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충청

[도보]15 한강변 100km 걷기

낭가 2022. 1. 10. 14:14

걷기 전국 동호회인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인도행)에서는 해마다 울트라 걷기를 한다. 2013년에 처음으로 50킬로를 걷고 나서 다음에 꼭 100킬로를 해야지 생각했는데,  24시간을 걷는다는 걸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터라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걱정도 되었지만  또한 궁금함이 더 많았다.

 

행사일시 : 2015. 05. 9(토) 오전 10시 ~ 10(일) 오전 10시(24시간)

집결장소 : 전철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앞 09: 30 집결

         (단, 야간 50km는 토요일 밤 9시 30분 집결 )-스트레칭, 유니폼 지급 후 10시 출발

 

 

종목 및 제한시간

▶  30km(건강) : 2015. 05. 09(토) 오전10시 ~ 오후 7시 (9시간)

 ▶  50km(주간) : 2015. 05. 09(토) 오전10시 ~ 오후 10시 (12시간)

▶  50km(야간) : 2015. 05. 09(토) 오후10시 ~ 5월 10일(일) 오전 10시 (12시간)

▶ 100km(주): 2015. 05. 09(토) 오전 10시 ~ 5월 10일(일) 오전 10시 (24시간)

 

코스

▶ 30km(건강) : 뚝섬유원지역 ~구리 왕숙천(중식) - 팔당대교(반환) - 덕소역(해산 귀가)

▶ 50km(주간) : 뚝섬유원지역 ~구리 왕숙천(중식) - 팔당대교(반환) - 왕숙천(석식) - 뚝섬유원지역(원점 회귀)

▶ 50km(야간) : 뚝섬유원지역 ~ 양화대교(한강남단으로 건넘) -안양천- 목동교(야식/반환) -

                          영동대교(한강 북단으로 건넘) - 뚝섬유원지(원점 회귀)

▶ 100km(주야) : 뚝섬유원지역 ~ 팔당대교(반환점) - 뚝섬유원지(경유) - 양화대교(도강) -

                            목동교(반환) - 영동대교(도강) - 뚝섬유원지(원점 회귀)

 

 새벽 5시. 광주 집을 나서서  6시 KTX 를 타고 용산역에 내려, 세 번이나 지하철을 환승하며 찾아 간 곳 -뚝섬 유원지.

서둘러 갔건만 이미 9시 40분. 다 모여서 종목별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100km용 빨간 조끼를 받자마자 사진찍고 있는 100키로팀에 가서 얼굴만 내밀어 인증샷을 찍고...  주간 50키로 길은 2년 전 한번 걸었던 곳이라 걷는 동안 보이는 풍경이 반갑고, 거리도 더 가깝게 생각되는건 또 무슨 신기한 조화인지 ㅋㅋㅋ 

 

같이 가다 만나는 분들과 잠깐 잠깐 얘기하고 봄바람과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든 한강변과 놀러나온 가족들 모습을 구경하다 보니, 벌써 왕숙천. 맛난 점심을 먹으며 안면있는 분들과 그때서야 인사를 나누었다. 발에 물집이 생겨 걷기 힘들다는 분들도 있어 염려는 되었지만 모두 잘 걸으시는 분들이니...

걷다가 만나게 되는 분들과 알지는 못하지만, 걷기라는 공통분모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반환점. 카메라 대기하고 계신 분이 반갑고 감사하다. 양발을 벗고 보니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스포츠테입으로 양쪽 작은 발가락 두 개씩을 감아주고 다시 출발,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짧아지는 거리가 신난다.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출발점인 뚝섬유원지로 돌아왔다. 종점에 같이 들어온 두 분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난 잠깐 다리 쉼을 한다. 50키로를 걸어 온 발바닥이 후끈거리고 아프다. 온 몸의 관절들도 쉬고 싶다고 야단이다. 그래도 지난번 걸은 후 고관절과 발바닥이 꽤 오래 아팠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했던 것이 효과가 있는듯하다.  이정도 하고 말까하는 잠깐의 망설임이 생겼지만 걷다 정말 힘들면 그때 그만 두더라도 일단 출발하자 다짐했다.

