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0년 1.14~22(9) 말레이시아, 싱가폴 5

낭가 2012. 9. 10. 14:34

7) 1.20일 :  센토사섬과 나이트 사파리

호텔앞 노천 카페에서 간단식을 한다. 건조해서 먼지가 많을 듯 한데 그렇지 않다. 큰 도로 바로 곁에서 먹는데도 별로 먼지가 안 난다.

Sentosa센토사 섬에 가려고 버스를 물으니 알려주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센토사 섬은  인공 섬에 만든 관광지로 ,가보니 아직도 계속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미술관을 어슬렁거리다, 9시가 되어 근처의 박물관에 갔다. 그곳은 역사 박물관으로 싱가폴의 역사를 모형과 사진등으로 꾸며놓았다. 2층에는 동식물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고  단체 관람을 왔는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들어와 소란하다. 애들은 어디나 비슷하다. 물론 파키스탄처럼 예외도 있지만...

길 건너 YMCA건물 아래 기다란 줄이 이어졌다. 도서관인가? 이 아침부터 저렇게 줄을 이루고 있다니...하며 감탄한다. 도서관 표시는 안 보여서 가볼까 하다가 지나가는 학생에게 왜 줄을 서고 있는지 물어보니 '키티 키티' 한다. 키티가 뭐냐고 하니 'cat cat'한다. 고양이와 도서관이 무슨 상관 있나? 내가 뭘 잘못 알아들었나?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다음날 똑 같은 줄을 보게 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이유는 내일 것에서 찾으세요ㅋ)

센토사 행 버스는 10시부터 저녁 10:45분까지 2-30분 간격으로 있다. 어른 7$,어린이 5$다. 버스 정류장은 우리도 그렇지만 그곳 사람들도 잘 모르더라. 버스를  기다리다 뭔가 잘못되어 시간만 죽이는 듯하여 택시를 탔다. 기사는 섬 안에까지 택시로 가면 비싸니 케이블카나 페리를 타라고 일러준다. 한강다리보다 조금 더 긴 다리를 건너면 센토사인데 왜 많이 비싸다는지 모르겠다.

 

world trade centre로 가서 페리(주중 9:30am-9pm,주말과 공휴일 8:30am-10pm, 왕복 어른 어린이 같이 $2.30)를 타면 조금 더 싸단다. 우린 케이블카(8:30am-9pm,왕복 어른 $6.90,어린이 $3.90)를 타기로 했다. 입장료는 어른 $5.00 어린이 $3.00인데 센토사 안에서는 화장실과 모노레일만 빼고 지붕이 있는 곳은 다 돈을 내야 한다고 보면 된다. 5개씩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을 끊었는데 꽤 비싸다. 이곳에서 오후까지 밖에 시간이 안 되어 돈보다 시간이 우선이라서... 시간이 되면 들어가서 가고 싶은 곳을 하나하나 골라보면 더 좋겠다.

케이블카도 신형은 $2을 더 내란다. 신형이라고 더 빨리 가거나 안전한가?  일단  타면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한국어도 있다. 물론 고장이 안 난 것은. 길 따라 기념물품가게에서 기다리니 가이드가 온다. 페케이지로 표를 산 사람을 모아 가이드가 데리고 다니며 설명 해주고 다음장소로 안내해 주는데 물론 영어로 말한다. 우리 팀은 25-30명쯤이였는데 주로 일본인과 대만 중국인이고 서양인은 10명쯤. 한국인 아줌마와 9살 남자아이.(나중에 인사하고 보니 남편이 출장오는데 따라왔다고 한다.)


이동할 때 버스로 하는데 모이라는 시간에서 거의 1분도 안 기다리고 정각에 떠난다. 미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눈치껏 따라다녀야 한다. 어디선가 쬐끔 늦었다가 버스 꽁무니를 보고 쫓아 뛰어서 간신히 탄 적이 있다. 처음 간 곳은 커다란 용 형상이 있는 광장으로 입에서 물과 연기가나오니 애들이 좋아한다. 많은 새들이  자유롭게 걷고 날아다니는데 특히  커다란 꼬리를 펴고 자랑하는 공작이 멋있다.

