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이탈리아 로마

낭가 2012. 9. 10. 15:20

14)  8월 7일(수) : 이탈리아 로마


같은 쿠셋에 있게된 남녀는 좀 묘한 커플이다. 담배를 뻑뻑 피우고 마피아 졸개 같은? 분위기. 무슨 얘긴지 하하 호호 하다가도 금세 열내고 싸운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로마행이라 무척 조심하면서도 잠은 잘 잤다. 기차가 9시 35분 도착이기 때문에 맘 편히 늦잠을 잔 것이다. 8시가 넘자 시트를 걷어가더니 아침이라고 빵 3개와 쥬스 커피를 준다. 늦게 내리면 아침도 주는구나.

테르미니역에 내려 소매치기 조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숙소를 찾는데 한 5분 거리에 있다. 다행이 방이 비어있어서 짐을 풀고 젖은 빨래를 넌 뒤 이른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카타꼼~배로.

로마의 거리는 먼지도 쓰레기도 많고 건물도 거의 지저분하다. 다 옛 것뿐 새 것은 없는 듯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에게 물으니 714번을 타고 성 지오바니서 내려 218번을 타란다. 차표를 자동 판매 기계에서 사라는데 간 곳마다 기계가 고장이다. 성한 것 찾기가 더 어렵다.

카타꼼배는 세 곳이 있는데 요일마다 여는 곳이 다르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성 세바스티안'으로 갔다. 햇볕이 뜨거워 거의 삶아질 정도다. 점심시간이라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가 가이드 투어를 한다. 가이드의 영어 발음이 이상해서 안 그래도 잘 안 들리는데 듣기가 더 힘들다. 하늬는 자꾸 통역을 해 달라는데 나도 겨우 큰 건지만 건져 듣고 있는 중이라 힘들다.

미로가 몇 백 km라고 하는데 옆으로 빠지는 길은 못 가게하고 계속  직진만 해서인지 금세 돌았다. 잘 못 들면 길은 잃는 건 순식간 일 듯하다. 생각보다 천장도 높고 넓은 공간도 있다. 길옆으로 많은 무덤이 있고 관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 곳에서 먹고 자고 교육과 집회도 했다하니 한 나라라고 생각해도 될듯하다. 더 깊이 내려가는 곳도 있던데, 저 아래까지 한번 내려가 보면 좋겠는데 안 된단다.


1시간쯤 뒤에 나와 성 지오바니 성당 앞에서 내렸다. 버스는 어떻게 된 건지 계속 표는 사는데 검사도 안하고 버스 속의 체크기도 고장인지 안 된다. 기계에 표를 넣는 사람도 없다. 버스는 무료인가? 그럴리는 없는데 뭐가 뭔지 아무튼 이상하다. 성당 내부는 온통 금박과 조각으로 휘황찬란하다. 더 이상 화려 할 수 없을 정도로 꾸며져있다. 성당만 많이 본다고 성개씨는 안 들어가고 나만 들어갔다 나왔다가, 다른 건물인줄 알고 앞으로 갔는데 그곳이 성당의 정면 이였다. 얼마나 큰지 멀리서도 전체가 다 안 들어온다.


걸어서 찾아간 콜롯세움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콜롯세오+파라티노'가 8유로다. 할인이 4유로인데 어느 나라냐고 묻더니 유럽인이 아니라서 할인을 못 해준단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냥 자기네가 정한 거란다. 웃기는 짬뽕이다. 어린이인 하늬까지 다 8유로를 냈다. 기독교를 팔아서 사는 나라가 젤 차별이 심하다.


기원전 72년에 시작하여 8년에 걸쳐 만든 콜롯세움은 로마제국의 황금기를 보여준다. 여러 곳을 보수하고 있는데 과연 경기장은 크고 대단했다. 경기장을 만든 돌 하나 하나가 너무 커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새삼 궁금하다. 원래는 바닥이 깔리고 그 위에서 맹수들과 검투사들이 싸움을 했을 것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은 바닥을 들어내서 그 아래 미로가 다 보인다.

아래 위층을 다 돌아보고 지는 해 아래 콜롯세움을 내려다보니 그 때의 영광과 백성들의 고난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개선문 쪽으로 나오니 검투사 옷을 입은 사람이 사진 찍잔다. 물론 돈 낸다. 길에는 말똥이 굴러다닌다. 바로 곁의 '포로 로마노'를 가려고 했는데 길을 잘 못 찾는 바람에 문닫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다시 콜롯세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거기 입구가 있고 뭔지 모르고 산 파라티노가 바로 포로 로마노였다. 

 

낼 오후 1시 30까지 입장하면 볼 수 있다는데, 내일 아침 바티칸 가는데 1시까지 와 질까? 그 표를 다시 쓰기 위해 1시까지 올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다 감정이 상했다. 바티칸 가봐야 알지, 그곳에 더 좋은 뭔가가 있으면 오래 있을 수 있는 거니까. 파라티노가 따로 있을 거라고 해도 내 말을 안 믿고 무시하더니...

시간은 8시가 넘고 , 오늘 저녁은 오리지날 이탈리아 피자를 먹자고 했는데 혼자 핑핑가니 말도 안 나온다. 맛있는 저녁을 기대한 아이들은 말도 못하고 피자 집을 지나칠 때마다 고개만 빼다 지나간다.  예수 탄생때 쓴 말 구유가 있다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을 지나 테르미니까지 왔다. 결국 시간도 너무 늦고 피자 집 찾기도 힘들어 빅맥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방의 빨래 줄이 걷어져 있다. 직원이 들어와 줄을 빼 놓은 것이다. 항의를 했더니 자기네들은 그런 걸 싫어한단다. 여행 다니는 사람들 으레 그러려니 이해해 줘야지. 아침도 빵과 커피가 전부일 듯 요구르트와 포스트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첫날부터 로마가  영 맘에 안 든다. 애들은 빅맥 먹고, 어른들은 속상해서 굶고. 빨리자야지. 낼 일찍 바티칸으로 가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