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4 중국 2

낭가 2012. 9. 10. 15:36

- 기간: 2004년 8월 1일~6일(6일)

- 일정: 중국 북경-연길-백두산-청도 

 

5) 8월 5일(목)  :  백두산 - 청도

새벽 5시 기상. 이제 막 잠깨는 백두의 하늘을 보며 출발을 한다. 이들은 장백산이라 부르고 우리는 백두산이라 부르는 산. 산문에 도착.  잠시 더 가다가 짚차로 갈아탔다. 날씨는 좋은데 구름이 가득 이다.

처음 길은 시멘트 포장 길인데 워낙 빨리 달려서 코너를 돌 때면 거의 퉁겨 나갈 것 같다. 돌길을 보수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있다. 1,800m를 넘어가자, 키 작은 관목과 이름 모를 야생화의 잔치가 시작된다. 아래로 보이는 구릉이 동글동글 예쁘고, 그 사이로 난 길이야말로 만리장성 같다. 이미 찻삯은 치렀건만 팁을 차당 12,000원씩 따로 주란다. 윽!! 이많은 한국인들이 오직 백두산을 보기 위해 오는데 1년이면 그 돈이 얼마나 될까? 북한은 금강산도 개방했으면서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 백두산을 가게 해 준다면 그 돈이 만만치 않을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쓸데없이 중국에 버리는 거 같아 화난다.


구름속으로 들어와 앞이 안 보인다. 아침 일찍 이라 구름이 올라오는가 보다. 넓은 주차장에 내리니 2,670m의 <천문봉>은 거기서 5분이면 올라간단다. 길이 조금 미끄럽고 가파를 뿐, 이게 무슨 산이란 말인가? 너무 허망하고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람은 세고, 기온은 8도를 가리킨다. 금세 부스러져 내릴 듯한 바위들이 삐죽이 솟아있는데 안개에 싸여 <천지>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막이 옷을 입고 덜덜 떨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백두는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천지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하산. 한 5분 내려오니 날씨가 좋아 속상하다. <장백폭포>로 이동해 송화강 물줄기가 된다는 천지의 물에 발을  담갔다. 너무 차서 1분만 지나도 감각이 없어진다. 한복을 빌려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온천 갈 사람은 가고, 우린 폭포 아래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천지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천지로 가는 터널 길이 마치 열차를 세워 놓은 듯하다. 계속 계단인데 2시간 반정도 가면 된단다.  내려오는 길에 온천 물로 익힌 계란이 3개 천원. 옥수수도 3개 천원이다. 중국은 중국인데 돈도 우리 돈이 사용되고 가격도 거의 우리네 시장 수준이다.

백두산 장수마을(7)에서 상황 버섯등 건강제품을 판다. 한국에서 온 한국 사람이란다. 멀리 까지 와서 고생은 한다마는 쇼핑 강매도 지겹다. 일단 들어갔다가 슬쩍 빠져나와 길가에 피어있는 봉숭아를 뜯어 손톱에 올렸다. 남길게 없으니 백두산 봉숭아물이라도 들여가야지.

꿀 파는 곳.(8) 백두산에선 시간이 없다고 금세 내려오라고 야단하더니, 돌아오는 길은 아예 장사를 한다. 차에서 내리기도 싫다. 좀 가다가 금강산 박물관.(9) 이 곳은 북한에서 직접 차린 사업장으로, 북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우황청심환을 판다.  굶는 동포들을 도와 주게 사 달라며  대놓고 구걸을 한다. 문 앞에 서있는 다후다 천 치마 저고리를 입고, 핏기도 없고  표정도 없는 아가씨들이  안쓰럽다. 이제 더 들릴 데가 없으니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안심을 시키더니 가이드가 (10)CD를 내 놓는다.  백두산의 정경을 담은 것이란다. 처음엔, 천지의 변덕스런 날씨로 몇 번을 와도 못 보는 사람이 많다고 위로하더니, 이젠 못 봤으니 CD를 사서 꼭 봐야 한단다. 수대로 못 팔면 자기가 다 사야 한다고 협박?까지 한다. 이런~  동포라는 이름을 팔아 너무 심하다.  그래도 난 안 산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같이 가신 신부님이 사서 아들을 주신다. 이크... 손톱에 봉숭아꽃 붉은 물이 흐리게 들었다.

공항엔 이제 환송의 인파. 노신부 님은 계속 좋다만 연발하시고, 모두들 헤어지기가 못내 안타까워 갈 시간이 됐음에도 모두 손잡고 인사하느라 ....

검색 대를 나오다 남편 주머니에 있는 빅토리녹스 칼이 걸렸다. 늘  짐 가방에 뒀는데 이번에 쓸데가 있을까봐 꺼내 뒀다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럴땐 수화물로 당연히! 자기들이 부쳐 줘야 하는 건데!!  안 된다고 직접 나가서 하란다. 이런... 시간이 없어서...  에라, 그래 너 가져라 하고 건네주니 얼른 치워놓는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된 것이라 너무 아깝다. 이래 저래 맘에 드는 건 하나도 없는 곳이다. 아니,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있다. 도로와 경계석으로 막아 만든 자전거 전용도로. 엄밀하게 전용은 아닌듯 하지만, 어쨋든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 길이 부러웠다.

