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4일 : 광주-서울-말레이지아 코타키나바루시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바루 공항에 4시 도착. Karamunsing호텔로... 3시간을 당겨 시계를 맞춘다. 생각보다 덥지 않다. 여름이고 우기라고 해서 파키스탄의 카라치 날씨 같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건조해서 그리 더운 생각은 안 든다. 방은 하나고 침대가 싱글 두 개. 에어콘이 잘 되서 오히려 춥다.
이곳 음식은 특별히 여기만의 고유음식은 없고 동남아 특유의 향내와 중국식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저녁은 극장식 식당에서 민속춤을 감상하며 먹다. 규모는 꽤 큰데 시원하라고 호수 가운데 지어져 있다. 이상한 것은 이 날씨에, 바로 옆에 깨끗하지 않은 물이 있는데 왜 모기가 없는지....
저녁을 먹고 길거리 과일가게에 갔다. 이 나라에만 있다는 '두리안'을 먹어보기로 한다. 보통의 과일보다는 조금 비싼 7링깃(1링깃=300원정도)이다. 열대 지역이라 이름 모를 과일이 정말 많다. 두리안은 '처음에 냄새가 지독해서 먹기 힘들지만 한번만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들어서 어쨌거나 참고 한번 먹었는데 정말 잊지 못할 맛이였다.
약간 타원형으로 작은 수박만 한데 밝은 연두색 표면은 우둘투둘하고 단단해서 큰 도끼 칼로 쪼게야 한다. 속은 흰색으로 밤톨만한 열매가 들었고 그 열매주위는 매우 끈적이는 쨈이 싸고 있는데 이 쨈과 알을 먹는다.
알은 생밤을 씹는 정도의 단단함과 맛도 조금은 비숫하나 별 특별한 맛은 없고, 쨈의 그 느끼함과 느글거림! 정말 처음은 냄새를 참고 호기심과 얼마나 맛이 좋으면 이 냄새를 참고 먹나 하는 기대에 먹었는데 그 끈적이는 스토킹같은 느낌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거다. 그 냄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뒤로 지독한 냄새나 방귀를 뀌면 '두리안 냄새'라고 말 할 정도였다.
젤 못 먹을 거 같은 하늘이는 생각보다 잘 먹고 하늬는 먹으려다 '왝'해서 관두고 나는 모범을 보이려고 할 수없이 쨈은 빼고 알만 대충 씹어 꿀꺽한다.
다른 과일 보다 약간 비싼 편인데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씻어도 씻어도 한 동안은 계속 콧구멍을 따라 다녔다. 레스토랑이나 호텔 비행기에 '두리안은 가지고오면 안된다'는 표지판이 있을 정도다. 현지인들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잘 먹는다. 우리가 김치 먹는 거나 같을까?
내일 산행할 물건을 챙기고 나니 조금 걱정이다. 운동을 안한 나도 걱정이고, 고소에 얘들이 괜찮을지도.... 어쨌거나 이국에서 첫 밤이 기분 좋다. 애들은 처음 자는 이국 호텔의 시설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여기저기 시트랑 화장실물품 그리고 특히 실내에 카펫이 깔린 채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에 신기해 한다. 까부느라 잠을 안 잔다
2) 1.15일 : 시내-키나바루산 라반라타산장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다. 다양하고 낯선 과일과 음식이 너무 좋다. 먹고 싶은건 많은데 꿀꺽**! 배가 부르다. 어떤 사람은 냄새와 향이 낯설고 이상해서 못 먹겠다고 손 놓고 있는데 잘 먹고 있으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야만인처럼 보일 거 같다.
버스를 타고 키나바루산으로!! 2시간정도 계속된 오르막을 간다. 생각보다 멀다. 길가 가파른 땅에 심어놓은 벼도 신기하고 이름모를 여러 과일들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중간고개의 과일가게에서 파인애플을 먹는다. 농약도 안하고 다 익어서 딴 것이라 정말 맛있다.
과일가게 뒷 편의 화장실에 가니 돈을 내란다. 1인당 20링깃이다. 멀리 키나바루산이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곳이 꼭대기가 아니란다. 드디어 입산 신고를 하고 11시쯤 팀폰게이트(1890m)에서 출발. 해마다 산악 마라톤을 한다는데 98년 기록이 2시간42분07초다. 대단하다. 여자는 조금 더 짧은 거리인지 기록이 더 짧다.
조금 무거운 짐들은 포터에게 맡기고 정글을 걷는다. 처음 보는 열대 식물과 마치 가로수인양 늘어선 고사리나무(?)가 신기하다.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거나 힘들진 않다. 시작은 반 팔티에 반 바지였는데 창창 맑고 더운 날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추워진다. 구름 속으로 들어서서인지 바람도 불고 춥다.