바로 곁의 'images of Singapore'(어른$5,어린이$3)는 싱가폴의 역사와 생활 모습, 풍습등을 사진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으로 한번은 볼 만 하지만 우리는 박물관에서 본 것들이 많아 조금 아까웠다. 싱가폴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인 듯 하다.


다음은 'underwater world'($13,$7)로 열대 수족관이다. 한국어로 쓰인 안내 팜프렛도 있다.  터널식으로 만들어진 수족관을 움직이는 길에 서서 보니 정말 특별한 느낌이 든다. 특히 머리위로 납작하고 넓은 몸을 펴고 가는 가오리는 아기의 웃는 얼굴 같아 기분 좋고 귀엽다. 꼬마 상어나 불가사리들을 만져볼 수도 있고, 듀공은 정말 귀여워서 해달 사육사가 희망인 하늬의 꿈이 듀공 사육사로 바뀔 정도로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상어는 언제나 멋지고, 생선인지 해초인지 구별이 안가는 해룡도 특별했고 신기한 것이 많다.


안 보면 후회할걸! 모래장어는 어찌나 험상스럽게 생겼는지 '인어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부하 캐스팅에 딱이다. 2번을 돌았는데도 더 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나오는 곳은 언제나 기념품가게. 뭐든 신기하고 다 갖고 싶지만 참자. 듀공 봉제품과 입안에서 불켜지는 꼬마 상어를 선물용으로 샀다. 근데 아, 글씨. 타야할 버스가 가고 있질 않나! 꽁무니에 대고 소리지르고 야단을 한 후에 겨우 탔다. 겨우 3분 늦었는데 일 날 뻔했다.

 

다음 간 곳은 'orchid gardens'($3.50,$2). 여러 종류의 난이 빨갛고 노랗고 분홍 주황, 모양도 동그랗고 타원이고 길고......보기는 화려한데 열대 난은 향이 없다. 우리 집에선 하나만 있어도 향기로 움이 온 집안에 가득 차는데 이건 맹탕이다. 난을 미치게(?) 좋아하는 사람은 예외겠지만 돈 내고 난 공원에 올 필요는 없다. 싱가폴에서는 시내나 관광지마다 지천으로 널린게 난 꽃이니까. 연못의 잉어에게 먹이를 줄 때 먹이를 손 안에 쥐고 그대로 주먹을 물 속에

넣으면 잉어들이 먹이를 쪼아(?) 먹는데 처음엔 조금 겁이 났지만 그 느낌이 재미있다.

'volcanoland'($12,$6)는 기대를 많이 한 곳인데 절반도 못 미쳤다. 어둡고 조금 괴기스럽게  옛 동굴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화산폭발 장면을 연출하고 밖에선 원주민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공연을 한다. 그들의 춤과 노래를 보여 주는데 굵고 긴 대나무를 두 사람이 부딪히면 그곳에 발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추는 대나무 춤. 공연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므로 여기저기 구경하다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이상으로 정해진 구경은 끝났는데 싱가폴의 상징인 머라이언을 보고가야지. 37m짜리 Merlion상($3,$2)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로 머라이언 입까지 가서 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그저 전망대라고 보면 된다. 밤엔 여섯가지 색으로 빛난단다. 머라이언 뒤쪽에 '머라이언 길'이 있는데 조각 타일로 수로를 만들고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데 참 맘에 든다. 애들은 신나서 맨발로 들어가 수로를 따라 걷는데 물총을 맞아 금방 옷이 흠뻑 젖는다. 나도 들어가 보고싶게 신나 보인다.

