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월 30일(화) : 스페인 마드리드- 톨레도
스페인과의 첫 만남은 아침 노을이었다. 조금 딱딱한 침대와 덜컹거리는 리듬에 흔들리다 아침을 맞았다. 스페인의 인상은 사람들이 조금 딱딱하고 인상쓰는 듯한 얼굴이 많다. 길엔 여전히 담배꽁초가 넘치지만 파리보다 여유는 더 없는 듯하다.
지하철을 타고 '아토차'역에 내려 '솔'지역의 숙소를 찾았다. 짐만 두고 나와 톨레도를 가기 위해 '아토차 렌페'로 가다가 소매치기를 만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성개씨 뒤에 어떤 아줌마가 서 있는데 성개씨가 약간 자리를 옮기자 같은 방향으로 따라 움직인다.
뒤에 서 있다가 이상해서 막 주의를 주려는 순간 성개씨가 주머니를 잡으며 소리를 낸다. 돈지갑을 넣은 주머니 속으로 손이 들어오더란다. 소매치기 주의가 사방에 써 있는데 드디어 만났구나. 화를 내자 어깨만 으쓱하더니 재빨리 사라진다. 항상 뒤에 붙어서 보디가드 해야겠다.
톨레도행 왕복기차표를 샀다. 1시간 뒤 도시에 내리니 땡볕에 오르막길이라 버스를 타고 갔다. 기념품 가게엔 온통 칼이다. 성개씨는 칼에 정신을 빼앗겨 내내 사볼까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샀다. 우리나라엔 못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톨레도의 돗대처럼 서 있는 '알카사르'를 지나 스페인 카톨릭의 총 본산인 '카테드랄'의 내부는 온통 금장식에 조각이 어마어마해서 기가 질린다. 엘그레꼬가 40년간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엘그레꼬의 집' 구경하고, 산타토메 교회 서림을 보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호강(1007km)을 바라보며 쉬다가 기차로 향했다.
통닭과 치즈 훈제고기를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숙소 근처에 도매 고기 집을 발견했는데 생고기도 있지만 대부분 훈제고기다. 우리 입맛에도 맞고 부드러워 모두 잘 먹는다. 아이들도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조금씩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7) 7월 31일(수) : 프라도 미술관 고고학 박물관 밀랍 인형관 왕궁
숙소 가까이 프라도 미술관이 있어서 여유 있는 아침이다. 오늘 야
간열차를 타야하므로 짐을 꾸려 맡기고.... 가는 길에 넵툰분수(포세이돈)를 봤다. 어디나 분수는 대단하다.
프라도 미술관 나만 입장료 3유로를 냈다.(성개씨는 국제 교사증,아들은 학생증, 딸은 어린이여서 무료) 1층은 0층으로 표시하고 지하1층을 포함 전 4층의 건물이다. 워낙 루브르에서 헤맨 까닭에 꽤 넓은 곳인데도 찾아다닐 만 했다. 책에서 배웠던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만나니 섬세한 붓질과 오묘한 색감에 탄성이 절로 난다.
유명한 '고야의 옷입은 마야과 옷벗은 마야'를 비롯한 고야의 그림이 가장 많아서 따로 전시관이 2개나 되었다. '루벤스의 세처녀', '벨라스케스'의 화려한 의상과 레이스,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말이 필요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엘그레코'와 '반다이크'등.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 화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색을 쓰는 것과 그리는 대상을 보면 그 자신을 알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꼭 같은 얼굴이 있어 봤더니 얼굴은 같고 머리 모양과 의상이 다르다.
1시 조금 넘어 나와 18세기 걸작 여신분수가 있는 시벨리스 광장을 지나 고고학 박물관 갔다. 스페인은 더 영어가 안 통해서 코앞에 있는 박물관을 물어도 모른단다. 고고학 박물관에는 미이라등 그리스 유물이 많이 있고 지하 1층 선사시대의 인간 골격 뼈와 맘모스의 상아가 인상 깊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정원 왼쪽 계단을 내려간 어두운 동굴에 있었다. 교과서에서 보던 붉은 소와 말이 천장에 붙어 있다. 아들왈 " 벽화가 아니고 천정화네" 그래, 그런 것이 진짜 본 사람만이 알 수 것이지.
밀랍 인형관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하늬가 보고파해서 두 남자는 의자에서 자고 두 여자만 들어갔다. 밀랍으로 스페인 왕족들과 위인들, 세계적인 유명인들, 영화배우, 스포츠스타 그리고 영화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을 진짜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중에서 고야의 그림 '옷입은 마야'를 만들어 진짜 숨쉬는 듯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1시간쯤 지나 나와보니 두 남자는 자느라 정신이 없다.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고 왕궁을 찾았다. 택시는 1.5유로부터 시작해서 0.05씩 올라간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3.6유로가 나왔다. 프랑스의 화려함을 본 우리 눈에 왕궁은 소박하고 단정해 보였다. 정원도 작고 가로로 길게 늘어선 게 무척 아담하다. 뛰어나게 아름답다는데 안에는 늦어서 못 들어갔다.
숙소가 있는 '솔'지역으로 걷다가 솥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10.20유로 정도로 우리의 영양 솥밥과 비슷하고 맛도 좋았다. 하루 경비가 거의 100유로정도 든다. 먹는 건 최소한 절약해서 먹는데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낼 아침을 위해 물과 훈제고기 치즈를 사고 짐을 찾아 '차마르틴'역으로 이동. 야간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일기를 쓰고 하루를 정리한다. 역에는 배낭 족이 득실거리고 그들의 자유가 부럽다. 오늘은 쿠셋 예약이 안되어 그냥 1등석인데 생각보다 자리가 넓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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