30분-40분정도마다 쉼터가 있는데 화장실과 물만 있다. 화장실엔 화장지가 없고 물이 담긴 주전자가 있다. 화장실은 흐르는 물로 자연수세식이고 큰 일을 보고 주전자의 물로 뒷처리를 하는데, 우리는 파키스탄에서 사용해본 뒤론 줄곧 집에서도 거의 화장지를 안 쓴다. 그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며 위생적이다. 전에 파키스탄에서 모슬렘사회를 한번 경험한 터라 신기하기보다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산은 쉼터마다 매점이 있어 음료수도 팔고 컵라면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상술이 없는 것이 이 산을 더 깨끗이 보존케 하는거 같다. 특별히 국립공원관리인이나 청소부가 보이지 않아, 쓰레기나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건 내려오면서 자연이 풀렸다. 작년에 높이를 다시 쟀다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알아간 쉼터높이와 안내의 표시가 조금씩 차이 난다.
첫째쉼터인 Kandis shelter(1981.7m) 2번째 Ubah(2081.4m) 3번째 Lowii(2267.4m) 4번째 Mempening(2515.47m) 그 지역은 식충 식물인 네펜티스 자생지여서 가는 동안 처음 보는 식물을 찾아내는 것이 보물찾기보다 반갑다. 하늘이는 지름이 2m인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를 보기위해 가이드에게 물어보고 열심히 찾는데 아마 그 꽃은 깊은 곳에서 피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드디어 13시 47분 5번째 산장인 Layang layang hut(2702.3m)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먹는다. 쌀밥에 돼지볶음 무채지 김치 구운 갈치구이. 구름 속으로 들어와서인지 많이 추워졌다. 부랴부랴 긴 바지 와 방풍의를 꺼내 입고 쪼그려 앉아 덜덜 떨면서 식은 밥을 먹으니 동계 온 거 같다.10도 정도인데 바람이 부니 영하처럼 느껴진다.
14시10분 출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추운 곳에서 밥을 먹고 또 높아진 높이 때문에 하늬에게 고소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머리가 아파서 못 가겠단다. 달래고 어르고 급기야는 박 가이드아저씨가 업었다. 산소가 줄어든데다 밥을 먹자마자 걷기 시작해서 그런 모양이다.
조금 가다보니 상태가 다행히 나아져서 걷기 시작했는데 이젠 하늘이가 머리 아프다고 인상을 쓰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고소증세에 대해 아는 나는 속으론 상당히 걱정이 되었으나 내색은 못하고 조금만 더 가면 괜찮다고 달랬다. 그러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길 가 숲 속으로 들어가면 다 지뢰밭인데 여긴 화장실외에는 소변조차 못 보니 더구나 대변은....급한 김에 신문지를 깔고 보라고하니 싫다해서 할 수없이 어찌어찌 화장실까지 갔다. 그래도 변을 보고 나니 조금 나아진 듯하다. 올라올수록 키가 점점 작아지는 나무와 나무 꼭대기에 깃발처럼 나부끼는 이끼류가 많다.
6번째 Villosa(2960.8m) 7번째 Paka cave(3080.42m)를 지나 드디어 숙소인 Laban Rata hut(3272.7m)도착. 방에 짐을 넣고 애들을 쉬게 한다.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고소증세도 없고 힘든 것도 없는데 애들 챙기느라 약간 기진한 느낌이다.
아! 산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왜 이렇게 다른지.... 구름이 발바닥 저 아래 새털처럼 깔리고 그 위로 빛나는 황금빛 햇살! 올라오는 동안의 힘듦이 다 살아진 듯하다.
산장에서 주는 저녁을 먹고 우리가족과 50대 아저씨 4명만 남고 다른 이들은 3320m 쯤의 다른 산장으로 갔다. 19시30분, 내일 새벽 2시에 출발이므로 나와 하늬는 이층침대의 위에서, 성개씨와 하늘이는 아래에서 잠을 청한다. 하늬는 숨이 안 쉬어지고 답답하다고 낑낑거리고 하늘은 머리가 아프다고 끙끙거린다. 두통 약을 먹이고 겨우 잠들었는데 .....
성개씨의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일어나야 하는 시간인가 보다하고 시간을 물어보니 이제 9시란다. 그때부터 잠은 안 오고 시간만 세고 있으려니 머리가 지근지근 소리친다. 고소증센가 하고 두통 약을 먹고 잠들려고 하는데 일어나는 시간을 놓칠까봐 깊이 잠들지 못한다. 다행히 애들은 이제 괜찮은지 코를 골면서 잘 잔다. 내일 일이 걱정이다. 잘 올라 갈 것인지, 고소증세가 오면 어쩌나, 애들은 과연 괜찮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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