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0년 1.14~22(9) 말레이시아, 싱가폴 4

낭가 2012. 9. 10. 14:30

6) 1.19일 :  말레이시아-싱가폴


오후 1시 비행기라 오전은 느긋하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아주 간단하다. 빵 두 쪽에 쨈, 차 한잔, 쥬스 한 잔, 소세지 2개가 전부다. 늘 호텔 뷔페식으로 잘 먹다보니 너무 적어서 빈 접시에 포크만 들고 있다. 애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주변의 비치의자에 누우니 잠이 온다.

12시쯤 현지인 가이드가 왔다. 우릴 공항으로 데려다 줄거다. 이곳에서 계속 현지 가이드와 한국인 2명이 같이 다녔는데 한국인 여자인 '미스 정'은 이곳에서 산다 하기에 교포나  학생인줄 알았는데 현지 가이드의 부인이란다. 가이드를 하다가 알게 되어 결혼했나보다. 한국에도 몇 번 왔다는데 겨울이 좋다고 한다. 스키도 탔다고 하는데 여름밖에 없는데서 살다가 눈을 보면 참 신기 할거다. 공항에 내려주고...  이제 우리만 남았다.

비행기에서의 구경은  한번 경험했다고 해안선이 보여도 신기해 하지 않는다. 위에서 보는 싱가폴은 고층건물이 많은데 숲도 많은 듯하다.

15시 30분. 싱가폴이다. 정보에 의하면 굉장히 깨끗한 나라로 휴지를 버려도 벌금이고 무단 횡단도 벌금, 그것도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애들에게 주의를 단단히 한다. 공항부터가 너무나 깨끗하고 조용하다. 환전(싱가폴달러 1$=719원정도)을 하고 도시 지도를 챙긴다.

 


먼저 숙소를 정해야 했다. 일단은 싸고 배낭족이 많이 이용한다는 'bencoolen guest house'을 찾기로 했다. 택시는 비싸다고 알곤 있지만 시간도 없고 지리도 모르므로 택시를 탔는데, 이 기사가 그런 곳은 모른다고 벤쿨렌 거리의 비교적 싸다는 중국 호텔 앞에 내려준다. 택시는 나온 요금보다 비싸게 20$를 요구한다. 왜 그러느냐고 따지자 써비스 요금이 적힌 종이를 보여주는데, 공항에서 오면 3달러를 더 받는 게 관행이란다. 꼼꼼히 읽어보고 17$를 주고 내렸다. 중국호텔의 종업원이 달려와 짐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을 거절하고 호텔보다 싼 곳을 찾기로 했다. 이곳은 모든 비용이  비싸서 되도록 아껴야 한다.

짐을 두고 근처를 다니며 찾는데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찾다가 성개씨가 싼 호텔을 찾았다고 좋아한다. 하루에 60달러란다. 우리가 찾는 곳도 1인당10달러로 40달러쯤 되니 60달러에 호텔이면 잘 됐다고 생각하고 보러 가자고 했다. 1시간 동안 찾을 때는 아무도 안 보이더니 막 나서려는 순간 김형곤 스타일의 남자가 다가와 숙소를 찾느냐고 묻는다. 내미는 명함을 보니 그토록 묻고 다닌 '벤쿨렌 게스트 하우스'로 바로 길 건너에 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거절하고  '벤쿨렌 호텔'에다 짐을 풀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방이 참 싸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우리는 2박을 해야 하므로 성개씨는 2박에 얼마냐고 물었고 접수인은 하루에 125달러라고 대답했단다.

어쨋거나 짐을 풀었으니 하루만 자자 했는데 성개씨가 그냥 있자해서 비싼 잠을 자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로선 다행인 것이  먹는 건 가리지 않지만  조금 지저분 하거나 찜찜한 곳에서는 잘 못 자는 타입이라 아마 그런 배려를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ㅋ

 

일단 첫 날의 저녁을 쇼핑의 천국이라는 '오차드'거리로 나섰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서 사거리를 지나면 그 곳에서부터 오차드 거리가 시작되는데 충장로와 금남로를 합쳐놓은 것같다.  2층 버스와 버스 2개를 이어놓은 듯 긴 기차버스가 눈에 띈다. 여기에 에어콘 버스와 일반 버스등  버스이용하기도 만만찮을 듯하다.

넓은 마당에 커다란 집이 보인다. 대통령관저인가보다. 군인인지 경찰인지 2명이 잡담하며 경비를 서고 있고 지나는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낮은 담 너머로 기웃거리다가 사진만 한 장 찍고 지나친다.  

걷다가 보니 배가 고프다. 하긴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점심은 기내식으로 지났으니... 말레이시아에서 날마다 궁중식을 하다가 하루만에 거지식이 된 꼴이라 다들 뱃속이 아우성이다.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정식집은 비쌀테니 간단식 집을 택하기로 했는데 우리네의 백화점 지하 같은 곳이 있었다.

간단한 경양식과 주로 중국음식이 많은데 이곳의 상권은 주로 중국과 일본이고 사는 사람은 중국인이 많은 것 같다. 싱가폴은 그 옛날 중국인들이 건너와 형성된 곳으로 중간에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뒤 말레이시아와 합하여 잠시 살다가 투표에 의해 1965년 다시  독립했다.

우리가 아는 자장면은 없지만,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지 고르기가 쉽지 않아 각자 다른 것을 시켰는데 뭐든 다 먹을 만하게 맛있다. 값도 싱$3-7면 뭐든 살 수 있고 특별한 건  같은 음식도 싱$3,4,5로 표시되어 먹는 이에 따라 양을 다르게 주문 할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가져오는 건 셀프인데 가져가는 건 종업원이 한다. 그릇마다 상점의 번호가 있어 한 곳에서 걷어가 씻어서 각 점에 갖다 주는 모양이다. 후식으로 음료수 한 병과 파인애플을 사 먹고 본격적으로 거리구경에 나섰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상품은 다 있는 듯하다. 섹스숍이 서점과 나란히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 걸 보니 우습다. 하긴 우리가 속옷을 쇼윈도우에 걸어 놓는거와 같을지도 모르지. 도로에는 싼거리가 즐비하고(구두나 바지가 5천-만원하는) 건물 안쪽은 값 비싼 물건이 가득하다. 길에는 공중전화처럼 컴퓨터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다.

가도 가도 그 거리가 그 거리고 눈이 빙빙. 어차피 살 것도 아닌데....모두 지쳐서 숙소로 돌아왔다. 거리가 생각했던 거 보다 깨끗하진 않았지만 (쓰레기가 한 개도 없을 줄 알았다) 적어도 길에 뭔가를 버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지고 길에 휴지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벼락칠진저!!

그런데 왠걸? 횡단 보도는 완전히 비보호다. 신호가 있지만 사람들은 대충 차가 오는 걸 보며 그냥 건넌다. 무단 횡단은 왕 벌금이라더니?  그런데  그렇게 건너도 지나는 차가 빵빵거리지는 않는다. 또한 사람들도 요령있게 건넌다. 절대 지켜야 한다고 들었던 아이들은 신호를 안 지키고 지나는 사람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안 지킨다고. 선진국이라더니 꽝이라고.  물론 신호를 안 지키는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빵빵거리지는 않아서 거리는 대체로 조용한 편이였다.      

날씨는 말레이시아와 비슷해서 덥긴 하지만 견딜만 하다. 이렇게 첫 밤이 지난다. 호텔은 좁지만 침대가 커서 편하다. 안전을 위해서 창문을 열지 말라는 경고가 써있어서 잘 닫혔는지 확인하고 ...꽉 막힌 도시의 한 가운데서 자려니 조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