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 23 산티아고 프랑스길

[도보] 걷기 1일차 26km

낭가 2023. 6. 4. 14:42

걸은 날:23년 4월 10일 월요일

코스: 생장~론세스바예스(나폴레옹 루트) / 실제 24.56km, 4만보

* 실제 거리와 걸음수는 '트랭글'에 따른 것이다. 오늘처럼 실제거리가 짧은 것은 어디선가 데이터가 끊어져 기록이 빠졌을 수도 있다. 걸음수는 하루 전체이기 때문에 거리완 다를 수 있다.

 

1일차 고도표 (순례자 사무실 제공)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으로 가려면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한다. 산맥을 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나폴레옹 루트로, 나폴레옹 부대가 스페인으로 갈 때 갔던 길이라 그렇게 불린다. 1,400m의 산을 넘어야 하고 다른 길보다 길이도 길어 힘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므로 대부분 이 루트로 간다.  또 하나는 발카를로스 계곡으로 가는 것이다. 산의 낮은 부분으로 넘는 것으로 눈이 많이 오는 등 날씨가 안 좋으면 이용한다. 

걷기의 첫날, 전 일정을 통틀어 가장 힘든 걸음이 될 나폴레옹 루트로 간다. 

 

아직 해가 뜨기 전 6시 40분, 길을 나선다

 

처음 짐을 가지고 들어갔던 '스페인의 문'을 나와 피레네 산맥으로 향한다

 

악천후시 발카를로스 계곡으로 가라는 안내문, 한국어로도 써있다 ㅋ

 

나폴레옹 루트, 론세스바예스 방향 표시

 

길 가에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루트 안내도가 있다

 

조금 쌀랑한 새벽, 달이 나무가지에 전등처럼 걸려있다. 새벽 빛의 푸르름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다.

 

부지런한 양들이 아침을 시작하고

 

조금씩 어둠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예쁜 하늘 아래 걷는 순례자들

 

피레네 산맥을 넘는 첫 코스는 고도를 1,200m 이상 올라야 하고 거리도 길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오리송까지 택시로 올라간다. 고도 800m에서 시작하면 400m만 올라도 되고 7km 정도를 덜 걸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의 첫 시작부터 택시라니...  나중에 생각해 봐도 첫걸음을 시작했던  그 새벽의 쌀쌀함과 색감과 바람 냄새가 정말 좋았다고 느낀다. 처음의 그 느낌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거였다.

 

찻길을 벗어나 왼쪽 산 길로 들어선다. 택시는 오른쪽 길로 계속 올라간다

 

길에 엄청 많이 보이는 꽃. 물어보니 '또쇼'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진짜 이름인진 모르겠다.

 

걸어 올라온 길이 보인다. 그냥 차로 지나가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9시 10분, 오리송 산장. 이것 저것 꺼내 아침을 먹는다. 비행기에서 받은 빵과 버터, 쨈도 있다 ㅋㅋㅋ

 

이제 맑은 하늘 아래 길은 계속 이어지고

 

이렇게 넓은 자연 속에 들면 세상에서 가졌던 욕심과 다툼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세상 속으로 나가면 다시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버리게 된다. 그것이 자연 속에 자꾸 들어가려는 목적이 아닐까~ 

멀리 걷는 순례자의 모습이 티끌처럼 보인다

 

방향표시석 앞에는 순례자들이 소망과 그리움을 담아 놓고 간 물건들이 놓여있다

 

광활함이 느껴지는 산에서 길은 구비구비 이어지고

 

'평화' 롭다

 

산인데 평야같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걷는 길 옆에는 작은 야생화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보석보다 더 예쁘다

 

2차 대전 때 2개의 탈출 네트워크를 만든 사람들과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비. 그 덕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독일의 고문을 피해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쓰여있어 그 당시엔 뭔지 몰랐다) 

추모비

 

길 한가운데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깨어난 올챙이들. 비가 많이 올 때만 생기는 그런 웅덩이 같은데 알이 올챙이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 걸 보면 높은 곳에 있어 비가 자주 오는 걸까? 궁금하다. 

개구리 알과 올챙이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765km, 앞으로 걸을 거리이다

 

12시 26분, 미숫가루와 발열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었다. 풍경이 너무 좋아 한 참 앉아있었다

 

주변이 얼레지 군락지인가보다. 여기저기 많이 핀 얼레지를 보다니 반가웠다

 

얼마나 많은 낙엽이 쌓였는지 길이 푹신푹신하다

 

길은 계속 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산등성이에 희끗 희끗 눈이 남아있다

 

멀리 설산이 보인다. 어디일까~

 

14시, 다 올라왔다. 야호~~~ㅋㅋㅋ 저 조형물이 뭔지 궁금하다

 

옆의 언덕에 올라 서 보니 조형물에 태양광판이 붙어있다. 하산 길은 희게 보이는 길이 아니라 가운데 계곡으로 간다.

 

내려가는 길. 돌 길에 미끄럽기까지, 꽤 가파르다

 

일광욕중인 도마뱀. 우리나라 거와 똑 같이 생겨 반가웠다 ㅋㅋㅋ

 

앙상한 가지와 삭막한 돌 길에서 갑자기 천국에 든 느낌이다. 보라빛 화원. 너무 예뻐 꽃사이를 걸어다녔다

 

이름이 뭐니~~~^^

 

15시19분, 드디어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문 앞에 쓰인 비엔베니다스, 환영합니다^^

 

미사중인 성당 모습

 

알베르게에서 먹은 저녁, 순례자 메뉴(12유로)의 전식으로 나온 파스타와 렌틸콩 수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데 우리는 둘이므로 항상 다른 걸 시킨다. 음식은 맛있었고 직원은 친절했다. 와인은 물처럼, 테이블에 병째 나온다.  

파스타와 렌틸콩 스프.

숙소]  albergue roncesvalles, 14유로/ 넓은 공간에 매우 많은 2층침대, 그러나 옆과 뒤가 막혀 4명만 사용하는 공간이 되니  좋았다.

 

후기] 두근두근... 산티아고 길의 첫 구간. 가이드북에 힘들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산이 큰 만큼 길게 오르니 우리 산보다 힘들진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풍경을 다 볼 수 있어 행운이었고, 햇살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 좋았다. 산 위에 멋진 평원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부러웠다. 사진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다. 그리고 실제 본 것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ㅜㅜ

 

택시 타고 올라가지 말 것. 새벽바람의 쌀쌀함과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퍼지는 푸르른 색의 황홀한 변신을 놓치다니...  산티아고 길의 기억에 남는 날 중 하나였다.

 

알베르게는 괜찮았는데 옆 사람이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을 하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ㅠㅠ( 혹시 코로나일까 봐 눌린 팔이 저릴 만큼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고 자느라 힘들었다ㅠㅠ) 

돈과 여권, 순례자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은 몸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걸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건만, 식당 의자에 걸어놓고 그냥 나왔다. 가방을 두고 왔다는 걸 기억도 못하다가 뉜가 나를 찾아왔다기에 갔더니 가방을 내민다. 한참 설교를 들었다ㅜㅜ  좋은 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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