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0년 1.14~22(9) 말레시아, 싱가폴6

낭가 2012. 9. 10. 14:39

8) 1. 21일 :  말레이지아 -주롱 새공원과 악어농장


어제의 피곤이 아직 늦잠을 부르지만...오늘의 목적지는 새 공원과 악어농장. 지하철역으로 가는 도중 희한한 장면을 봤다. 싱가폴 이미지 관에서 모형으로 세워져 있던 모습 그대로, 온 몸에 가느다란 창을 꼽고 심지어 혀바닥에도 바늘을 꼽아 고행을 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거리를 행진하는데 이마 힌두교의 무슨 행사인 듯 하다. 그러나 오후에 공항에 늦지 않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

 


하루만에 벌써 익숙한 MRT를 탄다. . 환승이 무척 쉬워서 서울처럼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 없이 내린 바로 옆으로 이동만 하면 된다. 버스를 타러가다 다시 긴 줄을 봤다. 그것은 맥도널드 가게로 햄버거를 사면 사은품으로 키티 인형을 주는 것이다. 아하! 어제 봤던 그 줄은 바로 키티를 타기 위한 줄이었구나. 새벽부터 키티를 타기위해 서 있다니 ... 근데 지금 보는 줄은 가게를 한바퀴 휘감고 돌고도 다시감고 있었다.   

애들은 이층버스를 타고싶어했는데 다음 차례 버스가 192번 일반 버스여서올 때 골라 타기로 했다. 신기한 것은 운전석 옆에 줄자가 붙여져 있어서 키가 0.9m이하이면 무료승차란다. 그리고 1.2m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다르다. 나이가 아니라 키로 값을 내다니 재미있다.

한적한 주롱시(구?)를 달려  새 공원 앞에 내렸다. 여기도 주 관광객은 일본인과 대만 중국이고 한국인도 많이 보였다. 들어서자마자 자연상태로 철망도 없이 앉아 있는 휘황한 색깔의 잉꼬들이 눈을  번쩍 뜨게 한다. 호화스러운 수 십 마리의 새를 보니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낀다. 검은 색에 가까운 잉꼬도 있다.

 

 

 

새와 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아무리 비싸도 이건 해야지. 머리와 팔 손에 잉꼬를 얹고 사진을 찍는다. 애들이 꽤 무겁다고 팔이 처진다. 연 핑크와 주황의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춤추는 플라밍고들도 이쁘다.

쇼와 먹이주는 시간이 씌여진 안내장을 보고 '후지독수리쇼'를 보러 갔다. 독수리와 매같은 사나운 새의 쇼인데 공중에서 먹이잡기,  뽀족한 곳에 앉기등 조련사의 지시대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새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맹금류의 특성이 다만 먹이로 길들여진다는 것에 조금 서글픔도 느낀다. 다음 쇼는 앵무새와 플라밍고등 작고 귀여운 새의 재롱잔치로 자전거 타기, 구멍통과하기, 물건 집어오기등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다. 다음날이 생일인 성개씨를 위해 말하는 앵무새의 생일 축하노래도 들었다. 일일이 기억 할 수 없는 이쁘고 귀여운 온갖형용사의 새들이 다 모여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바퀴를 돈다. 수많은 난 꽃과 이름 모를 열대 꽃들 사이로 다른 세상을 본다. 내려서 이번엔 걷기로 했다.  올빼미처럼 어둠 속에서 사는 조류들만 사는 곳도 있고, 타조처럼 덩치가 커서 새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새, 벌새 같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꼬마 새들만 사는 곳도 있다.

많은 종류의 새가 자연 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안 날아 가고 이곳에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팽귄의 집에서 수영하는 팽귄을 보고 그곳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파충류 공원으로 간다. 오후 1시. 배꼽시계가 야단한다.

LaiLai 레스토랑. 간단한 면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종업원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는 한국 동전이 있느냐고 묻는다. 동전 모으는 게 취미란다. 마침 10원과 100원짜리가 있어 줬더니 싱가폴 돈으로 환산해 준다한다. 꽤 괜찮은 애다 생각하고 그냥 가져라 하니 고맙다고 한다. 식사 후에 후식으로 파인애플 한 조각을 사려고하니 돈을 안 받고 주인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자신이 내는 모양이다. 화장지가 없어 화장지를 달라고 하니 작은 포켓용 화장지를 선물이라고 또 준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 같아 미안하고도 기분 좋다.

