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4 산티아고 포르투갈길

[걷기] 산티아고 포르투갈길 14

낭가 2024. 9. 30. 16:51

간 날: 24년 9월 22일 일요일

코스: 피니스테레, 무씨아, 미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레 성당으로부터 90km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엔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땅끝마을 '카보 피니스떼레'에 간다.

땅끝까지 걷는 순례자

 

걸어서 세상의 끝에 왔는데 퉁실퉁실이 왠말이냐 ㅜㅜ

 

0km 표지석. 두 번 찍게 될 줄 몰랐지^^

 

 

빛나는 대서양의

 

이곳 저곳도 눈에 담고

 

스탬프의 끝은 대성당이 아니고 이곳이다. '크레덴시알'을 챙겨가시면 땅끝 스탬프를 찍어주시는 분이 계시다. 물론 약간의 기부금을 내는 건 매너ㅎ

 

 

진짜 땅끝을 향해 등대 옆 계단을 내려가면

'청동 신발 한 짝' 조형물이 있고, 걷는 동안 신었던 신발이나 옷을 태우는 곳이 있다. 지금은 환경 등의 문제로 태우기는 못하지만 그래도 두고 가는 물건들이 있다. 

 

 

세상의 끝에서 만세를 부르다.

 

피니스떼레 등대를 배경으로 여기도 만세~

 

이 곳에 십자가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어서 한 컷^^

혼자 오신 서양 여자분께서 셀카를 찍으려고 애쓰는 나를 보고 찍어준다고 해서 한 컷. 그리고 우리도 찍어드린다고 했더니 처음엔 괜찮다고 하다가, 찍어드린 사진을 보더니 아주 좋다고 엄지척한다. 그래요, 남는 건 사진뿐이지요 ㅋㅋㅋ

 

우리의 시작점 '리스보아 608km' 표지도 있다

 

이제 가야 할 시간. 세상의 끝에 두 번오다니... '다시 올 일 없겠지' 생각했는데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

 

다시 버스로 1시간여를 이동하여 무씨아. <The Way>라는 순례자 이야기 영화 덕분에 유명해진 곳으로 야고보 사도가 갈리시아 선교에 절망할 때 성모님께서 발현하셔서 위로해 주셨다는 전설의 장소이다.

무씨아 성당. 한국어가 쓰여있다^^

 

가운데 크림이 들어있는 츄러스, 맛나다 ㅋ

 

0km 표지석과 '상처'(라 에리다) 조형물

2002년 무씨아 앞바다에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좌초되어 기름이 유출되었고, 이로써 바다와 해양생물이 상처 입은 것을 잊지 말자며 11m의 거대한 작품  '상처'(라 에리다)를  만들어 세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게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 후에 무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에 나섰고, 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담은 기록물들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도 괜찮다고 넘어갈 일은 아닌데....ㅠㅠ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망가트리는 일이 너무 많아서 무서울 정도다.

 

무씨아 성당으로 가 보자

 

작년엔 산 쪽에만 돌아보느라 이곳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성당 안을 꼭 볼 운명이었나 보다ㅎ

성당 입구

 

아담하지만 꽤 화려하다

 

성모님이 발현한 성당이라 그런지 정면에 화려하고 멋진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도 스탬프가 있나 기웃거리는데 신부님이 벌써 도장을 든다. 처음엔 작은 도장(아래사진 오른쪽)을 찍고, 땅끝 스탬프를 보시더니 큰 도장을 찍어주신다. 순례의 완성이라는 뜻이란다. 뿌듯하다^^

왕 큰 스탬프 ㅋㅋㅋ

 

그리곤 옆의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 2층도 구경하라고 알려주셔서 올라갔더니

기도하는 공간이 있고 성당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비록 뒷모습이지만 성모상을 이렇게 가까이 보고, 내부를 내려다 보는 것도 신기하다

 

성당 문을 액자삼아 대서양을 담아보고

 

머무는 시간동안 대서양 바람을 즐겼다

 

두 곳 방문 후 조금 늦은 시간인 14시 50분에 점심을 먹기위해 항구 근처로 이동.

 

대체적으로 맛있었으나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했다. 싸갈 수도 없고 ㅠㅠ

 

이 생선이 메인인데 이미 배가 불러 제대로 맛을 못느낀게 아쉽다

 

17시 30분, 숙소로 갔다가 미사를 보기 위해 대성당으로 다시 왔다.  

관광기차가 출발하려고 대기 중이고 차들이 사라진 광장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엔 앉아서 미사를 보기위해 조금 일찍 18시에 입장

 

성당 안을 구경하고

 

구석 구석을 눈에 담는다

 

정교함과 화려함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파이프오르간 소릴 듣고 싶었는데 언제 하는건지....

 

안 쪽에 사람들 줄은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있는 '은관'을 보러가는 줄인데 어디서 줄을 서야 하는지 찾으러 다녔지만 못 찾았다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성당밖을 나가 반대쪽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다른 분이 찍은 사진) 여기서 적어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은관 (보고오신 분이 주신 사진)

 

어쨋든 앉아서 미사를 보고 (작년엔 기둥 옆에 서서 봤다)

 

미사가 끝나고 나오니 20시 30분,

 

차없는 광장에서 한번 더

앞에 서있는 분께 사진찍게 자릴 좀 비켜달라고 부탁했는데 '싫은데?' 해서 좀 당황했지만 싫다는데 뭐 그냥 찍었다. 첨단기능으로 없애버리려다가 아마 내 사진에 찍히고 싶었나 보다 싶어 그냥 뒀다. 

다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간단히 요기를 했다. 바게트에 오징어튀김을 끼워놓은 것인데 맥주를 더하니 완죤 맛있다. 거기에 살가운 댕댕이와 잘 생기고 매너 좋은 주인까지,  산티아고 피날레를 멋있게 보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조가비', 이젠 안녕~

 

이제 다시 못 볼 '거리 표지석'도 고마웠어~

 

그렇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후기] 산티아고 포르투갈길을 잘 걷고 널널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 다시 보니 또 좋았다. 어제 성당 광장을 들어설 때보다, 컴컴한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아쉬움과 그리움 합쳐진 뭔가 묘한 감상에 젖게 했다. 

아름답고 멋진 프랑스길과 편안하고 즐거운 포르투갈길이 합쳐져 나의 산티아고길이 완성된 느낌이다. 언제 또 걸을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운 공기를 늘 그리워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