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 스페인행 테제베

낭가 2012. 9. 10. 14:57

 

5) 7월 29일(월) : 파리-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

파리를 떠나는 날. 조금 느긋이 일어나 짐을 쌌다. 우체국이 있어 엽서를 보내려고 하니 글쎄, 엽서의 무게를 단다. 다 똑같은 엽서인데 5장의 엽서를 각각 따로 재서 값을 붙인다. 한 장에 0.75유로*5 하면 될 것을 정말 복잡하게 시간을 끈다. 문제 발생. 처음 계획은 파리 출발시간이 저녁 7시라고 생각했는데 표를 확인해 보니 예약이 15시55분이란다. 지금이 12시.

출발역인 몽빠르나스역 유레일 예약처로 갔다. 예약이 안된 구간을 예약하려고 갔는데 순서가 30번 정도 밀려 있다. 점심 시간인지 직원은 절반뿐. 지도 영어가 서툴러 잘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답답하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 애들은 그동안 밀린 일기 쓰고.

바게트빵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을 위한 빵을 사러 하늘이와 역 밖으로 나갔다. 가다가 맥도날드가 있길래 쉬~도 했다. 역의 화장실은 돈도 내야하고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같은 제품도 역의 안과 밖처럼 위치와 지역에 따라 값이 다르다.

 

 

 

음료수가 안에서 3유로라 밖에서 사오라고 아들을 보냈더니 안 온다. 3시 55분 기차니 30분쯤에 줄서자고 했는데 40분이 되도 안 와서 내가 찾으러 가고, 찾다가 왔더니 아들은 왔는데 날 찾으러 성개씨가 가고...  80센트(1000원) 아끼려던 것이 애간장을 녹인다.

떼제베TGV 옆 검표기에서 티켓에 구멍을 뚫고 기차에 올랐다. (따로 표 검사를 하는 사람이 없이 검표기에 표를 넣으면 구멍을 뚫는다. 이걸 안하고 타면 벌금을 낸다.) 말로만 듣던 떼제베. 가운데 탁자를 두고 의자 4개가 한 칸을 이루고 있다. 참 안락한 느낌이다. 자리 위의 짐칸도 넉넉하다. 굉장히 빨리 달리는데도 진동이 거의 없다.

식당 칸의 음식은 8-10유로 정도. 낮 시간 이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리가 많이 빈 채 간다. 2인석에 둘을 재우고 빈 1인석에 앉아 하이네켄(3.7유로)으로 건배를 한다. 힘들지만 여행은 멋진 것이다.

파리 시내를 벗어난 테제베는 넓은 밀밭과 포도밭 옥수수 밭을 지난다. 녹색 줄기에 노란 꽃이 피어있는 넓은 밭이 있길래 뭔가 했더니 해바라기다.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에 나오는 그 해바라기밭. 가슴에 뭔가가 꽉 찬다. 전엔 수국을 좋아했는데 몇 년 전부터 해바라기가 좋다.

 

멀리서 보면 엽서 같은 풍경인데 가까이 보면 낡고 오래된 농촌이다. 포도주의 고장 '보르도'역에 잠시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 이름 모를 강을 건넌다.

8시. 어두워지지 않아서 여기선 시간 개념이 없다. 저녁을 먹어야 할텐데 애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배낭족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탄다. 젊다는 건 더구나 자유로이 여행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때에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저들은 알까?

이룬Irun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도무지 역 이름이 쓰여있지 않다. 맘이 불안해도 내려 역무원에게 물어봤는데 맞단다. 역 안에도 이름이 없다. 갈아 탈 기차를 타기 위해 선로로 들어서자 거기에 이름이있다.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Talgo)는 온통 쿠셋으로 되어있어 모두 배낭족으로 가득 채워졌다. 쿠셋의 2등석은 키 정도의 소파가 벽면에 3층으로 붙어 6명이 한 방을 쓰게 되어있다. (1등석은 4명) 우리 방의  3층엔 친척집에 다니러 가는 '앙드레스'부자가 탔는데 서로 영어를 잘 못하니 짧은 인사만 하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