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4 중국 1

낭가 2012. 9. 10. 15:34

- 기간: 2004년 8월 1일~6일(6일)

- 일정: 중국 북경 -연길- 백두산- 청도 

 

1) 8월 1일(일)   :  북경

8월의 첫 해가 삐죽이 내미는 시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은 사람들로 부산하고,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상철 선수를 발견. 디카에 담는다. 점심을 먹고 면세점 사이를 어슬렁거리다 떼지어 다니는 축구선수들을 발견했다. 재빨리 뛰어가 이천수, 최성국 선수와 한 컷. 가까이 보니 생각보다 키가 작다.

1시간 후 칭따오(청도)에 도착. 환승을 위해 가다가 포철에 다니는 남편 친구를 만났다. 출장중이란다. 아이들에게 100위안(1위안=150원정도)씩 용돈을 준다. 처음 보는 중국 돈에 신기해한다.

베이징(북경)에 도착. 북경의 가이드는 32살의 조선족 아가씨로 중국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서울서 2년 살면서 언어연수를 했단다. 길림성에 있는 집은 기차로 25시간 걸린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았다. 여러 얘기 중에, 사람이 길을 건너도 차가 서 주지 않으므로 잘 보고 빨리 건너야 한다는 것. 핸드폰을 할 때 우리는 하는 쪽에서만 요금이 올라가는데 여긴 양쪽 다 올라가서 잘 못 걸린 전화가 오면 화나고, 지역마다 요금이 다르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북경의 첫 저녁을 훈제 오리구이로 식사를 하고 <중국 서커스>를 구경하러 갔다. 우리네 70년대 같은 극장에서 하는 것인데 입이 딱 벌어지게 대단하다. 갑자기 전용극장도 없이 떠도는 "동춘서커스" 가 생각났다.

2) 8월 2일(월)   :  북경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모르게 잔뜩 찌푸린 하늘을 인  <천안문 광장>에 내렸다. 혁명 영웅 탑을 중심으로 역사 박물관, 혁명박물관, 인민대회당 그리고 낯익은 모택동 사진이 걸린 천안문이 빙 둘러 있다. 지하도를 건너 <자금성> 입구에 다다르니 엄청난 사람의 인파.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여기 저기 보수공사 중이다.

성은 붉은 벽 위에 황금기와를 이고 있는데 다른 이름의 몇 개의 문을 지나지만 거의 똑같은 모양과 구조로 되어있다. 자객을 예방할 목적으로 땅 아래로는 7층의 돌을 깔고 성벽은 10m로 쌓고 성의 둘레에 넓은 수로를 팠다. 자객이 숨을 곳을 없게 하려고 나무를 안 심었다는 성은 크기만 할 뿐, 품위가 느껴지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폐가처럼 황량하다. 이 거대한 것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죽어갔을까. 성을 나오니 구걸하는 아이들과 아기 업은 여자들, 장애인들이 따라 붙는다.

대기중인 버스로 오니 문제가 생겼나보다. 주차 금지 구역에 차를 세운 리 따거(기사)는 경찰로부터 딱지를 끊었는데... 이곳 기사들은 1년에 12점을 받는데, 그 점수가 다 깎이면 면허가 취소되어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단다. 나이든 사람들은 필기 시험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서 점수 깎이는걸 무지 무서워한다는데 6점이나 깎였다고 화가 이만 저만 난 것이 아니다.

북경대학 의학부(1). 성인병에 대한 강의와 진맥을 하고 약제를 파는 곳. 대학에서조차 돈 벌기에 나섰다. 2,000원을 내고 앉는 자리에서 받는 마사지 코스도 있다. 점심을 먹고 실크공장(2).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과 명주 이불을 만드는 걸 보여주고 실크제품을 판다. 우리가 ‘뽀그리옷’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젤 잘 팔린다.

서태후의 여름 별장인 <이화원>. 15년 동안 오직 사람의 힘으로 땅을 파서 곤명호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흙을 쌓아 만수산을 만들었다.  인공 호수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넓은 호수와 인공 산 위의 불향각이 아름답다. 궁 안은 기암 괴석과 꽃들로 정원을 꾸며 놓았다. 향수에 젖어 어릴 때 먹던 아이스 케키를 사 먹었다. 아이들은 순 얼음뿐이라고 먹다 만다.