 

 청도에 도착하여 마지막 짐을 풀었다. 청도의 가이드 아가씨는 일이 서툴러서, 금세 잘리겠다고 우리끼리 걱정을 했는데, 나중 알고 보니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  중국은 자기나라를 찾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거의 없는 나라이다. 영어도 통용이 안되고 일처리가 늦어도 미안하다거나 잘 해 주려는 친절한 미소도 없는 곳이다. 오직 돈만 보는 나라. 대국의 오만함이 가득 차있는듯 하다. 적어도 내가  간 곳은 환전을 할 필요도 없이 한국 돈이 그대로 쓰인다. 

 

6)  8월 6일(금)   :  청도 - 인천

청도는 원래 예정에 없던 곳이였는데 비행기 표가 안 맞아 갑자기 생긴 일정이다. 바닷가라 일찍부터 외국과의 접촉이 많아 일찍 개화한 곳으로, 바다를 보러 많은 중국인들이 몰려오는 중국인들의 관광지란다. 상당히 습도가 높고 덥다. 엄청 사람도 많고 복잡한데 건물이나 길이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잘 되어 있어 중국이 아닌 것 같다.

<소어산>은 많은 청소년들의 쉼터이기도 한 듯 아이들이 많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툭 트여 시원하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시드니를 떠올리게 했다. 아래 보이는 해수욕장에 사람이 바글바글... 그동안 묵었던 호텔에 수영장이 없는 관계로 챙겨온 수영복을 들고만 다녔는데 이 기회에 한번 입어볼까? 했는데 일행들이 다 싫다고 해서 서운했지만...

청도의 상징인 <잔교>는 처음에 군사용 항구로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유원지가 된 곳으로 그 끝에 있는 ‘희란각’이 바다와 어우러져 운치있다. 낚시하는 사람, 뜰 채로 뭔가 건지는 아이들, 수영객, 조개 껍질로 만든 목걸이와 뿔 고동을 파는 상인등 정말 사람이 많다. 해가 뜨거워서인지 아직 그런 문화가 없는 건지 썬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에 소청도(원래는 그 섬이 청도였는데 이 도시를 청도로 부르면서 소청도로 칭하게 됐단다)가 있다.

<독일 총독관저>는 아담하고 아름답게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모택동이 잤다는 침대 끝에 발판이 연결되어 있는데, 키가 커서 (180m) 발이 침대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그 발치에 연결을 했다고 한다. 청도엔 좋은 풍광 때문에 각 국의 대사관저와 별장이 다 있다는데  그 곳이 <팔대관>이다. 20여 개 국의 건축양식을 두루 볼 수 있는 곳으로, 숲과 정원과 건물의 조화가 서양의 한 부분을 떼어다 놓은 것 같다. 중국 연속극에서 서양 부분은 다 이곳에서 찍는다고 한다.

잘 꾸며진 <5.4공원>을 차로 돌아보고, 청도 맥주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다가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풍물시장>에 내렸다. 이곳은 온갖 짝퉁이 다 있다는데 무조건 몽땅 깎아서 사야 한다고 한다.

지하 1층을 포함하여 3층으로 되어있는 건물 안에는 물건과 사람으로 콩나물 시루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깨' 다음으로 많이 산다는 '짝퉁'.- 루이비똥, 프라다, 구찌,샤넬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상품이 즐비하다.

나야 워낙에 내가 명품이라(윽!!) 별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디자인이 예쁜 작은 가방을 하나씩 샀다. 우리 돈으로 5-6천원 정도여서 싸서 사줬다. 값을 깎는 흥정도 어느 정도까지 인지

 

모르겠다. 거의 5-7배씩 부르는 듯하다. 다닌 곳 중에서 유일하게 위안화만 받으려 했다. 위안화가 부족해 몇 천원 받긴 했지만.... 달러도 싫단다.

길가 휴게실에서 유명하다는 ‘청도 맥주’ 맛을 보고 공항으로.... 여행에서 돌아와 만난 인천 공항이 이처럼 반가울 때가 있었을까?  밤 깊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전히 붐비고... 

8월 7일 토요일 새 벽 2시,  집은..... 꽉 닫혀진 한 주일의 열기를 품고 온통 발효되고 있었다.
  
* 어찌나 쇼핑공장?을 데리고 가던지 몇 곳인지 번호를 써 봤다. 10개다.   생각보다는 적네?? 다닐땐 20개도 넘는 줄 알았다.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간 곳아닌 다른곳 (계림이나 장가계나 다...) 도 마찬가지란다.
중국을 가려면 이런 문제에 무심하고 가든지,  가지 말든지 해야한다. 물건이야 안사면 그만이지만, 그 시간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