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은 날: 23년 5월 13일 토요일
코스: 뻬드로우소 ~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실거리 23.4KM 35.500보
유칼립투스. 나무의 진짜 이름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모야모'에 물어보고 안 이름. 작은 가지에 동글동글한 잎이 달린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뜻밖의 이름이라 깜짝 놀랐다. 유칼립투스야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해^^
국내에서 출발 할 때부터 그동안 열심히 내 발이 되어준 등산화를 가장 좋은 곳에서 보내주고 싶었다. 걷는 중 어디서든 벗어야 된다면 보내 줄 생각으로 신고 왔는데 다행히 신발창은 마지막 날까지 잘 견뎌주었고, 적어도 내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리긴 싫었다. 그래서 한자리 숫자로 남는 적당한 곳에서 보내주려고 내내 자리를 찾았었다. 그리고 이곳에 남겨놨다.
몬떼 도 고소는 ‘즐거움과 환희의 산’이라는 뜻으로 언덕의 정상에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마침내 보게 된다. 이곳은 몬쇼이(Monxoy)라고도 부르는데 이 언덕에 도착한 프랑스 순례자들이 대성당의 탑을 내려다보며 프랑스어로 “몬 쇼이!” (Mon Joie; 나의 기쁨이여)라고 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을 타고 온 순례자들은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여기부터 산티아고까지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갔다.
입구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숙소가 있다. 30개 동 중에서 3개 동만 알베르게 사용하는데 한 동에176개 침대. 총 침대 528개. 오전에 일찍 산티아고에 들어가기 위해 4km 남은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제주 올레 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길은 서로 협약이 되어있어 제주올레 완주증과 산티아고순례길 완주증이 있으면 공동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
가이드가 세요가 찍힌 크레덴시알(수첩)을 가지고 완주증을 받으러 간 사이 기다리는 동안 바에서 간단한 축하를 하기로 했다. 오징어튀김, 뽈보와 비노로 '건배 salud'
저녁은 특별한 것을 먹고 싶었으나, 피곤해서 멀리 가기 싫었다.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닭강정과 떡볶이가 한 끼 식사처럼 구성되어 있다. 한국와 똑같은 맛이다.
숙소] EXE PEREGRINO HOTEL
후기] 누군가 물었다. 도착한 기분이 어떠냐고. 누군가는 눈물이 났다고 하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하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제 밤과 오늘 걷는 내내 울컥 울컥했었다. 시내로 들어서면서 그냥 무감각해졌고 우리나라에서 긴 길을 하나 끝냈을 때 기뻤던 마음만큼 그렇게 그냥 기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베르게에서 안 자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ㅠㅠ
본래 복잡하고 시끄럽고 사람 많은 걸 싫어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다보니 긴 시간동안 사람들과 같이 행동하고 통제받는 시간이 힘들었다. 걷는 것 자체는 즐거움이었으니 다시 오게 된다면 혼자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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