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2년 7.25~8.22(31) 유럽-방콕, 파리(1)

낭가 2012. 9. 10. 14:55

가족이 함께 한 29일간의 유럽 배낭여행.........

 

1)  7월 25일(목) : 인천-태국 방콕


0시 30분, 집을 나선다. 5시 30분, 뿌연 안개 속을 건너 인천 공항에 도착. 10시15분 타이 항공을 탔다. 짐을 찾고 방콕에서 있는 10시간동안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투어센타'를 들렀다. 1인당 20불에 차로 시내 관광을 해 준다는 말에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 OK했다.

 


처음 간 곳은 몸에 온통 금이 칠해진 금불이 있는 'Golden temple'과 거대한 와불이 있는 '왓포'. 대단히 커서 발톱이 손만큼 크다. 다음 간 곳은 보석 가공 공장. 기분이 나빠진 우린 더 이상 쇼핑을 위한 곳엔 가길 거절했고 내가 알고 있는 '푸라투남 시장'에 데려다 달랬다. 우리끼리 재래시장에서 사람구경 물건구경 처음 보는 음식도 사먹고 길거리 식당에서 볶음밥도 먹었다. 이런 게 진짜 구경이지.....

약속된 시간에 낸시라는 가이드는 오지 않고 기사만 와서 낸시가 우릴 공항에 데려다 주라고 했단다. 계약시간은 10시까지이고 이제  7시밖에 안됐는데 기가 막힌다. 당장 오라고 불러서 계약한 시간까지 가이드를 하라고 했더니 '어딜 가고 싶냐'고 묻는다. 가고싶은 사원은 늦어서 안 된단다. '내가 어딜 가야하는지 알면 너를 고용했겠냐. 가이드가 알아서 해야지'하고 큰소리를 했더니 자기가 데려 가려고 하는 곳은 안가면서 그런단다.

화가 나서 공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처음 계약한 '투어센타'에 따지고 환불을 요구했는데 미안하지만 환불은 안 된단다. 관광청에 항의를 하겠다고 주소를 물으니 모른다면서 우리더러 알아서 하란다. 말로 화내고 야단했지만, 우리 비행기 시간은 되고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신 방콕에 오나봐라 씩씩거리며 비행기를 타러갔다. 들어가려니 공항세를 내란다. 1인당 500바트. 오늘 수업료 많이 들었다. 첫 시작도 아닌 거쳐가는 곳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금 염려된다.

23시 15분 탑승준비가 시작되었다. 성개씨는 많은 수업료(?) 때문에 화가 나서 방콕에서 낸 통행료 영수증과 출국 신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걸 검사한다. 다시 나가 찢겨진 종이를 쓰레기통에서 찾아 왔는데 다시 해야 한단다. 직원왈 '이건 비행기를 못 탈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겁을 준다.

비행기를 여러 번 탔으면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 타이항공 직원과 같이 공항 사무실로 가서 다시 여권 확인하고 신원 확인하고, 한참 고개를 흔들더니 도장을 꽝 찍어준다. 다시 뛰어 비행기 탑승구로 돌아오니 시간이 간들간들하다. 한바탕 소란 끝에 겨우 비행기에 탈수 있었다. 태국에서의 반나절이 무척 길게 느껴

 

졌다.

* 오늘의 교훈 ; 천천히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자.


2)  7월 26일(금) : 방콕 - 프랑스 파리-베르사이유궁전

자리잡고 무조건 자자. 계속 뒤척이며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정신이 들어 시간을 보니 한국시간 9시30분. 눈이 떠질 법도 하다. 창 밖은 이제 조금씩 밝아오더니 아침노을이 아름답다. 흰 구름 위로 떠오르는 햇살이 한순간 눈을 찌른다. 깨끗한 코발트빛 하늘과 붉고 노란 여명의 조화. 한국과 8시간의 시차가 난다. 아침 먹을 시간. 식욕이 나지 않는다.

6시 50분(현지시각). 드디어 우리의 첫 시작점인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 높고도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나오니 로비가 사람들로 무척 붐빈다. 빨간 티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이 있어 관광객 안내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낡고 더럽고 시끄럽다.

