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8월 6일(화) : 인터라켄-루째른-로마행 야간열차
5시. 겨우 눈떠서 짐만 챙겨들고 나왔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아침으로 싸준 도시락 봉지를 풀었다. 샌드위치 사과 쥬스 바나나 쵸코렛 그리고 삶은 달걀까지.
7시 10분, 루째른행 기차를 탄다. 좌석이 텅 비어 우리뿐이다. 예약할 땐 1등석이 없다고 2등석을 주었는데 이렇게 텅 비어 있다니 좀 그렇다. 유레일 예약을 받는 사람이 영 성의가 없어서 잘 찾아보지 않은 탓이다.
한 두 방울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오니 날씨가 꽤 쌀쌀해서 점퍼까지 다 입고 있다. 9시 30분, 역에 내려 지하의 코인 락커를 찾았다. 6프랑인데 잔돈이 나올 줄 알고 7프랑을 넣었더니 그냥 먹는다.
지도를 챙겨 역을 나오니 바로 왼쪽으로 카펠다리가 보인다. 1333년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로 붉은 기와지붕과 흰 강물, 다리 옆의 붉은 꽃 장식이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 다리 안 천장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옆의 물 탑은 파수대였다는데 개방하지는 않았다.
로이스강을 따라 걷다가 무제크성벽을 올랐다. 석회수 강물은 꽤 깊고 넓고 물살이 세다. 성벽은 900m쯤 남아있는데 성벽을 따라 여러 개 있는 성루는 다 올라가 볼 수 있다. 성 안쪽엔 개 달리기 시합장인 듯한 곳이 있어 재미있다. 유럽엔 어린이의 손잡고 나온 사람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개가 이쁘다고 말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성벽을 내려와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고 구 시가지로 들어서니 이 곳은 번화가다. 위에서 볼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했는데 ..... 이곳 저곳 구경 다니다보니 광레스코화(비인 마르크트광장)로 장식된 건물과 분수가 이채롭다. 화장실을 찾았는데 유럽에선 처음으로 무료 화장실 이였다.
'빈사의 사자상'은 9m로 생각보다 컸다. 1792년 파리 튈러리 왕궁에서 루이 16세 일가를 지키다 전멸한 스위스 용병 786명을 위한 기념비로 커다란 자연 돌 벽을 깎아 만들었다. 바로 옆에는 빙하공원이 있다.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데 말 그대로 사진만 찍고 간다. '와!' '여기 서봐' 찰깍 '가자'
루째른에서 시간이 넉넉해서 천천히 다니며 한참씩 쉬면서 스위스의 향기를 충분히 맡고 다니니 참 좋다. 비자카드를 받는 데가 있어서 작은 종을 선물용으로 사고 하늘이는 작은 칼을 샀다. 카드로 선물을 사고 보니 돈이 남아서 슈퍼로 갔다. 남은 돈 45.10프랑을 계산하며 샀는데 막상 해보니 45.50프랑이 나왔다. 값을 맞추려고 사과를 빼려는데 그냥 주겠단다. 아침 도시락에 무료화장실에 깎아주기까지... 감사합니다^^
비가 조금씩 오는 길을 걸어 피어발트슈테티호수로 산책을 갔다. 백조와 오리가 떠다니고 석회물의 흰 호수가 한가롭다. 아쉬운 맘에 다시 카펠다리를 가니 아침에 있던 야채 과일 꽃 시장이 다 사라지고, 악기를 들고 장식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건너 역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기차를 기다린다. 종일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좀 추웠지만 참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올텐을 거쳐 스피에스에서 로마행을 기다리던 대합실에는 가이드 딸린 한국인 그룹이 진을 치고 있고 외국인은 서너 명밖에 안 된다. 어딜 가나 한국 학생들이 많아 아쉬운 일이 없으면 아는 척 안 한다. 떼거리로 다녀서 그런지 무척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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