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아마 없으면 가장 불편한 것이 냉장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건 조금의 시간을 견디면 금단 증상을 넘어가거나 대체품이 생기지만 냉장고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여름엔 말이죠.
이번에 11년째 잘 돌아가던 냉장고가 휴식을 선언하였습니다.
예고 없이,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닥친 일이라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채 냉장고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먼저 냉동실의 음식 중 가장 먼저 먹어 치워야 할 것을 보니 다행히 많지는 않고 냉동 만두와 돈가스였습니다.
워낙 안목 있게 살림을 하는 터라(으읔--;;) 이번의 쓰레기 만두소 소동에 상관없는 제품이어서 환불할 수도 없고 해서 먹기로 했습니다.
저녁에 군만두 다음날 아침에 물만두 ... 그리고 그 저녁엔 돈가스였습니다.
여기서...
딸래미는 그날 가정 시간에 영양소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전 날 먹은 메뉴와 아침에 먹은 메뉴를 쓰라고 하셨대요.
저녁-군만두 아침-물만두
이렇게 공책에 써 놓고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실까 봐 두근두근거리며 앉아 있었다네요.ㅋ 다행히 그냥 넘어갔지만 그 말을 듣는 나도 가슴이 철렁하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세상 일은 예비 신호 없이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아니 신호를 보내는데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 있으라~~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이 보내는 모스 부호 같은 신호들을 잘 듣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2004.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