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가는 길

짐승 하나

낭가 2012. 9. 11. 16:31

 

뉘나 가슴에 작은 짐승 하나를 키운다고 하지요.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를 보다가 내 가슴을 퍽! 치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 이라는 말이 딱 떠 올랐습니다.

이제껏 나는 그 짐승의 이름을  바람이라 말해왔습니다.

가끔 그 짐승은  

가슴을 넘어 목구멍 너머로 나오려고 합니다.

그 걸 막느라  매 놓은 줄을 점점 줄이고 또 줄이지만

어느새 그 짐승은 다시

내 목구멍 너머를 넘보고 있습니다.

그걸 삼키느라

오늘도 나는 목구멍이 아파 옵니다.

가끔 그 짐승은  저 아래  위장쯤에서 누워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적어도 평온한거 같지만

그러나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이

그 평안함인지 고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막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편함과 타협한 것에 대한 벌입니다.

 

                            2006.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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