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날: 24년 9월 22일 일요일
코스: 피니스테레, 무씨아, 미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레 성당으로부터 90km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엔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땅끝마을 '카보 피니스떼레'에 간다.
스탬프의 끝은 대성당이 아니고 이곳이다. '크레덴시알'을 챙겨가시면 땅끝 스탬프를 찍어주시는 분이 계시다. 물론 약간의 기부금을 내는 건 매너ㅎ
'청동 신발 한 짝' 조형물이 있고, 걷는 동안 신었던 신발이나 옷을 태우는 곳이 있다. 지금은 환경 등의 문제로 태우기는 못하지만 그래도 두고 가는 물건들이 있다.
혼자 오신 서양 여자분께서 셀카를 찍으려고 애쓰는 나를 보고 찍어준다고 해서 한 컷. 그리고 우리도 찍어드린다고 했더니 처음엔 괜찮다고 하다가, 찍어드린 사진을 보더니 아주 좋다고 엄지척한다. 그래요, 남는 건 사진뿐이지요 ㅋㅋㅋ
다시 버스로 1시간여를 이동하여 무씨아. <The Way>라는 순례자 이야기 영화 덕분에 유명해진 곳으로 야고보 사도가 갈리시아 선교에 절망할 때 성모님께서 발현하셔서 위로해 주셨다는 전설의 장소이다.
2002년 무씨아 앞바다에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좌초되어 기름이 유출되었고, 이로써 바다와 해양생물이 상처 입은 것을 잊지 말자며 11m의 거대한 작품 '상처'(라 에리다)를 만들어 세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게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 후에 무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에 나섰고, 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담은 기록물들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도 괜찮다고 넘어갈 일은 아닌데....ㅠㅠ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망가트리는 일이 너무 많아서 무서울 정도다.
작년엔 산 쪽에만 돌아보느라 이곳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성당 안을 꼭 볼 운명이었나 보다ㅎ
여기도 스탬프가 있나 기웃거리는데 신부님이 벌써 도장을 든다. 처음엔 작은 도장(아래사진 오른쪽)을 찍고, 땅끝 스탬프를 보시더니 큰 도장을 찍어주신다. 순례의 완성이라는 뜻이란다. 뿌듯하다^^
그리곤 옆의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 2층도 구경하라고 알려주셔서 올라갔더니
17시 30분, 숙소로 갔다가 미사를 보기 위해 대성당으로 다시 왔다.
앞에 서있는 분께 사진찍게 자릴 좀 비켜달라고 부탁했는데 '싫은데?' 해서 좀 당황했지만 싫다는데 뭐 그냥 찍었다. 첨단기능으로 없애버리려다가 아마 내 사진에 찍히고 싶었나 보다 싶어 그냥 뒀다.
다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간단히 요기를 했다. 바게트에 오징어튀김을 끼워놓은 것인데 맥주를 더하니 완죤 맛있다. 거기에 살가운 댕댕이와 잘 생기고 매너 좋은 주인까지, 산티아고 피날레를 멋있게 보냈다.
후기] 산티아고 포르투갈길을 잘 걷고 널널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 다시 보니 또 좋았다. 어제 성당 광장을 들어설 때보다, 컴컴한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아쉬움과 그리움 합쳐진 뭔가 묘한 감상에 젖게 했다.
아름답고 멋진 프랑스길과 편안하고 즐거운 포르투갈길이 합쳐져 나의 산티아고길이 완성된 느낌이다. 언제 또 걸을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운 공기를 늘 그리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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