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베네치아 무라노섬

낭가 2012. 9. 10. 15:22

 

17)  8월 10일 (토) :  베네치아, 무라노섬

9시 25분, 비가 오는 거리를 걸어 베네치아행 IC를 탔다 . 12시 37분, 베네치아 메스트르역에 도착해서 다시 1시 03분 베네치아 산타루치아행으로 갈아탔다. 1시 13분 역에 도착했는데 비가 온다.  유리공예를 구경하기 위해 무라노섬행 바포레토(수상버스) 42번을 탔다. 로마시대이후 독창적인 유리 제작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무라노섬으로 모든 공장을 옮겼다고 한다.

멀리 육지처럼 섬들이 보이고 물 위로 버스 노선표시(?)인지 말뚝처럼 나무가 삐쭉이 나와있다. 흐린 하늘을 인 흐린 바다를 가르며  2시, 무라노섬에 도착했다. (보통 30분 걸리는데 직행이여서 15분 걸렸다.) 이곳은 섬인데 물이 바로 대문 앞까지 있고 길목마다 물길이라 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섬과 육지의 개념이 아니다.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나와 공장구경을 하라고 들어오란다.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자 두 명의 기술자가 꽃 장식 하나와 말을 아주 간단히 만든다. 신통하다. 좀 어려운 걸보고 싶었는데 그게 끝이고, 가계에서 만들어진 걸 보면서 사기도 한다. 값이 만만찮다. 그곳을 나와 옆 가게를 갔는데 한국인이라고 하자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장사를 위해서 배운 한국어인데 꽤 발음이 좋고 정확하다. 무라노라는 상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인증서를 보여주는데 한국말로 뭐냐고 묻는다. '인증서'라고 말해주자 종이에 적는다.  성의와 노력이 가상해서 귀고리와 선물을 샀다. 한국식 에누리를 알아서 뒷자리는 깎아 주기도 한다.

바포버스 5번을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표는 왕복을 샀는데 나올 때만 검사한다.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산 마르코 광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고 비둘기 떼는 사람보다 많다. 산 마르코 성당은 복장검사만 하고 들어갔는데 천정이 온통 금색의 성화로 그려져 현란하고 위에 베란다 올라가는 곳만 따로 1.30유로를 받는다. 두깔레궁은 한참 보수공사로 복잡하고 너무 비싸서 (어른 9.30,아이 3.0)안 들어갔다. 화장실은 0.52로 가장 비쌌는데 그나마 찾기도 어려워서 죽는 줄 알았다. '탄식의 다리'를 보고 한참 비둘기와 놀다가 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길은 완전히 미로게임이다. 차도가 물길이고 배가 다닌다. 자가용이 보트인 셈이다. 길을 묻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로 너무 복잡하다. 리알토 다리를 건너 꼬불꼬불 오다가 좌판 과일가게가 있어 사려는데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고를 수 없고 살 값만 말하면 주인이 집어준다. 콜라도 2.50이여서 싸다고 샀더니 좀 더 걸어오자 만난 슈퍼는 과일도 콜라도 더 쌌다.

메스트르역으로 와서 오면서 산 통닭과 빅맥으로 저녁을 먹는다. 이제 누가 보든 말든 둘러앉아 자리펴고 샌드위치 만드는게 일상생활이 되었다.

8시 53분 비엔나행 쿠셋을 탔다. 쿠셋에는 이미 50대의 독일인 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서로 손만 꼭 잡고 한마디도 안하고 어찌나 조용한지 겁이 날 지경이다. 에비앙 생수 6개 얹어 놓고. 얼마나 가방 단속을 하던지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겠구나 안심되기도 했다. 차장이 표와 유레일 패스를 걷어 가면서 문 잠그는 법을 알려주는데 이중장치다. 이곳이 좀 위험한가 싶은 맘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