 

배낭속 짐을 정비하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으며 다시 야간 50km를 걷기 위해 출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갔다. 방향치에다 서울 지리를 전혀 모르지만 인쇄해온 다리 이름과 강만 따라 가면 된다는 말씀만 믿고 출발~

성수대교의 멋진 빛의 향연을 보며 왼쪽에 한강을 놓고 계속 가다보니 길이 점점 어두어져 간다. 자전거 탄 사람은 휙휙 지나가버리고 맞게 가는지 정작 물어볼 사람은 없고, 조금 가다 밝아지겠지 하며 계속가는데 계속 더 깜깜. 다행히 자전거 타다 쉬는 분이 있어 물어보니 잘못 왔다고 되돌아 가란다. 이런~~~ㅠㅠ

운동나온 분의 안내를 받아 잘못 된 곳까지 다시 갔다. (건너는 다리는 양화대교 하나라고 되어있어 그 전엔 강 건널 생각을 안한 것이 탈~  안내에 성수대교 다음에 건너라고 써놓았으면 좋았을걸 생각했다. 그저 직진형이라 ㅠㅠ)

 

 그렇게 제자리까지 오느라 6키로를 더 걸어 돌아오니 다행히 걷는 분들이 있어 같이 걷게 되었다. 두 분은 서울분인데도 지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지라 내가 적어온 다리 이름만 가지고 직진. 양화대교 올라가서도 다리 끝까지 가서 내려가야 하는지 다리 중간에 내려가야 하는지 몰라 다리 옆에 있는 헌병대까지 찾아가 물어보며 헤매고...ㅠㅠ

안양천 진입 전엔 길 찾을 엄두가 안나서 잠시 서서 기다리다가  다행히 야간도보 오신 분들을 만나 갔으니 망정이지 나혼자선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반환점일듯... 그렇게 우여곡절로 반환점을 돌았다.

 

처음엔 이왕 걸으러 왔으니 더 많이 걸은 걸로 하자 싶었던 마음이  94키로를 넘어서자 힘들어서, 안 헤맸으면 들어갔을 시간인데 싶은게 어찌나 안타깝든지...ㅋㅋㅋ 그렇게 종점에 다다라 기다리고 계신 운영자님과 여러 도우미 분들을 뵈니 길나간 탕자?가 고향에 돌아 온듯한 푸근함과 안도감이 느껴졌다. 완주 메달을 받고 감사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마음 한 쪽이 뭉클하면서 왠지 서운하다ㅎㅎㅎ

100km 완주

종점에서 잠시 다리 쉼만 하고 다시 지하철타고 고속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광주 터미널에서 택시로 집에 들어서니 오후 3시 반. 새 역사를 쓰고 뿌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고속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움직일 때마다 더는 안되겠다고 굳어버린 다리 관절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움직이니 너무 아프다ㅜㅜ

사람들이 왜 그런걸 힘들게 하느냐고 묻는다. 왜?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아닐까ㅎ  '이런걸 해 냈네~'하는 자부심과 '나 아직 괜찮네~'라는 자족감이 함께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게 106km를 21시간 걸려 걷고, 집나간지 34시간만에 집에 돌아왔다. 

함께 걸은 모든 분들과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정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15. 5. 10

*2013년 혼자 50km를 걸었고  2017년 남편과 함께 25km를 걸었고 2018년에도 남편과 함께  50km를 걸었다.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옛날 사진과 글을 뒤적이다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언제 다시 그럴수 있을까 약간 자신없음이 드는 요즘이다.ㅜㅜ

'서울 경기 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우금티  (0) 2023.10.10
[등산] 월악산 영봉 1,092m  (0) 2023.09.11
[도보] 20 한양도성 순성길 18.6km  (0) 2021.12.15
[등산] 10 청양 칠갑산  (0) 2012.09.11
[등산] 10 영동 민주지산  (0) 2012.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