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목)
다행히 날씨가 좋다. 도동에서 성인봉을 오르는 길이 세 곳이 있는데 대원사 길은 처음에 넓은 길을 많이 걸어야 하고 안평전 길은 너무 위까지 차로 올라가니 짧고해서, 중간길인 KBS중계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태워다 준 택시 기사는 혼자 간다는 말에 걱정을 많이 한다.
오랜만에 햇빛이 쨍하고 난다. 숲 속으로 들어서니 여러 종류의 새소리들이 화음을 맞추는듯 경쾌하다. 내 발 소리에 놀라서 튀어나오는 꿩들과 새들 때문에 깜짝 놀란다. 길은 잘 나있고 그리 위험한 곳도 없었다.아마 비가 오면 낙석이 심해 그게 젤 염려스런 듯하다.
올라 가는 동안 내내 사람이 없다. 거의 차로 관광을 다니다 보니 산을 오르는 사람이 없나보다. 그래도 이렇게 한 명도 못 만날 줄은 몰랐는데.... 팔각정(중간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른후, 10시 984m 성인봉에 도착했다. 안개가 자욱히 밀려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야 혼자오신 경주 동국대 교수라는교수님을 만났다.
안평전쪽에서 올랐다는데 너무 경치가 좋다고 하신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며 서로 반가워 인사한다. 디카의 건전지가 방전되어 작동이 안된다. 이런~~~꼭 중요한 때 말썽이다. 할 수없이 핸펀으로 한 장 찍고....
잠시 바람이 밀려들자 안개가 걷히면서 알봉이 드러난다.뽀쪽히 서 있는 바위들의 호위를 받는듯 오목한 지형이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한 참을 서서 바라보다 나리분지쪽으로 하산.
처음의 내리막이 좀 험하나 원시림지대라 숲이 너무나 아름답다. 역시 올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독차지하고 오자니 맘이 그득하다.11시 30분 나리분지에 도착. 총 3시간 40분이 걸린 산행이였다.
식당에서 산채전에 씨앗주을 한 잔하고, 올라온 관광버스를 얻어타고 천부로 내려와 죽암을 향해 걸었다.
보통은 천부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으로 가는 것이나 같은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이 싫어서 여러 사람에게 문의를 한 결과 저동으로 넘어가는 - 일주 도로가 나기전에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있다는걸 알아냈다.
천부서 일주도로를 35분정도 걸으니 저동 내수전으로 오르는 길 표지가 보인다.시멘트 도로를 30분을 가니 이젠 비포장 도로다. 이 길이 맞긴 맞나... 아무도 없는 길을 씩씩거리며 또다시 30분을 가니 석포동이 나온다. 다행히 집이 한 채 있어 물으니 할아버지께서 친절히 알려주신다. 거기서 부터 드디어 조용하고 아늑한 오솔길이 시작되고 몸도 마음도 시원해 진다.
산 새와 바람 소리로 교향악을 들으며 걷다보니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초입에 여러분의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길의 돌을 치우고 위험한 곳의 길을 보수하는 중이셨다. 많은 사람이 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혼자 위험해서 어찌 가냐고 어떻게나 걱정이시던지 .....
아름답고 조용한 산 길은 간간이 길이 끊기거나 너무 좁아, 찾게 만들긴 했지만 1시간 30분만에 탈없이 도로를 만났다.
내수전 전망대에서부터 또다시 포장길을 30분이상 저동의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잠깐 쉰다는게 잠이 깜빡 들었다. . 밤 바람이 너무 좋다.
7월 16일 (금)
나가는 날. 바람이 꽤 분다. 밥에 감자를 넣어 짓는 울릉도식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 저동항의 공판장을 지나 행남등대를 향해 오른다. 보통은 도동에서 올라가는데 저동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는 말에 그 길을 가기로 했다. 버스도로가 생기면서 동네사람들은 다니지 않고 전경들이나 지나다니는 길이란다.
울릉도는 평지가 드물어 모든 길이 깔끄막이다. 이정표도 없고 사람 발자국도 없어 가면서 정말 이 길이 맞는지 내내 불안했고 두 갈래로 나뉘는 길에선 정말 갈등이 심했다.
어디를 가나 들리는 새 소리와 왼편으로 내내 보이는 저동항과 바다를 보며 한 시간쯤 가니 행남등대의 표지가 보인다. 거기서 부턴 길이 잘 나있다. 등대에 오르니 앞 뒤로 맨 배낭이 아니였으면 날아갈듯이 바람이 거세다.
도동쪽으로 1시간쯤 오다 해안산책로로 빠지는 계단을 만나 해안으로 내려섰다. 만들어진 길을 따라 바다 구경을 하면서 도동항에 도착. 약수 공원으로 갔다. 약수공원엔 인공암장과 철분이 많아 쇳가루 맛이 나는 약수터가 있고 청마 유치환님의 시비와 독도 박물관과 케이블카를 타는 전망대가 있다.
독도의 365일 을 보여주는 20분짜리 비디오를 보며 쉬였다가 내려와 점심으로 약초 해장국을 먹고 다시 해변 우측 산책로를 걸었다. 이미 타고 갈 배는 들어와 새로운 사람을 토해놓고 있다. 아쉬운 울릉도와의 이별 시간.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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