호수를 따라 만들어진 728m에 달하는 회랑을 걸으며 천장의 그림을 감상하다 걸터앉아 쉰다. 회랑을 걸으면 여자들은 황후가 되고 남자들은 내시가 된다나 어쩐다나.. 서태후의 한끼 식사가 백성의 한 달 먹을 거였다니 얼마나 사치를 했는지...쯧쯧   수심이 1m정도라는 호수를, 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의 섬 남호도로 건넌다. 물은 흙탕물이지만 뱃놀이하는 사람들이 많고 바람이 시원하다. 
 
진주 양식장(3). 우리의 피조개 보다 조금 큰 조개 속에 진주들이 4-50개씩 들어있다. 그 중 좋은 건 보석으로 사용하고, 못난이는 가루 내어 크림을 만들거나 싼 장신구를 만드는데 쓴단다.

저녁을 먹고 <왕부정 거리>를 갔다. 버스 다니는 길 옆은 온갖 먹거리가 수레위에 늘어져 있고, 쇼핑몰이 몰려있는 곳은 차가 안 다닌다. 백화점의 물건은 생각과 달리, 품질이나 디자인은 우리 거보다 안 좋으면서 값은 거의 같다. 아이들이 젤라또를 사 먹었는데 너무 달다고 먹다 만다.

 

3) 8월 3일(화) :  북경-연길

옥 가공 공장(4). 쇼핑 센터를 들르는 것은 당에서 지시한 것이라, 정해진 시간 동안은 나가지 말고 지켜 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행을 온 건지 물건 팔아 주려고 온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여서 온 몸에 짜증이 덕지덕지 묻는다. 시내를 빠져나오니 '소나타'와 '산타페'가 지나간다. 여기는 외제차가 많은데 유명한 차들의 중국 현지 공장이 있어서 우리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고 한다.

한 참을 달리니 마치 물고기 등지느러미처럼 산 굴곡을 따라 구불구불, <만리 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는데 우리는 젤 높다는 팔달령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탔다. 장성의 길과 벽은 모두 돌로 만들어 졌는데  꽤 가파른 길에 사람이 엄청 나다.  위에서 내려다 본 장성은 참 아름답다. 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이 길고 긴 성벽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땡볕에 서서 한 참을 바라보니 산 구비 돌아 올라서는 바람도, 눈 아래 펼진 그림도 차암~좋다.

명의 황제 16명중 13명이 묻혀 있는 <명 13릉>. 그 중 발굴된 것은 만력제의 능인 정릉 하나라는데 입구 좌우엔 전시실이 있다. 지하궁전은 전체가 석조 구조로 문 하나가 4톤이나 되는 대리석이다. 숫자 9를 좋아해서 모든 왕궁의 문에 장식되어있는 동그라미가 가로 세로 9개씩. 죽어서도 통치하려는 욕심이 눈에 보인다.
크기가 크고, 지하여서 시원한 거 말곤 특별히 볼 것은 없었다. 차 박사(5). 중국의 차를 설명해 주고 시음한 뒤 판매하는 곳. 물론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되는 좋은 상식도 있지만, 강매하는 것이 거의 고문 수준이다. 차를 사면 끼워 준다는 ‘오줌싸는 짱구’ 땜에 딸은 자꾸 옆구리를 찌른다.

북경을 떠나 비 오는 심양에서 저녁(큼직한 잉어 찜이 올라왔는데, 시간이 없어...아깝다.)을 먹고 연길행 비행기를 탔다.  맘에 불편한 여러 가지 때문에, 불편하던 발목도 더 쩔뚝이가 되고 몸도 안 좋다.

 

늦은 시각, 연길에 내리니 “한국 자매 결연 학교 선생님들을 렬렬히 환영한다.” 라는 프랑카드를 앞세운 엄청난? 환영의 인파. 연길엔 광주 살레시오회에서 세운 기술학교가 있다. 말이 합자이지 중국은 빈 땅만 주고 나머진 전부 살레시오회에서 투자를 하는데, 1년이면 2억 이상의 돈이 들어간단다. 그러고도 중국 공산당은 경영에 온갖 간섭을 다 해서, 언제 쫓겨 날지 몰라 눈치를 보며 아주 힘들게 운영을 하고 계신다. 물론 종교적인 어떤 행사나 표시도 할 수 없다. 이곳엔 잘 아는 윤 수사 님과 김 신부님, 여러 수사님들 그리고  미국인인 노 신부님이 와 계신다.


또한 올 봄에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온 아들 친구가 방학이라 왔다고 와 있었다. 모두들 너무 반가워서 그간의 피곤과 짜증도 잊고 악수하느라 정신이 없다.

