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낯선 바람따라

2000년 1.14~22(9) 말레이시아, 싱가폴 3

낭가 2012. 9. 10. 14:29

5) 1. 18일 : 코타키나바루시내 관광


오전은 자유시간이라 애들은 실외 수영장에 가고 우리는 스포츠 센타에 가기로했다. 스포츠센타에 암장이 있다해서 봤는데, 아주 초보급이고 조금 각도를 세우면 안되서 그냥 나왔다. 이용료는 없는데 신발을 빌어야 했다.(1인 15링깃) 수영장으로 가보니 하늘이는 가고 없어서 하늬와 같이 조금 수영을 했다.

점심은 중국식 만두인 '딤섬'을 먹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만두에 속도 고기 해물 야채등 갖가지여서 무척 맛있다. 워낙 많은 종류가 나와 일일이 기억도 하기 어렵지만 주로 어묵이나 맛살 맛이 많았다.

짐을 챙겨 나와  시내 관광을 한다. 중국 절구경을 갔는데 이곳은 예수님을 뺀 모든 신이 있다. 유비 장비나 공자 금복주 모델처럼 생긴 이름 모를 신 등...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신을 강요하지 않고 사이좋게 산다. 1년이면 이곳서 신자들이 사서 피우는 향 값이 만만찮다고 한다.

이곳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일처 다부제지만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여자들이 가진다. 왜 가진다는 표현을 쓰냐면 아이들은 노동인력으로의 효용가치 때문에 이혼을 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면 더 좋아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 경제는 옛날에는 주로 고무였는데 요즘은 팜유생산이 엄청나서 우리가 먹는 식용유도 거의 이곳 것이라고 한다.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상환기한도 거의 평생이라는데도 뭘 얼마 빌리고 갚고 하는 계산을 싫어해서 인지 그저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냥 살고.(먹는 건 지천이라 벼농사도 그저 뿌려만 놓으면 저절로 나서 때가 되면 낫만 들고 나서면 되고, 바나나 나무는 길거리에 가로수처럼 있어서 노랗게 익어도 누가 따먹는 사람이 없다.)

 

민속박물관은 주로 전통가옥인데 대나무로 지어져 시원하고, 기둥위에 1m쯤 떠 있는데도 생각보다 튼튼하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시그널 힐'은 산 위에 지어진 전망대로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워낙 작아서 버스로 이동할 때 같은 거리만 지나다닌 이유를 알겠다. 마지막에 쇼핑을 위해 백화점에 갔는데 애들이 쉬 마렵단다.

2층에 있다는 말을 듣고 올라가긴 했는데 도무지 화장실 표시가 없다. 급하다는 애들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다 경비를 만나 물었더니 꼬불꼬불 돌아 구석을 일러준다. 급히 뛰어 갔더니 이런! 화장실 앞에는 아줌마가 앉아서 돈부터 내란다. 애들을 남겨놓고 다시 내려와 돈을 가지고 갔다. 20링깃이다. 백화점에서 화장실 사용료를 받다니....간신히 쌀 뻔한 애들을 들여보내 놓고 보니  주로10-20대 젊은 애들 뿐이다. 특별한 일없이 빈둥대는 애들은 시원하니까 거의 종일 백화점에서 산단다. 애써서 일 할 필요가 없으니 배우는 것도 열심하지 않는 모양이다.

티셔츠 몇 개와 나비갈피, 대나무 공을 샀다. 세팍타크로가 유명한 이곳은 인기 경기도 단연 축구와 배드민턴이다. 옛날 메르데카배 축구경기가 생각난다. 더운 날씨 때문에 오히려 비가 오면 뛰기에 좋아서 수중경기가 잘 벌어진단다. 수중경기에 강해서 딴 나라와의 경기일정을 부러 비오는 날 잡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배드민턴 역시 대단해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름은 몰라도 배드민턴선수 이름은 알  정도로 인기가 높고 박주봉선수의 이름을 딴 '주봉레스토랑'이 있단다.

 

오는 길에 재래시장을 들렀다. '필리핀 시장'이라고 하는데 주로 가까운 필리핀에서 밀항해 온 필리핀인들이 빈민촌을 형성하며 사는 터전이다. 시골 장터 풍경으로 만물상 수레에 검정고무줄, 야채 조금 펴고 앉은 노인,  온갖 먹거리 노점에 사람만한 생선까지. 쌀 튀밥으로 만든 과자가 있어 샀더니 맛이 똑 같다. 시장을 벗어나 길가 의자에 앉아 있으니 하늬만한 여자아이가 물 수레를 끌고 간다. 잠시 후 또 지나가다가 우리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뭘 하는 건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또렷하고 예쁜 눈을 굴리며 쳐다만 본다. 그렇게 한 10분 있더니 간다. 뭘 생각한 걸까?  

이제 오늘이 말레이지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같이 왔던 사람들은 오늘 밤 비행기로 돌아간다. 저녁을 먹으며 작별인사를 한다. 우리는 내일 싱가폴로 가기 때문에 여기서 작별해야 한다.

아줌마들은 해준 밥 먹고 부엌의 일상에서 벗어났다가 집에 간다고 하니 아쉬움의 한숨을 쉰다. 나 역시 여행의 즐거움중의 하나가 부엌에서 벗어나는 것. 어쩌면 가장 큰 기쁨인지도 모른다.

아파트로 갔다. 갈 사람들은 잠시 쉬고 우리는 잔다. 이름은 아파트인데 분양이 안되니까 일부를 콘도처럼 사용하는 듯하다. 택지 개발을 하여 많은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는데 분양이 안되어  비어있는 건물이 대다수다.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데도 도무지 깨끗하고 좋은 집에 사는 이유를 못 찾는 건지 변하려고 하질 않는다.  이상한 것은 신을 문 밖에다 벗어 놓는 거다. 방을 찾아 복도를 걷는데 문밖에 신발이 놓여있다.
한 40여평쯤 되는 데 보일러 실에서 드디어 도마뱀을 발견했다. 이곳은 도마뱀이 많아 침대며 천장을 기어다닌다고 들었는데 호텔은 워낙 관리를 잘 해서 통 볼 수가 없었다. 신기하긴 하지만 자다가 침대로 올까봐 겁난다. 도마뱀은 물지않고 파리나 모기같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게 더 좋단다.

바로 곁에 있는 슈퍼에 갔다. 하늘이 일기 노트를 다 써서 구경겸 갔다. 우리네 슈퍼처럼 있을 거 다 있다. 근데 문구류는 별로 많지 않아서 질이 별로인 공책을 한 권 샀다.

TV를 본다. 방송이 영어 ,말레이지아어, 중국어로 하는 것이 있다. 이곳은 말은 있는데 글이 없어서 영어로 글을 쓴다.  일테면'돈'을 'don'이라고 쓰니 그것이 영어로 money라는걸 어찌 알겠는가? 더구나 외래어는 자기들 읽기 편하게 써서 버스는 bas, 택시는 teksi로 쓰는 것이다. 처음엔 간판을 읽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을 떠나온지 이제 5일. 쉬지 않고 돌아 다녀선지 무척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