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가는 길

의지

낭가 2012. 9. 11. 16:09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
많이 듣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론 그것이 절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일도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 내 맘대로 안되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상처를 안 받게 할 것이냐가 자기 의지겠지요.

언젠가부터 이상한 증세가 생겨났습니다.

내 마음은 전혀 무섭지 않은데 내 몸이 무서워하는 겁니다.

처음 그것을 안 것은
둘째를 가져 만삭일 때니 13년 전이네요.

사직공원에 동그랗게 돌아가는 유람차가 있었습니다.
큰 애가 타고 싶다고 해서 탔는데
천천히 움직이는 그 걸 타고서 처음으로 오금이 저린 기분을
느꼈습니다. 밑을 내려다봐서 무서운 게 아니라 움직임이 무서웠습니다.

그리곤 그런 걸 타지 않아 몰랐다가
작년에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탔습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온몸이 불 위에 누운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게 초등학생 조카가 곧 끝난다고 날 잡고 위로할 만큼 딱 기절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리곤 가끔 일상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순간이라든가
그런 유사한 움직임에도 잠깐씩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남편이 정신과 의사인 친구에게 물어봤고
그것이 공포증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되는 건 괜찮은데
자신의 의지로 안 되는 것에 대한 공포랍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자동차도 내가 운전하면 아무렇지 않지만
조수석에 앉아가면 똑같은 증상이 일어납니다.
버스도 앞 좌석에 있으면 그렇지만 비행기나 배는 안 그럽니다.
위험하다는 높은 산을 오르거나 암벽 타기 같은 건 아무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결혼하고 17년 동안
자기 의사나 의지완 상관없이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거치면서
그것에 대한 자기 방어가 지나쳐서 안 해도 될 방어까지 하게 된 거 아닐까요?

어떤 일이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바이킹을 타면 간 떨리는 스릴이 있어 그것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지요. 그 떨림이 무서우면 다신 안 탈 테고 즐거웠으면 또 타겠지요.

어느 쪽을 보며 사느냐 그것이 자기 의지이겠지만, 의지 만으로 안된다고 좌절할 필욘없지요. 세상 가는 대로 놔둬야죠.

 

                                              2004. 7. 25

'연필이 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으러 가는 길  (0) 2012.09.11
할 줄 아는 운동  (0) 2012.09.11
홀로 떠나기  (0) 2012.09.11
부모 되기  (0) 2012.09.11
냉장고와 만두  (0) 2012.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