 

4) 8월 4일(수) :  연길

연길의 거리는 우리네 7-80년대 모습이다. 길에는 타임머신을 탄듯 한 모습의 인력거가 다니고, 간판을 보면 한글을 윗줄에, 한자를 아랫줄에 쓰는데 재밌는 것이 많다. 그중 압권은 “혼사 촬영”-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난다. '웨딩포토' 보다는 더 한국적일까..

가이드는 조선족으로 잠깐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단다. 설명은 열심히 하는데 언어는 같아도 단어의 뜻이 다른 것이 많아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 전엔 조선족이 천대를 받았으나, 88올림픽 후 한국이 잘 사는 나라라는 걸 알게되면서 대접이 틀려졌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관광 오고, 여섯 집중 다섯 집은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와 사업도 해서 지금은 조선족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무심히 흐르는 <해란강>-‘선구자’ 노래에 나오는 그 해란 강. 강이라기 보다 하천에 가깝게 작다. 만주 벌판이라더니,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한 몸 숨길 곳도 없는 이 벌판에서 독립을 위해 싸운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고 남편은 몇 번이나 얘들에게 설명한다.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가 다닌 대성학교등 6개 학교를 합해 만든 <용정학교>. 교정 앞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쓴 시비가 있고, 2층 전시실에는 사진 등의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방학중인데도 나와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용정'(용이 나온 우물이라는 뜻)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된 우물을 보고 나와, 멀리 산 위의 <일송정>을 본다. 소나무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정자를 세웠다는데 너무 멀리 있어 눈꼽만큼 작게 보였지만, 앞 날을 논의하러 몰래 몰래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곰 천지(6). 반달곰을 키워 웅담과 쓸개즙을 빼내어 약으로 만들어 파는 곳이다. 천진하게 놀고 있는 아기 곰과 큰 곰, 모두 너무 귀여워서 약제로 사육되고 있다는 게 안 믿어질 정도.  속상하다.

<연길 국제 합작 기술학교>를 방문. 방학임에도 나와 우릴 맞아주는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학교를 구경했다. 넓은 대지에 환경이 너무 좋다. 실험실들을 한국에서의 수준만큼 만들어 가고 있으므로 연길에선 가장 좋은 학교고, 취직도 잘되니 경쟁률이 세다고 한다. 이곳에선 손님이 오면 멍탕을 대접해야 젤 대접을 잘 했다고 한다는데 우리네 방법과 맛이 달라 좀... 거기다 '향초'라고 넣는 향신료는 어찌나 이상한지... 손님은 잘 못 먹고 주인들만 맛있다고 몇 번이고 먹는다.

교장은 공산당 간부인데 말투나 행동이 딱 우리가 생각하는 공산당이다. 술들은 또 어찌나 잘 먹는지 보통5-60도 되는 술을 컵에 따라 마시는데 무조건 원샷이고, 여 선생님들도 똑 같다. 우리네 소주는 싱거워서 못 먹는단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금세 친해져서 모두 형님 아우하며, 중국노래 연변노래 한국가요까지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기념 촬영을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학교를 나와 윤수사님과 아들 친구가 동행 하여 중국. 북한의 국경지역인 <도문>으로 향했다. 


두만강 물 위에 걸쳐진 다리, 아래 반씩이 색이 칠해져 있는데 붉은 색은 중국이고 파란색은 북한이다. 전망대에 올라가 건너다보니 북한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어떤 분은 두만강 물을 페트 병에 담으신다. 이제 내일 백두산에 가기 위해 ‘이도백하’를 향해 간다. 6시간이 걸린다는데 가는 도중 한족 마을에 유일하게 조선족이 한다는 휴게소에 들렀다. 파는 커피는 글씨도 선명한 맥심 커피믹스다.


차가 가다가 자꾸 서더니 결국 고장이 났다. 임시 방편으로 어찌 어찌 가다가 정비업소에 들렀다. 시골 화장실은 허리 높이로 옆만 막아놔서 일보는데 서로 민망하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동네 사람들의 야간활동?을 보았다. 서너살 먹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 나와서 기차놀이처럼 줄줄이 손을 흔들면 춤을 춘다. 운동 삼아 날마다 하는 것이란다.(당에서 하라고 한단다.) 동네 사람들도 나와 구경하는데, 날마다 하는 것이라면서 보는 것도 재밌나?

도착한 숙소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4층까지 짐을 날라야 했다. 엄청 많은 한국인들. 몸엔 산행복장인 쿨맥스로 감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짐을 들어다 달라는 둥 투덜대고 야단이다. 저녁 바람이 꽤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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