그 외 나비 곤충 박물관($6,$3)과 초소를 꾸며놓은 것도 있고 골프코스 해변등 다양하다. fantasy island($20,$12.50)는 아마 캐러비안 베이같은 시설인 듯하다. 시간이 된다면  밤까지 하루를 다 잡는게 좋겠다. 그냥 걸어 다니며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모노레일을 타고 섬을 돈다. 발아래 아시안 빌리지도 보이고 멀리 음악분수가 보인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나왔는데  건너의 훼버산과 이어져서 거기까지 다녀와도 된단다. 훼버산에 오르니 시내가 다 보인다. 싱가폴은 땅이 작아 건물이나 아파트도 4-50층짜리 고층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녹지가 잘 보존되고 생각보다 넓은 땅이 공원으로 되어 상당히 푸른 도시라는 느낌이다. 밖으로 나와 '나이트 사파리'를 보러 택시를 타려고 하니 기다리는 줄이 10m쯤 늘어서 있는데 다들 태평이다. 7:30분에 개장이므로 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사람에 비해 택시는 통 들어오지 않고 하 세월이라. 걸어서 큰 길 쪽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MRT역에 가서 지하철을 타고 동울원에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갔다. 조금이라도 경비를 아끼고자.

워낙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서인지 퇴근시간에 학생들 하교시간인데도 서울만큼 붐비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낮에 약 250종 3000여마리가 있다는 동물원(8:30am-6pm/ $10.30,$4.60)구경을 하고 저녁에 1200여 마리의 야행성 동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나이트 사파리(7;30pm-자정/ $15.45,$10.30)를 보면 딱일 듯. 겨우 시간에 맞춰가니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우리가 아닌 물웅덩이나 나무울타리 같은 자연 장애물을 이용하여 동물을 격리하고 트램(사용료 $3 $2,지붕과 바닥만 있고 옆이 터진 긴 차)을 타거나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한글판 안내장도 있다.


우선 배를 채우고 트램을 탔다. 천천히 움직이는 트램 옆으로 사슴 멧돼지 기린이 지나간다. 라이트를 켜지 않고 다니지만 천천히 가니 안전하다. 물웅덩이 너머로 사자가 보인다. 무슨 일인지 두 마리가 싸우고있는데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서 겁난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와서 이젠 도보로 구경하기로 했다. 한 40분 걸린다는 안내원의 말을 듣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은 나무 울타리나 큰 웅덩이 사이로 나 있어서 전혀 위험하진 않지만 바로 곁에 동물들이 움직이고 야생의 울음소리와 시퍼런 불을 내는 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오싹한 느낌이다. 특히 수달 같은 작은 동물은 가까이서 보니 좋다. 마침 가지고 있는 비스켓을 주니 서로 먹느라 다투고 또 달라고 손을 내밀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참 귀엽다. 멋모르고 지나가는 길의 머리 위에서 거꾸로 매달린 박쥐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생고기를 찢어 먹고있는 표범. 길을 따라 구경하며 걷다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숙소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니 없다. 모두들 너무 피곤하여 택시를 탈까하는데 쉽지 않다. 여기 저기 묻다보니  마침 미니 버스가 그쪽으로 간다한다. 정규 선이 아니고 아마 나이트사파리가 끝나는 시간에 와서 사람들이 차면 떠나는 개인버스(?)인 듯하다.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통 없다. 그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 궁금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사람이 없자 우리만 타고 떠난다. 애들은 앉자마자 잠이 들고 온 몸이 물먹은 솜처럼 의자 속으로 꺼진다. 아침8시에 나와서 11시까지 돌아다녔으니 노는데도 체력이 없으면 힘들게다. 기사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내려야 할 곳을 몇 번이나 설명하는 우리말을 잘 들어서  내려야 할 곳에 잘 세워 주셨다. 아마 이 기사님 아니 였으면 그 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어떻게 왔을지 캄캄하다.

 

* 필름사진을 다시 찍어 올리니 화질이 안좋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