Reptile Park(어른 $7,아이 #3.50)는 카드는 안 받고 현금만 받는단다. 별로 크지 않은 곳인데 2시에 쇼가 있어 그것부터 보기로 했다. 악어쇼는 3명의 조련사가 하는데 먼저 뱀과 입맞추기를 하고, 악어들기, 악어잡기, 악어와 입맞추기 악어 입에 머리넣기등을 30분간했다.

 

2:30분에 파충류와 사진찍기가 있어 열심히 갔더니 새끼악어와 뱀을 만져보게 한다. 처음엔 징그럽고 무서워서 만지는 게 꺼림직했는데 악어는 등이 오돌토돌해서 느낌이 괜찮다. 애들 사진을 찍어주고 본격적인 구경에 들어갔다. 처음 본 것은 수십 마리의 악어가 서로 엉키고 설켜 누워(서?앉아?)있는곳. 동물원에서 한 두 마리는 봐봤지만 넓은 곳에 서로 포개져 있는걸 보니 으악이다.  돌아다니는 이구아나 사이를 걸어가는 '이구아나 길'은 재미 있고 뱀동굴에 서의 여러 가지 뱀은 끔찍하고 특히 백사는 이그*#^* 거북이는 귀엽고^^ 헤엄치는 악어는 글쎄?@@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10분 쯤 지나 나타난 것은 이층버스. 우와 신난다. 타자마자 이층으로 올라가 운전사 머리쯤에 앉았다. 시야가 넓어 좋다. 내릴 때가 되면 잡아당기는지 줄이 있다. 다시 MRT를 타고 시간이 조금 있어 시청에서 내렸다. 자전거 옆에 딸린 수레에 한 명씩 타고 십 여명의  일본인 학생이 줄을 지어간다. 관광상품 인 듯하다.

 


성 앤듀르스 성당을 구경하고 길 가 공원에서 처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의 일정이 다 끝나고 조금은 정리하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있자니 사거리쪽에 아침에 본 행렬이 지나간다. 뛰어가 보니 아침의 모습 그대로인데 하루종일 걸어서 너무나 지쳐있다. 머리 장식과 창들의 무게가 2-30Kg은 될듯하다. 거의 실신 직전의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너무 생각이 많은 요즘. 이기기  힘든 고통으로 생각을 지우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수행일까?

이제 여행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숙소에 맡겨둔 배낭을 챙겨 공항으로 간다. 저녁을 기내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애들이 야단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잘 먹고 다녔더니 배만 키워서 나도 자꾸 배고프다.  수속을 마치고, 남은 잔돈도 쓸겸 애들에게 뭐든 사 오라고 했더니 쬐끔하는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햄버거 하나와 감자 튀김2개 콜라 한 잔을 잔 돈까지 털어 잘 사온다. 영어공부를 할 때마다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고 물어보더니 이제는 그 질문이 쏙 들어갔다. 하늬는 햄버거 하나로 나눠먹은 양이 적었던지(당근이지!) 알아서 채워먹는 콜라꼭지에 세 번을 들락거린다.

 

 

 

싱가폴을 떠난 우린 쿠알라 룸푸르공항에 내렸다. 한국으로 가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여행사에서 말레이 항공을 예약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대한항공을 타게 되었다. 요즘 사고가 많아서 내 나라 비행기를 타는데  기쁘지 않고 걱정된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다.
밤 10시.이제 우린 집으로 간다. 안녕 ! 싱가폴,말레이지아. 즐거웠어.  낼이면 내 나라 땅에서 아침 해를 보겠지.


9) 1. 22일  : 말레이지아-서울- 광주 

 

 

새벽, 김포에 내리니 벌써 공기가 다르다. 하늬는 "누가 이렇게 에어콘을 쎄게 틀었어?" 하고 소리쳐 웃게 만든다.

짐을 찾아, 온 순서의 반대로 지하철을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왠 잠이 그렇게도 오는지 눈을 뜰 수가 없다. 뒷자리엔 중년의 두 부인이 앉았는데 4시간 내내 애들 과외 시킨 얘기와 유학을 보내는 게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사례를 들어가며 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돌아오긴 왔나보다.

중간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늘이를 깨우는데

 

 
"엄마, 여기가 어디예요?"  

 


"나도 이제 잠이 깨서 잘 모르겠다."

 


" 아니, 여기가 어디냐고요"

 


"글쎄, 모른다니까!"

"아니, 어느 나라 냐니까요?"

그래서 한바탕 ^^웃음.

 

 

 

오랜만에 먹는 통감자구이와 호떡이 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