 



공항을 나와 RER(도시고속국철)까지 무료 버스를 타고 갔다. 거리 곳곳에 담배꽁초에 쓰레기가 날아다니고, 지하철은 덥고 움직일 때 마다 요란한 끼~익 소리를 낸다. 영어 발음이 서로 이상해서 묻는 말을 잘 알아듣기도 어렵고, 대답을 알아듣기도 힘들지만(영어를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그래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

'게나르 드 노르드'역에 내려 쿠셋과 유레일 일정을 예약했다. 워낙 성수기여서 자리가 쉽지 않다. 몇 구간 빠진 좌석을 겨우 예약하고 코인로커에 짐을 넣었다.  로커의 크기에 따라 금액도 다른데 짐이 들어갈 적당한 크기를 찾아 넣으면 된다. 처음인 환경과 여건을 이해하고 헤매느라 12시가 다 되간다.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들고 마리 앙뜨와네뜨로 유명한 베르사이유궁전을 가기위해 RER을 탔다. 아직 유레일 개시를 안 해서 표를 사야했다.(유레일이 시작됐으면 유레일을 보여주면 표를 준다.) 파리를 벗어나 야외로 접어드니 숲이며 집들이 그림 같다. 근데 왠 낙서는 그리 많은지 벽이란 벽엔 다 써있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생각이 들었다. 그냥 끌쩍거린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예술적으로 글씨를 썼다. 기차 속에서 경상도 말씨의 가족을 만났다. 오늘 스위스로 갔다가 몇 일 후 다시 온단다.

기차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다보니 왼쪽에 궁이 보인다.  정문 앞에서 이집트 미이라 모양의 천을 뒤집어쓰고 꼼짝 않고 서 있는 거리의 공연자를 봤다. 이 땡볕에 정말 힘들겠다. 깡통에 돈을 넣어주면 허리 숙여 인사한다. 첨 봐서 무척 신기했는데 유럽엔 거리의 악사와 마임배우가 무척 많았다.

베르사이유궁은 50년 동안 지었다는데 그 넓이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전혀 관광객을 배려하는 나라가 아니다. 뭐든 프랑스어로만 써 있어서 뭘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안에 한국인이 많아서 먼저 구경한 사람들에게 귀동냥을 해서 A방 표를 샀다. A나 A+C, A+D식으로 묶어서 파는데 C,D는 별것이 없다고한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에 입이 벌어진다. 규모도 그렇고 온 천지가 그림에 금칠의 조각이다. 별장이 이 정도면 얼마나 사치를 하고 살았을까? 지금이야 이 나라가 조상 덕에 편히 살지만 그 당시의 백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든다. A만 돌아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유명한 '거울의

 

방'도 있는데 샹들리에가 장관이다.

밖은 전형적인 프랑스 정원. 앞엔 형형 색색의 작은 꽃들이 만발하고 멋진 조각이 가득한 분수대. 나무로 담을 쌓은 듯 잘 가꿔놓은  숲과 세느강의 물을 끌어들였다는 넓은 호수. 잔디에 누워 딩굴 거리니 오늘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듯하다. 정원이 넓어 마차를 타거나 작은 열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햇볕이 뜨거워 양산을 썼는데 양산 쓴 사람은 우리뿐이다. 그늘은 무척 시원하다.

 

 

 

다시 RER을 타고 역으로 돌아와 짐을 찾고 숙소인 Printana호텔을 찾아가니 11시다. 저녁도 못 먹은 아이들을 위해 피자를 샀는데 우리가 익숙한 두툼한 것이 아니다. 얇은 밀가루 판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고르면 그 위에 치즈를 얹어 굽는다. 버섯피자는 버섯만 있고 야채피자는 피망만 있다. 

 

 

 

그것도 가에는 타고 무척 짜다. 유럽의 다른 나라의 피자도 거의 다 그랬다. 종업원은 영어를 모르고 우린 프랑스어를 모르고.... 아예 재료를 보여주며 주문을 해서 어렵게 피자를 만들어 가니 모두 자고 있다.
저녁도 못 먹고 이렇게 파리의 첫 날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