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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안나푸르나 트레킹(5)

낭가 2012. 9. 10. 14:52

9일;20일(금)

MBC-뱀부(2500) :10.9km


있는 대로 늘어져 눈이 안 떠진다. 여전히 얼굴은 퉁퉁 부어있고.....

데우랄리 쉼터에 오니 벌써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내려오는

길은 느낌이 다르다. 올라갈 땐 등반에 대한 염려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지만 내려오는 길은 짐을 덜어 편해진 어깨와 두고

가는 서운함이 엇갈린다. 히말라야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1시30분

도반에 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어제의 비로 길에 물구덩이가 많

다.  오늘의 종점 뱀부에서 여승 두명을 만났다. 둘이 여행을 하는

중이란다. 수도를 하는분이니 우리완 느끼는게 다르겠지.



롯지 안에서 맥주파티가 벌어졌다. 롯지 주인은 한국인이 오면 술

을 몽땅 팔아주기 때문에 아주 좋아한단다. 우리 팀은 올라갈때 거

의 술을 안 먹었는데 이제 모두들 풀어져서 서로 권하느라 바쁘다.

포터대장'아쇼쿠'와 여자 포터인 샤티마양 구룽(40세), 그의딸 키스

마양 구룽(15세), 이모 먼 구마리(30세) 그리고 물론 덴디씨와 장

부, 셀파들 모두 신이나서 떠든다. 네팔과 히말라야와 등반에 대해

서.............. 우리의 즐거운 산행을 도와준 포터들, 셀파들, 쿡과

키친보이들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  비에 젖은 밤은 깊어만

간다.  

  

10일:21일(토)

뱀부-키미(2000) :12km

 가는 길에 양털을 깎고 있는 걸 봤다. 올라갈 때 본 그 양들이다.

양의 머리를 나무대에 끼워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곤 커다란 가위로

잘라가는 모습이 뉴질랜드에서 전기가위로 털을 벗겨내는(?) 거완

아주 다르게 보인다. 체크포인트를 지나는데 1년에 46000명이 지

난다고 쓰여있다. 촘롱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몇 개인가로 50루피

씩 걸고 내기를 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 하늘을 쳐다보게 한다. 대

충 아리송한 것을 빼고도 2000개가 넘었다.



촘롱에서의 점심은 롯지에서 파는 현지식을 먹었다. 뭔지도 모르고

이름만으로 시킨 각자 음식을 맛보느라 즐겁다.



모두들 지치고 힘들어하면서도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헤어짐

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오늘이 산에서 자는 마지막 밤으로 내일

이면 포터, 셀파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내일은 시내로 나가기

때문에 계곡에서 목욕을 했다. 물은 적당히 시원했으나...... 키미에

서의 밤은 염소파티로 시작했다. 염소를 5천루피에 사서 구이와 탕

으로 한잔씩 하니 얘기 보따리가 저절로 풀린다. 한 병씩 돌린 콜라

에 포터들은 절로 어깨춤을 추고 무사히 일정을 해 냈다는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이 렛섬필리리에 어우러져 그렇게 밤은 산 너머로 넘

어가고 있었다.      


11일;22일(일)

키미-비레탄티(1200) :9.1km

비레탄티-포카라(800) :전세버스로 이동

'으악'하는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임 선배의 배꼽에서 피가 났다.

어제 계곡에서 목욕을 했는데 그때 거머리가 붙어 밤새 빨았나 보

다. 얼마나 먹었는지 통통한 거머리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더란

다. 아! 나도 했는데.... 모두 비상이 걸려 여기저기 살펴봤으나 다

행히 다른 사람은 괜찮다.


헌 옷가지며 양말등 주고 가도 되는 것들을 모았다. 포터들에게 주

는 선물이다. 생필품이 부족한 곳이기에 이렇게 주고 가는 헌옷과

신발은 다음에 뉜가가 줄 때까지 입고 또 입을 것이다. 모아진 것은

덴디씨가 연장자 순으로 나눠줬다.


거의 다 내려온 길은 길기도 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덥고 다리

도 아프고 동네 길을 몇시간씩 걷자니 짜증났다. 점심을 냉면으로

먹고 다시 시장통을 걸었다. 여긴 아리안 족이 많은지 얼굴이 다르

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인도의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 제법 도

회지처럼 큰 시장에 사람도 북적거리고 물건도 많고 산에 살다오니

영 낯설다. 그리고 드디어......


길 끝 산 허리에 자동차가 보였다. 자동차 - 문명을 대표하는 것.

처음 그것을 봤을 때는 그것이 뭘 뜻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잘

알면서도 아주 낯선 것이 그곳에 있다는 것에 잠깐 당황되었다. 이

제 우리의 산은 끝난 것이다.


도로에 올라서니 온통 차와 사람과 가게와 그리고 한 떼로 몰려다

니는 염소들. 이곳은 개들까지 느긋해서 짖는 법도 없이 식탁 위에

엎드려 사람구경을 한다.

'대우'가 만든 차에 짐을 싣고 포터들에게 임금을 지불한다. 그저

'나마스떼'하며 웃는게 다지만 그동안 정이 들어서 목이 메인다. 아

쉬움을 두고 포카라로 .....

 

포카라에서 지하로 떨어지는 폭포구경을 했다.  100m쯤 아래로 떨

어지는 물을 고개를 뻬고 보니 신기하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서

철책을 해 놨단다. 입장료를 냈던가?

blue bird 호텔에 짐을 풀고 정리를 한다. 이제 안나푸르나의 산 냄

새를 몽땅거려서 가방 깊숙히 넣고 안녕을 한다. 오랜만에 편히 쉬

고 식사 전에 민속춤 구경을 갔다.  그러나 무용단은 옷만 반짝이는

옷으로 바꿨을뿐  촘롱에서 본 것과 다름이 없었다. 구경온 사람도

적고 내용도 빈약하여 썰렁하다.