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4 산티아고 포르투갈길

[걷기] 산티아고 포르투갈길 12 (걷기 9일차)

낭가 2024. 9. 30. 16:48

걸은 날: 24년 9월 20일 금요일

코스: 깔다스 데 레이스~빠드론/~호텔 스카라/ 18.5+4.2=22.7km

(코스도엔 빠드론까지 18.5km이나 숙소가 걷는 길 위에 있어 숙소까지 더 걸었다)

 

코스도(ㅎ여행사안내도에서 퍼옴)

 

잔뜩 흐린 하늘때문인지 아침 8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캄캄하다.

 

8시 30분 출발하여 절대 길을 잃을 수 없게 친절한 노란 화살표를 따라 도시를 걷는다

 

배달된 바게트 빵이 대문 손잡이에 걸려있고

 

8시 42분, De San Tome Becket 성당에서 잠시 멈춤.

 

잠시 앉아서 묵상하는 시간은 종교를 떠나 평화롭다

 

흰 천장식이 특이한 아름다운 마리아상

 

감사와 기원의 촛불을 켠다. 동전을 넣으면 금액만큼 켜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듯하다^^

 

무슨 행사로 생겨난 것인지 모를 공중의 장식 아래를 지나면

 

비에 떠내려온 쓰레기와 수초들을 걷어내느라 바쁜 동네 하천을 지나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등성이가 신비로운 동화같은 마을을 지난다.

 

비로 세수해 말끔해진 꽃들이 방긋 방긋 ㅋㅋㅋ

 

고가도로와 정글같은 잡초, 안내석의 조화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다

 

나무아래 비를 피하고 있는 엄마 소와 송아지의 순박한 눈빛은

 

유모차를 끌고 나선 쌍둥이 부모의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과 닮아있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순례자들과

 

함께 걷는 나도 칭찬해~^^

 

비에 젖은 숲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참으로 싱그럽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라 10km마다 '평구리'를 앉혀 사진을 찍었다. 마침 40km여서 사진을 찍고 평구리를 가져갔더니 뒤에 서있던 남자분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마 이곳에 계속 앉아있는 애인줄 알았나 보다. '빌려줘요?' 했더니 아니라고 웃는다 ㅋㅋㅋ 

40km 남은 지점

 

예뻐서 눈에 들어온 '티보치나' (모야모에 물어봄)

 

도심을 벗어나 길을 걷다보면 철조망에 콩깍지들이 주렁주렁하고 마당엔 닭들이 꼬꼬댁 꼬꼬, 밭에 자란 케일은 나무인 듯 씩씩하다. 도시에 살면 보기 힘들어진 것들이라 추억 돋아 즐겁다  


 

오래된 성당이 있는 시골길을 지나

 

여러갈래 길에서도 길을 찾아 걷는다

 

염소를 쳐다봤더니 데려가던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앞으로 밀며 보여주신다. 마치 손자를 자랑하듯이 ㅎ

 

이제 큰 도로로 나아간다

 

반가운 방아간, '순례자로부터 탈출'하는데 37km남았단다 ㅋ

 

잠시 비를 피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데우고, 나무아래 댕댕이는 인간에 관심이 없다 ㅜㅜㅋㅋ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자연에서 걷다보면 무심하게 먹이 활동 중인 말이나

 

포도나무 아래에서 꽥꽥대며 떠드는 거위 소리마저 반갑다. 많으면 시끄럽다고 피하고, 없으면 그리워지는게 사람인가보다 ㅜㅜ

 

12시 21분, 마침 비를 피할 곳이 있어 도시락을 풀었다. 계속 가랑비가 오다말다한다. 비가 많이 오진 않지만 ㅇ임씨는 춥다고 판쵸를 입었다.

 

길을 정글같은 숲으로 계속되고

 

13시 26분, 30km 남은 지점을 지난다

 

와~ 또 밤이다ㅜㅜ 알토란같은 밤의 유혹은 계속되고

 

작은 구멍으로 마당을 드나드는 닭들이 신기하다.

