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 브뤼셀. 영국

낭가 2012. 9. 10. 15:30

 

26)  8월 18일(일)  : 브뤼셀- 영국 런던

오늘은 브뤼셀을 거쳐 영국으로 들어가는 날이고 유레일 패스를 쓰는 마지막 날이다. 6시 40분 기상하여 8시에 숙소를 나섰다. 스트립이 조금 남아 표 검색기 위에 놓고, 브뤼셀행 기차를 탔다. 앞자리에는 친정을 다녀가는 엄마와 돌쯤 보이는 아기가 탔는데 남편은 아기만 보면 뭘 주려고 한다. 한국의 북을 줬더니 아기엄마가 고마워 한다.

11시 30분 브뤼셀 midi역에 도착했다. 관광의 중심인 central역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니 메트로는 없고 기차로만 간단다. 모든 나라는 다 메트로나 트램을 이용해서 이동을 했는데 유일하게 여기는 역으로 이동 수단이 기차밖에 없단다. 인포의 근무자도 무지 불친절하다. 그걸 알기 위해 30분 이상을 소비했다. 기차는 10-15분마다있어 센트랄역으로 이동.

중심인 '그랑플라스'로 가는 좁은 도로엔  사람으로 북적대고 있었다. 빅톨위고가 '세계 제일의 광장'이라고 했다는 그랑플라스는 길드하우스 왕궁과 시청사가 둘러있고, 돌로 된 광장에는 꽃송이로 양탄자를 만들어 놨다. 처음엔 시들시들한 게 뭔가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세상에! 전부 꽃송이와 잔디만으로 그림을 그려 놨다. 분수도 만들어져 있는데 그것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더니 전 년도의 그림을 보니 분수가 없다. 항상 8월 중순에 만들어 놓는단다. 우리가 마침 때맞춰 잘 온 것이다. 올해의 광장 그림은 엽서로 되지 않아서 사진으로 팔고 있는데 4유로나 되었다.


광장 옆에 앉아 점심을 먹고 길목에 있는 뭔지 모를 조각품을 만지고(행운이 오는 건지, 다른 면은 때가 끼어있고 만지는 곳만 금색으로 번쩍였다.)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갔다. 60cm의 동상은 생각보다 더 작아서 그냥 웃음이 피식 나왔다. 푸른색 군복을 입고 있었다. 기념품점에는 레이스와 쵸코렛과 특이한 문양의 천으로 만든 옷 그리고 오줌싸게 인형모양의 인형과 코르크 마개 병따개가 대부분이다.

화장실을 찾다 색다른 음식이 보여 들어갔다. 인도 음식인 듯한데 '두름 durum'이란다. 짜빠티에 고기와 야채 볶은 걸 넣어 싼 것이 다. 아이들이 무척 맛있단다.

마네 광장을 지나 '미셀성당'을 찾았다. 13세기에 300년에 걸쳐 만들어 졌다는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그테인드 글라스가 그림으로 되어 있어 참 아름답다.

쉴려고 왕궁근처의 공원을 찾았다. 워낙 좋은 곳을 많이 봐서인지 너무 공원이 초라하다. 넓기는 한데 잔디도 맘에 안 들고 분수는 더럽고.(우리는 이런 거 반도 없으면서 눈만 높아졌다.) 그래도 그중 나은 곳에 누워 잠시 쉰다. 유럽의 날씨는 대개 더워도 그늘만 가면 시원한데 여긴 덥다. 비디오 찍는(?) 커플의 모습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내려오는 계단의 분수에서 나오는 물은 아예 녹색이다. 거의 엽기적이다. 차라리 저렇게 관리하려면 그냥 조각만 있는 게 나을 거 같다.

조금 남은 시간을 미디역에 있는 벼룩시장 구경으로 보내려고 미디역에 왔더니 처음 역에 내렸을 때 있던 그 많은 노점상이 싹 없어졌다. 아마 일요일이여서 열린건지, 오전만 열리는 건지 그런 모양이다. 영국 물가가 비싸니 좀 사가려고 슈퍼에서 식료품을 샀다.  

21일간 탔던 유레일이 끝나고 유로스타를 타러 갔다. 비행기처럼 티켓, 짐, 여권검사를 한다. 줄을 서 있는데 열차에 문제가 있어 40분 정도 늦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무슨 문젤까 궁금했는데 잠시 후 초등학생 단체 팀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이 팀 때문에 그랬나보다. 금세 문제가 해결됐단다. 5시 20분 유로스타 출발. 기차 안에서 여권에 도장 찍어주고 해저 터널 지나기 전에 안내 방송을 해준다. 바다 밑을 뚫고 간다는 말에 딸은 고기도 보이느냐고 묻는다. 6시 30분에서 50분까지 20분 동안 바다 밑 지날 때, 인어가 보인다고 보라고 했더니 유리창에 코를 박고 본다. 보이는 건 아가씨 인어의 얼굴ㅋ

7시 10분(영국시간) 워터루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파운드화(1유로=1.493파운드)를 찾고 숙소를 찾기 위해 길을 묻는데 직원이 참 친절하다. 아마 거쳐간 유럽중 가장 친절한 듯 하다. 또한 조금이라도 배웠다고 영어를 쓰는 곳에 오니 한국말을 하는 듯 편하다. 내가 한 말을 상대가 알아듣고 상대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메트로를 타고 내려 숙소인 K-WEST를 묻는데, 아기를 안은 아빠가 가던 길을 돌려 아예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다. 참 고맙다. 이제 유럽배낭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다. 왠지  벌써?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