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3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도보] 걷기 30일차 22.2km

낭가 2023. 6. 5. 20:46

걸은 날: 23년 5월 9일 화요일

코스: 사리아 ~ 뽀르또마린/ 실거리 22.8km 37,700보

 

산티아고 길은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를 기준으로 100km 이상 걸으면 완주증을 준다. 최대 100km에 맞추는 게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리아부터는 걷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  

고도표 (순례자 사무실 제공)

 

8시, 길을 나서는데 비가 온다. 많은 비가 아니라 다행이다. 길은 언덕을 향해 가파른 계단으로 시작한다.

'에스칼레이라 다 폰테'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아라발도'에서 '비야'로 바로 갈 수 있는 계단이다 라고 안내판에 쓰여있다.

 

1885년에 지어진 산타 마리나 성당

 

사리아 시내를 지나

 

언덕에 올랐다. 마누엘 말로가 제작한 석조 십자가와 시립 문장(오른쪽 아래)이 있고, 시내를 조망하는 곳이다

 

8시 19분, 막달레나 수도원

 

벽에 붙은 조형물이 귀엽다

 

나무 높은 가지에 신발을 걸쳐 놨다. 고락을 함께한 것이니 그냥 버리긴 아쉬웠을 것이다.

 

걷는 길과 자전거 길이 나누어 지고

 

우리는 다리를 건너

 

철로 옆 길로 내려간다. 여기도 대체 길이 또 있다

 

울창한 숲. 그만큼 오래되어 산신령같은 나무도 많다

 

8시 57분, 숲 길을 나오면 들판. 야생화 너머로 교각이 높은 도로가 지나간다

 

브라질아부틸론. 제주 옆지기가 집에 있어 안다고 이름을 알려준다ㅎ

 

이슬비는 계속 내리고

 

10시 16분, 숲을 벗어나 작은 개울 옆을 지날 때쯤 비가 갠다

 

10시 38분, 복잡한 바에서 자리잡고 따뜻한 콘레체로 쉼을 한다

 

비가 개이니 빼루스까요 마을의 소들이 목초지로 밥먹으로 가고

 

비옷을 벗은 뒤엔 팔토시를 못했다. 베드버그 문 자리가 계속 나오고 붓고 열이 나서 힘들다

우리는 비에 젖어 나무 향이 좋은 숲 길로 걸어간다

 

좁은 바위 틈에서 조금씩 자리를 내주며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간다

 

갈리시아 지방의 독특한 '오레오'. 옥수수를 저장하는 곳으로 쥐가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습기로 인해 옥수수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이 짓는다. 작은 대신 거의 동네마다 몇 개씩은 볼 수 있다.

오레오

 

11시 35분, 햇빛도 먹구름도 가득한 밭 사이를 지나간다

 

'노는 아이들 조심' 아이들 모습이 재미있다ㅋㅋㅋ

 

알베르게 케릭터인듯. 베드버그로 빨갛게 부은 팔이 ㅠㅠ

 

정말 아담한

 

공소? 기도실? 모르겠다

 

이런 길은 언제나 너무나 설레게 예쁜, 다른 차원으로 가는 길^^

 

12시 23분, 페레이로스 마을의 100km 남았다는 표시

 

모두 함께 참 잘 걸어왔다^^

 

그리고 드디어 두 자리 수 99,930km

 

이 인증 포인트 앞에 자판기가 있는 쉼터가 있어 점심을 먹었다. 자판기 사용을 몰라 헤매는데 관리인이신 듯한 아저씨가 오셔서 도와주셨다. 콜라 커피 콘레체등 각자 취향대로 후식도 먹고~

100km 인증 포인트가 있어서 다시 인증샷 ㅋㅋㅋ

 

비가 개니 얘도 몸을 말리러 나왔나보다

 

색의 조화가 멋진 야생화들

 

14시, 하늘이 예쁜 길을 걷다보니

 

앗! '폼보니따'. 반갑지만 아는체하진 않았다. 아는체하면 반갑다고 짖으니 주인이 좋아하지 않는다ㅜㅜ

 

14시 24분, 윗길은 길은 좋지만 좀 돌아가고 아래는 짧지만 포장도로가 아니니,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자전거 순례자들

 

눈 앞에 펼쳐진 구름이 우리나라 지도 같고

 

제주 밭담같다 ㅋㅋㅋ

 

15시 33분, 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뽀르또마린은 1966년 벨레사르 저수지를 건설하면서 원래 마을이 수몰되고 언덕 위에 새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주요 건물들은 다 옮겨놓아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그대로 남아있다. 

미노강 위의 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보면

 

건너온 다리가 보이고

 

동네 입구의 조형물에서 별이 되어본다

 

16시, 알베르게 도착

 

숙소 앞 포장마차에서 뽈뽀(문어)를 파는데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짐만 놓고 나와 포장마차를 찾았다. 그런데 거의 파장 분위기로 재료가 없다고 해서 작은 접시 하나에 비노만 시켜 맛만 봤다.

숙소 앞 포장마차, 17시쯤 되니 천막을 비롯한 모든 짐을 다 트럭에 싣고 자리를 싹 비웠다

 

뽈뽀를 만드는 모습

 

장보러 가기전에 조형물에서 인증샷^^

 

저녁은 숙소 아래 있는 식당에서. 이젠 고기를 시키면 고기만 나오는 것이 놀랍지는 않지만 야채도 없이 저렇게 먹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여전하다.  

숙소] PONS MINEA 13유로

 

후기] 시작부터 비가 오긴 했지만 많이만 오지 않으면 덥지 않아 차라리 좋다. 길은 숲 길과 도로를 번갈아 가며 걷고 비 온 후 하늘이 너무 예뻤다. 사리아부터 걷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새 신, 새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람이 많다 보니 바는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베드버그 문 자리가 가장 극성을 부린 날. 붓고 열나고 ㅠㅠ 

 

베드버그는 5월 3일 저녁에 물어 5일 아침부터 문 자리가 붓기 시작했다. 약을 7일간 먹고 계속 연고를 발랐다. 내 경우 붓고 열나고 가렵다가 가라앉았지만, 옆지기는 수포가 계속 생겨 고생을 했다. 문 자리는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날마다 몇 개씩 나왔고 수포를 만들었다가 줄어들어 5일에 물었던 건 12일에 흉터로 남았다. 

그러나 흉터로 남은 것도 집에 와서까지 꽤 오랫동안 가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