 

아스팔트 위의 과속 방지턱

 

해바라기같은데 우리네와 다른 푹신한 방석같은 꽃도 신기하다

 

13시 52분, 찻집 발견

 

그런데 좀 이상한 곳이다. 커피를 주문했더니 모래시계를 놓고가며 기다리라고 한다. 커피를 내리는 기구나 컵도 깨끗지 않아 우리 컵을 꺼내 썼다ㅠㅠ 화장실엔 벌거벗은 마네킹 남녀가 서 있고 주변 장식이 고물상처럼 온갖 것이 늘어져 정리되지 않고 이상하다. 주인마저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케 해서 '커피에 약 탄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ㅠㅠ

 

'폰테세수레스' 찍으려고 기다리는 외국팀이 있어 서로 품앗이로 찍었다

 

이제 내려가 볼까~

 

비를 피하고 있는 아기냥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14시 30분, 'Ulla울라강' 위의 '빠르돈 다리'를 건넌다

 

강폭이 꽤나 넓다

 

여전히 비는 오락가락, 낮게 깔린 안개속에선 피어오르는 공장의 연기마저 아름답다

 

Sar강 옆, 빠드론의 광장. 양쪽의 플라타너스나무가 장관이다

 

아래 왼쪽 사진은 광장 초입(걷는 방향으로) 에 있는 '카밀로 호세 셀라 이 투룰로스'의 동상. 1916년 스페인의 빠드론에서 태어난 작가로 198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찍어뒀다가 찾아본 건데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니 이 사람도 대단해 보인다 ㅋㅋㅋ

 

아래 오른쪽 사진은  갈리시아 문학을 부흥시킨 문필가 '로살리아 데 카스트로'  인데 이 사진의 주요점은 뒤에 보이는 'Iglesia de Santiago Apostol de Padron 산티아고 아포스톨 데 빠드론 성당'이다. 이곳에 야고보 사도의 유해를 싣고 온 배를 묶은 돌기둥 'El Perdon'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우린 이곳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쳤고, 멀리 보이는 곳이 그곳인 줄 알고 갔다) 

 

플라타너스 나무 거울에서 단체 사진^^

 

'사르강' 위의 '산티아고 다리'를 건너

 

야고보의 산티아고 성당인줄 알고 갔던 'Convento del Carmen 카르멘 수녀원' 건물은 문이 잠겨 있고 아무런 안내나 설명판이 없었다 ㅠㅠ

 

옛 성벽에 핀 균류들 때문에 다양한 색으로 변한 돌들과 작은 들꽃들이 건물보다 아름답다^^ 

(아래,오른쪽 위 사진) 트라켈리움, 우리말로 석모초(모야모 물어봄) 

(아래, 왼쪽 아래 사진) 수녀원에서 본 산티아고다리. 두 개의 첨탑이 보이는 성당이 '산티아고 성당'이다.

 

 

산타마리아 데 이리아 플라비아 성당은 갈리시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마리아성당'이라고 한다. 현재 주교구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옮겨지기 전인 11세기까지는 최초의 주교구였다. 공원묘지에는 (광장에 있는 동상)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카릴로 호세 셀라'와 시인이자 소설가인 '로살리아 가스트로'의 묘비도 있다고 한다. 

'산타마리아 데 이리아 플라비아 성당'과 공원묘지

 

옛날 묘지들

성당 내부 모습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온 우리나라꽃 '무궁화'와 광고판^^

 

16시 30분, 숙소 도착.

 

유혹의 산물 알밤. 어제 깐 생밤은 걷는 동안 먹고, 이 곳에도 커피포트가 없어 남은 밤도 속껍질까지 다 벗겼다 ㅜㅜ

 

램블러상의 이동상황

후기] 비가 촉촉히 내린 날. 많이 오지 않고 덥지 않아 좋았다. 비가 오면 습기로 가득한 숲 길은 진한 나무 냄새와 흙냄새를 뿜어내고 그 속에서 행복한 걸음을 하니 더없이 좋았다. 은근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힘들진 않은 구간. 10일의 짧은 기간이라 정말 "벌써?"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점프를 했던 많은 분들도 좀 더 준비해 와서 다 걸을걸 하는 후회를 하신다.

양말이 젖진 않았는데 축축해서인지 발등에 접촉성피부염이 생겼다. 연고를 발랐는데 번질까 염려된다. 내일까지 잘 견뎌다오~ 저녁으로 나온 생선찜이 맛있었는데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