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등산] 2006년 5월 지리산 종주

낭가 2012. 9. 10. 16:05

 

 

딸래미가 2박 3일 수련회를 간다고 통지문을 내밀자 야! 내 휴가가 왔구나 싶었지요.그렇게 2박 3일 지리산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큰 배낭을 매서 어깨가 아팠지만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오히려 기분 좋은...  

 

2018년도 지리산

5월 22일 첫날; 


성삼재를 9시에 출발해서 안개 자욱한 길을,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이 가다가 삼도봉쯤가니 비가 쏟아졌습니다. 오랫만에 비바람치는 우중산행도 신나지요. 안개에 덮힌 산에서 보이는건 겨우 10m정도이니 들리는건 오직 내 심장 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빗소리와 새소리뿐... 연하천 산장에 2시에 도착했습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느즈막히 취사장에 나오니 제주도에서 왔다는 30대 세명이 버너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얘기하다가 같이 저녁을 먹었지요. 바다 건너온 소주까지 얻어 먹구요. 비가 와서 밖에도 못나가고, 좁은 대피소에서 있자니 별 할 일이 없어 책을 빌려 졸릴 때까지 읽었습니다. 비오는 산중에 배깔고 업드려  책읽기.... 이런 호강 해 보셨나요?

23일 둘째 날,

 

일찍가면 무엇하랴... 어차피 하루를 산에서 보내는 것인데... 찬란한 햇살 아래 여유 만만하게 콧노래 부르며 온갖 해찰을 다하고 갑니다. 선비샘에 다달아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마침 점심을 먹고 있는 두 남자가 있어  차려진 밥상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난 거의 반찬도 없이 다니는데 두 남자들이 가져온 반찬은 거의 한정식 수준입니다.

그렇게 느릿장을 부리고 온갖 꽃과 나무 구경을 다하면서 왔건만 세석에 도착하니 3시. 냉해를 맞았다는데...철쭉이 하나도 보이지 않은 평전을 바라보며 푸른 하늘과 황홀한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고 앉아 있으니 머리 속까지 간질 간질 합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마치 나만의 정원인양 온 평전을 어정거리다가  영신봉에서의 일몰 구경도 행복했습니다.  새벽........ 찬 이슬처럼 빛나는 별이 가슴으로 파고 듭니다.

24일 셋째 날,

 

촛대봉의 습지에 있는 동의 나물을 열심히 봤습니다. 연하천에도 지천으로 있던 것인데 이렇게 높은데까지 있다니 정말 이뻐요.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내내 얼레지가 만발입니다 올해부터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산행하는 재미가 또 다릅니다. 꽃의 이름을 불러 주고 나무를 어루만져 주는것 또한 또다른 즐거움이네요.

장터목 산장은 바람통.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심합니다. 제석봉에 있는 고사목은 언제봐도 멋지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인생이 뭔지 다시 돌아 보게 만드는 철학자들이지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구상나무.... 볼 때마다 첫 사랑처럼 가슴 뛰게 만듭니다. 가까이 두고 볼 수 없고 산에 들어야만 만날 수 있는 나무.  

천왕봉에 올라 잠시 반야봉을 바라보고....이젠 내려가는 길만 남았습니다.아쉬운 마음에 장터목에 앉아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한 참 쳐다 봅니다.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움으로 가서 기쁨만 가지고 오는 휴가. 가끔 내 자신에게 주는 나만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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