좋아하기는 같다.  

'마제스티 극장'의 '오페라의 유령'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였다. 무대 장치는 정말 멋져서 유령이 크리스틴을 태우고 배를 저어 가는 장면은 정말 바다에서 배가 떠가는 것 같았다. 불길이 펑펑 터질 때는 깜짝 깜짝 놀라고, 정말 유령처럼 무대 꼭대기에서 나타나면 감탄의 소리가 나온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는 너무나 아름답다. 보다가 잠이 오면 어쩌나 걱정하던 하늘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푹 빠져있다.

영국에서 몇 일 더 있으면서 더 많은 오페라를 봤으면 하는 맘이 절로 든다. 10시 30분. 가슴 가득히 감동을 안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길가 카페에선 젊은이들의 모임이 요란하다.  

 

30)  8월 22일(목)  :  런던 -태국 경유


출발은 12시 50분 비행기다. 페밀리 티켓을 사서 바로 한정거장 앞의 '홀랜드 파크'를 둘러 보기로 했다. 동네 한가운데 마치 공원이 아닌 것처럼 담이 쳐진 작은 문으로 들어가니 숲이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니 아담한 잔디밭이 있고 돌맹이를 쌓아 놓은 듯한 조각 작품이 있다. 한쪽에선 청소부가 쓰레기를 줍고 있고 그 옆엔 운동하고 지쳤는지 웃옷을 벗은 남자가 누어있다. 다른 쪽엔 한 아가씨가 아침부터 자리 잡고 책을 읽을 모양인지 수건 펴서 자릴 만들고 있다.  고요한 아침의 햇살이 눈부시다. 공작이 걸어다니고 청설모가 나무타기를 한다. 이 좋은 공원을 하나쯤 들고 갈 수 있다면....

그러나 다시 메트로를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까지는 꽤 멀어서 1시간쯤 걸렸다. 몇 개 안되는 공항의 화장실은 여전히 고장에 줄이 길어 비행기 시간에 늦을 지경이다. 공항세는 티켓에 포함되어 있다 길래 남은 파운드로 과자사고(고를 틈도 없이 남은 돈만큼의 액수를 맞춰서 골랐다. 그 틈에도 2개 사면 하나 더 주는 걸로) 한참을 뛰어 겨우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기내식을 먹고 자고 영화 '스파이더 맨'도 보고 ...... 시차 때문에 통 시간 감각도 없고 밥 때도 없어 자다 깨면 기내식 안나오나 기다리고, 먹으면 또 자고..... 성개씨는 그동안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지 감기기가 있다. 그동안 세 사람 요구사항 맞추랴 가장 노릇하랴 가이드에 머슴노릇까지....힘들었을 거다. 물과 먹을 것 때문에  늘  5kg이상의 배낭을 지고 다녀야 했는데, 여행 후반부엔 아들이 많이 매고 다녀 그나마 많은 힘이 되었다.  

   31) 8월 23일(금)  : 태국 경유-대만 경유 -인천

아침 5시 58분, 태국공항에 내려 갈아 탈 비행기를 기다리다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린다. 남은 2유로를 쓰려고 했더니 동전은 안 받는단다. 2달러가 있어 1.50달러주고 얼룩말 사고, 21바트(50센트 상당

 

임) 잔돈을 뭐에 쓸까 하다가 KFC에가니 왠일? 콘이 10바트다. 2개 사먹고 시간을 보내다 시간이 되어 탑승구에 왔는데 아직도 비행기가 안 왔다. 새벽이라 잠 오고 춥다.

9시 30분, 비행기에 탔다. 11시쯤 아점을 먹고 또 잠. 영국시간으론 한밤중이므로 계속 비몽사몽이다. 14시 30분, 대만 도착. 잠시 내렸다 다시 타서 이번엔 점저를 먹고 또 잠. 18시 40분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나오니  9시 뉴스에선 '테이프가 어쩌고 이회창 아들의 병풍이 어쩌고...' 1달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뉴스다. 그게 무슨 NEW냐? 저런거 안 듣고 사니 좋드만...... 우리나라 왔다는게 실감난다.

21시 20분 광주행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학교의 원어민 교사 '켈리'씨를 만났다. 캐나다의 집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8월 24일  새벽 2시, 광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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