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8월 3일(토) : 니스-샤갈 미술관 샬레야광장 해변
창 밖이 희미하게 밝아온다. 지중해다. 7시. 니스 빌레역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만 맡기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샤갈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주택지구에 마치 보통 집처럼 미술관이 있다. 개관시간이 10시여서 그동안 시미애 지구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 니스의 풍경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로 참 한가하다. 가을처럼 많은 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딩굴고 공원이나 호텔처럼 보이는데 개인 집이라고 푯말이 붙어있다. 참 아담하고 조용한 도시다. 한 20분 걸려 시미애지구에 도착했으나 시간상 돌아보진 못하고 아침 산책을 즐긴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샤갈미술관엔 단체버스 네 대가 와 있었다. (어린이 학생 교사는 무료) 주로 일본과 중국인이다. 샤갈의 대표적 17장의 성서그림을 봤다. 환상적이다. 정형적인 것보다 조금 어긋나 있고 비현실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윤 무엇일까. 파랑과 빨강을 많이 쓴 커다란 그림이 꿈처럼 다가온다.
콘서트 홀에 있는 세 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하면서 잠시 졸았다. 성서의 내용이여서 그런지 엄숙함이 느껴졌다. 미술관을 나와 샬레야 광장으로 가는데 친절한 할머니가 길을 잘 가르쳐 주신다. 노인들은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 여행 간 적이 있다는 일본 동전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주신다. 우리도 한국의 탈을 기념으로 드렸다.
샬레야 광장은 재래시장으로 구불구불 골목마다 그림과 수공예품, 그림 조각등을 파는 가계가 줄지어 있고 직접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골목을 빠져나가니 오후2시까지만 선다는 과일 시장. 갖가지 이름모를 과일들을 kg당으로 팔고 있는데 싸고 맛있다. 파장시간이 다 되가니 떨이도 준다. 과일을 보니 가슴이 가득하니 너무 좋다. 검은 자두와 껍질째 먹는 검은 포도 picotas는 정말 맛있고, 모양은 주먹만한 표주박인데 사과 맛이 나고, 가운데 큰 씨가 들어 있고 살이 물컹한 특이한 과일등 첨 보는 과일도 많다.
통닭과 살구 복숭아 포도 토마토 그리고 이곳의 명물이라는 꽁피즐리(과일을 통째로 절인 것)를 사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해변은 잔 돌맹이로 되어있어 모래가 안 묻으니 좋은 대신 발바닥이 아프다. 모두 일광욕하느라 누워 있는데 남녀 노소 가릴 것 없이 거의 나체로 비키니 팬티만 입고 있다. 담배는 왜 그리 피워대는지 유럽 어디든 니코틴 냄새가 독하다. 첨엔 눈 돌리기가 좀 애매했는데 조금 있으니 덤덤해진다.
해변에서 점심을 먹고 샤또성에 오를 예정이였는데 바다를 보자 모두 그만 가잔다. 많은 사람들이 대자리나 수건 한 장 들고 와서 펴고 그 자리서 겉옷을 벗고 팬티바람으로 누워 있다가 해변 가에 있는 샤워기로 한번 씻고 간다. 바다엔 거의 들어가지 않고 몇 시간이고 누워 있거나 책을 본다. 서로 오일도 발라주며 영화(?)를 찍는 커플도 있다.
우리는 포대기로 가리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풍덩. 맑고 투명한 옥색이 꽤 차다. 햇볕은 엄청 뜨거운데 해가 구름 속으로만 가면 시원해서 졸음이 솔솔 온다. 애들은 큰 파도가 올 때마다 신나서 파도 넘기를 한다. 바람이 많아서 양산이 자꾸 뒤집어 지고, 수영하느라 힘들어서 일단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해변 가에는 재미있는 조형물들을 구경하며 숙소로 오니 방이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가란다. 지쳐서 더 걷기도 싫고 화가 나서 따졌지만 이건 일방적이다. 직원의 안내로 조금 걸어 다른 곳으로 이동. 짐 풀고 빨래해서 베란다에 널어놓고, 나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얘들이 지쳐서 쿨쿨. 이곳 저곳을 다녀도 고기 파는데는 없고, 7시가 넘으니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젤 만만한 것이 맥도날드. 와인이 엄청 싸서 거의 물 가격이다.
와인 1병을 비우며 저녁을 먹고나니 몸이 노근해 지면서 성개씨는 꿈나라로 가버리고 얘들은 tv만화보고. 밤의 니스해변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에라 나도 자자.
11) 8월 4일(일) : 모나코 깐 - 스위스로 이동
정해진 열차 시간이 없어 느긋이 일어났다. 빨래를 안 걷고 잤는데 밤새 말랐다. 건너편 숙소의 베란다에도 빨래가 가득하다. 짐을 챙겨 모나코로 향했다. 20분쯤 가니 '모나코-몬테카를로 역'이다. 모나코만 생각하다 옆의 아줌마가 이곳이 모나코라는 말에 깜짝 놀라 간신히 내렸다. 이곳 역들은 도대체 이름도 정확하지 않고 잘 쓰여있지도 않아서 늘 헤맨다. 코인라커에 짐을 넣고 공항같은 역 밖으로 나오니 모나코 궁으로 가는 오르막이 보인다. 꽤 날씨가 덥다.
왕궁은 해변의 곶이 나온 모양대로 절벽 끝에 성벽을 쌓고 만들어져서 펑 뚫린 바다가 시원했다. 세계에서 바티칸 다음으로 작은 나라. 우표엔 왕년의 배우이자 왕비인 '그레이스 케리'의 모습과 왕족의 사진이 많이 있다. 왕궁을 한바퀴 도니 수족관 박물관도 있고 정원이 아담하고 예쁘다.
스탬프가 아름답다고 해서 우체국을 찾았는데 아차! 오늘이 일요일이다. 우표만 몇 장사서 그동안 써놨던 엽서를 보냈다. 12시가 되니 별로 안 넓은 왕궁 앞에서 위병 교대식을 한다. 구경꾼은 많은데 하는 게 조금 썰렁하다. 왕궁을 나와 점심을 먹고 깐으로 이동. 좀
후진 기차여서 에어컨도 안되고 정말 덥다.
기차역에서 반듯이 10분쯤 걸어나오니 해변. 오른쪽에 깐느 영화제가 열리는 건물이 보인다. 붉은 카펫 계단을 올라가 폼을 잡는데 비가 온다. 바닥에 유명한 영화인들의 손바닥이 있다. 부르스 윌리스, 부룩 쉴즈, 소피 마르소, 메릴 스트립등 이름을 읽다가 해변으로 내려왔다.
해변은 모래라 앉아 있기도 불편하고 모두 옷 벗고 있는데 옷 입고 왔다 갔다 하기도 좀 그렇다. 물 좋아하는 딸은 들어가고 싶은데 수영복이 없어서 망설이다 발만 적신다. 슈퍼는 아무리 찾아도 없고, 옷과 구두 가방 그리고 길가에 세워진 멋진 차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이 동네는 안 먹고 사나? 역 내에서 콜라 2L짜리와 샌드위치를 사서 레옹빠르디유행 테제베를 탔다. 오늘은 2번을 갈아타고 6시간을 대기해야하는 힘든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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