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도보] 2007년 4월 동해안 홀로

낭가 2012. 9. 10. 16:06

4월 18일  <광주-원주-속초-마차진-화진포>

딸래미 수학여행가는 날,  "잘 다녀와" 손 흔들어 주곤 
먼저  가방을 챙겨 나왔다. 원주행 버스를 타고  미시령 터널을  지나니 오른 쪽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펼쳐진다. 와우~~
전엔 설악산 가려면 서울 갔다가 강릉가느라 하루 종일 걸린 길이였는데 금세 눈에 익숙한 용대리니 백담사니 지나치는게 신기하다. 원주에서 속초를 가니  점심때... 마치 타임머신 탄 기분이다.

속초 터미널에 내리니 어디선가 바다내음이 납니다. 바로 옆이 항구. 한 20분 걸어 속초등대를 올랐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닷가 바위가 짱 멋지다. 직원에게 들은 얘긴데 등대 색이 빨강이나 흰색 두가지인데 그게 그냥 이쁘라고 해 놓은게 아니라 배가 항구로 들어 올 때 빨강 등대를 오른쪽, 흰색은 왼쪽에 두고 들어 오는 뱃 길의 표시라고한다. 어딜 가나 이렇게 배울게 많다.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버스 종점이자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항구  ' 마차진'에 내려서 항구를 따라 남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침 혼자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분이 쌩~지나가는데 왠지 그런 사람을 보면 무조건 친해지고 싶어진다. ㅎㅎ

원래는 대진항에서 자려고 했는데 멈추기는 좀 시간이 빠르고 잘 곳도 마땅찮고 해서 어둠이 질 때까지 걷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화진포... 해변 모양이 꽤 좋아서 '그래, 오늘은 여기서 자는거야.' 결정.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 집을 찾아 들었다.

노을지는 바다를 보며 꿀꺽 꿀꺽.............괜히 가슴 아른함마저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4월 19일  < 화진포- 거진-속초-동해


아침 9시... 다시 걷기 시작.

바람이 꽤 불어서 왼쪽에 끼고 도는 바다의  파도가 굉장하다.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고,  많을 거 같은 군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다 보니 이 곳이 '가을 동화'를 찍은 곳이라네. 역시 좋은 곳은 누가 봐도 좋은가 보다.

그렇게 해안을  따라 걷기를 3시간.  거진항입니다. 새로 생긴 해안도로엔  사람은 물론 차조차 거의 다니질 않아 쬐끔 겁이 나긴 했다. 그러나 새로 만든듯한 해맞이 동산(작은 산)을 올라 ... 오를 곳이 있으면 무조건 올라서고 보는  못 말림성 오르막 증후군..... 등대를 보고 걸을땐  너무 좋았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머무를까?? 지도를 펴고 한 참을 찾다가 해돋이가 멋있다는 동해시의 추암이 눈에 들어 왔다. 그래 여길 가자... 버스를 타고 물어 물어 추암을 찾아 들었다.  아하~~ 항구에 들어서고 보니  거긴 '겨울연가'의 마지막을 찍은 곳이라나?  '준상이의 집'이 해변가 바로 옆인데 본의 아니게 드라마따라 다닌 격이 됐다.

암튼 바로 그 '준상이네 집'  윗집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파도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니 참 좋네요. 문을 열어 놓고 문턱에 앉아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냥 밤 늦게까지 그렇게 파도소리와 파도만 바라보았습니다.

4월 20일 < 동해-정동진-강릉- 봉평-원주- 광주 >

아침에 해돋이를 보려고 생각은 했는데 몇시에 해가 뜨는지 몰랐다. 밖에 헬기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순찰을 하는 것인지 뭔지 헬기가 푸타타타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5시50분. 수평선 쪽이 발그스레 합니다. 서둘러 옷을 입고 전망대에 올랐는데 구름에 가려  해는  바다 속에서 나오지 않고 손톱 한마디쯤 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보여 준다.

다시 길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동해역으로 갔다. 그리곤 강릉행 기차를 탔다. 단지 그 기차가 해변을 따라 정동진을 지나는 기차라는 이유만으로...
기차의 덜컹거림과 해변은 아름다운데 그 바닷가에 있는 집들은 왜 그리 힘겨워 보이는지.. '기찻길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왜 있는지 알겠더이다.

강릉에서 내려 오대산을 가려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는데 오대산 행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 시간이 안 맞았다. 그래서 다시 지도를 펴고 궁리.. 궁리.. 봉평으로 가기로 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곳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동안  막국수를 먹었다. 실은... 강원도로 행선지를 정하면서 그곳에 가면 하루 세끼를 다  막국수로 해결하리라 생각했었다. 언제 또 본고장 막국수를 먹어보나 싶어서.
하지만... 결국 한번밖에 못 먹었다. 막국수가 찬 음식이라 더울 때만 판다고 안 하더이다. ㅜ.ㅜ

잠시 봉평 장날 만난 허생원이 되어 이곳 저곳을 휘적거리다 따뜻한 햇살의 둔덕에 앉아 잠시 쑥도 한 줌캐고  돌아 오는 길....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느 봄 날,  daydream처럼  여행은  끝나고 마음에 짧은 매듭이 또 하나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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